
한양도성 따라 걷는 서울기행
최철호 지음/ 아임스토리/ 232쪽
서울 곳곳에는 옛 문화와 뒤섞인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일상에 여전히 남아 있다. 남산, 장충단공원 등 일제로 인해 잃어버린 우리 고유의 이름들이 그림자처럼 붙어 있다.
N타워가 있는 남산은 본래 소나무가 많아 목멱산(木覓山)이었다. 일제는 산의 역사적 의미를 지우고 단순화 시켰다. 남산은 그저 '남쪽에 있는 산'이라는 뜻이다.
영산(靈山) 목멱산에 있던 목멱산신을 모신 국사당을 인왕산으로 옮겨버리고 조선신궁(남산신사)을 지어 신사의 격을 최상으로 올렸다.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최철호 소장은 책 '한양도성 따라 걷는 서울기행'에서 일관된 기조로 사라진 서울의 이름들을 되찾아 부르자고 말한다. 본문에도 본래 명칭들을 살려 실었다.
한양도성을 따라 가볼 수 있는 서울의 역사 여행지를 6가지 테마로 나누어 소개한다.
한양도성 경계를 결정지은 인왕산 선바위부터 한반도 중심 목멱산까지 도성을 품고 있는 4개의 산줄기 따라 내사산 여행을 떠나본다. 조선 왕조의 건국과 망국까지 모두 만날 수 있는 추모의 길도 걸어본다.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사진 100여 점도 함께 실렸다.
이름은 정체성이다. 이름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정체성을 잃는 것과 다름없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가 창씨개명을 실시한 이유도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잊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서울 곳곳에는 옛 문화와 뒤섞여 있는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일상 속에 여전히 남아 있다.
18.627km 한양도성에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다. 도성을 쌓기 위해 전국의 중인, 농민 19만7천여 명이 동원되었고, 고된 노역으로 다치고 숨진 사람도 많았다. 수많은 백성들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성돌에는 그들의 이름이 실제로 새겨져 있다. 한양도성은 180m씩 나누어 책임자를 두었는데 그 공사 책임자의 이름을 알 수 있도록 이름을 새긴 것이다. 성곽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각자성석(刻字城石)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힘겹게 쌓은 한양도성은 일제에 의해 허무하게 손실되었다. 1914년에는 서소문을 없앴고, 1915년에는 전차 노선 복선화로 돈의문마저 허물었다. 그 결과 성문과 성벽은 일부만 남고 사라졌다. 인의예지신을 지키고자 했던 조선의 정신을 짓밟은 것이다. 현재 남아 있는 한양도성은 600여 년의 다난했던 역사를 지켜보며 살아남은 소중한 유물이다.
한반도는 현재도 자유롭지 못하다. 임진왜란부터 6·25전쟁까지 청군, 일본군이 침략을 거듭해 왔고, 해방 후에는 미군이 머물며 서울의 중심을 금단의 땅으로 만들었다. 무력 앞에 굴복하고 말았지만 우리의 정신마저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보아야 할 때다. 지도에 여전히 용산(龍山)이 표시되어 있지 않고, 충무공 이순신의 흔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저자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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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한국전쟁·70년대를 관통한 현대사의 肖像 384 중편소설은 단편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서사를 넓게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 장르로 꼽힌다.주로 굵직한 대하 장편소설을 써온 이계홍 작가가 최근 중편소설집 '해인사를 폭격하라'(도서출판 도화刊)를 펴냈다. 이 중편소설집은 '순결한 여인-1970년대 풍경화', '해인사를 폭격하라', '귀국선 우키시마호' '인지 수사-아직도 여전히 답답하게' 등 4편으로 구성돼있다. 이들 작품은 작가가 장편소설을 쓰다가 만난 우리 역사에서 특이한 소재와 중요한 사건을 묵혀버리기에는 너무도 아깝다는 생각으로 등장인물들의 행적을 하나하나 추적여 집필했다.특히 이번 소설집은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역사적 맥락과 해당 사료를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재현해낸 리얼리즘 문학의 정수로 평가된다. 선 굵은 서사구조와 단단한 스토리 텔링이 독자를 견인한다. 동시에 역사와 시대를 넘어서는 존재로 자신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고투에 대한 증언이기도 하다. 특히 작가의 언론사 경력이 말해주듯 기자적 현장성과 작가적 상상력이 십분 발휘된 작품들로 독서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문제작으로 평가된다.수록작품 중 '순결한 여인-1970년대 풍경화'는 송안나(본명:송숙자)의 기구한 운명을 1970년대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바탕으로 진한 남도 사투리와 거친 욕찌거리로 사람 냄새 짙게 풍기는 이야기다. 속칭 양갈보로 살아온 송안나라는 인물을 통해서 인간의 한 생애에서 암초를 만나는 주요한 원인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러면서 상처받고 외로운 사람을 만나 따뜻하게 살아갈 날을 기다린다. 작가의 열망이 작품 제목 '순결한 여인'으로 승화되고 있다.'해인사를 폭격하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으로 군인에 관한 인물전기를 많아 쓴 작가의 장점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6·25전쟁의 참화 속에서 미5공군의 폭격 명령을 거부하고 천년 고찰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지킨 한국 공군 전투조종사의 모습을 실제 전투를 하는 듯한 실감나는 표현과 긴장감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귀국선 우키시마호'는 해방 직후 한국으로 돌아오는 1호 귀국선인 우키시마호가 폭발해 침몰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8천 명이 넘은 사람이 승선했는데 생존자는 불과 이천여 명 밖에 안된다고 전해지는 이 사건을 다루면서 작가는 미군이 설치한 수중 기뢰 때문이든 패전한 일본의 방치와 외면으로 침몰했든, 수천 명이 수장된 사실과 진상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실정을 매서운 눈으로 들여다보고 있다.'인지 수사'는 남의 문중 땅에 몰래 묘를 쓴 사람과의 소송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이 소설은 우리로 하여 비판과 냉소의 형태가 현실의 어떤 순응과 체념의 경로를 거치는가를 심도 있는 내면과 심리묘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남의 문중 땅을 무단으로 점령한 자의 묘를 해결하지 못하는 재판 앞에서 패배의식을 느껴야 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그리고 있다.이계홍 작가는 무안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문학과와 동대학원 석사 졸업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지난 74년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고 작품활동을 시작했다.그는 30여년 동안 동아일보와 문화일보, 서울신문 등에서 기자로 일했고 장편 '초록빛 파도' '장만' 등을 펴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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