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가지 주제로 만나는 서울의 역사

입력 2022.09.15. 10:40 최민석 기자
한양도성 따라 걷는 서울기행

한양도성 따라 걷는 서울기행

최철호 지음/ 아임스토리/ 232쪽

서울 곳곳에는 옛 문화와 뒤섞인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일상에 여전히 남아 있다. 남산, 장충단공원 등 일제로 인해 잃어버린 우리 고유의 이름들이 그림자처럼 붙어 있다.

N타워가 있는 남산은 본래 소나무가 많아 목멱산(木覓山)이었다. 일제는 산의 역사적 의미를 지우고 단순화 시켰다. 남산은 그저 '남쪽에 있는 산'이라는 뜻이다.

영산(靈山) 목멱산에 있던 목멱산신을 모신 국사당을 인왕산으로 옮겨버리고 조선신궁(남산신사)을 지어 신사의 격을 최상으로 올렸다.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최철호 소장은 책 '한양도성 따라 걷는 서울기행'에서 일관된 기조로 사라진 서울의 이름들을 되찾아 부르자고 말한다. 본문에도 본래 명칭들을 살려 실었다.

한양도성을 따라 가볼 수 있는 서울의 역사 여행지를 6가지 테마로 나누어 소개한다.

한양도성 경계를 결정지은 인왕산 선바위부터 한반도 중심 목멱산까지 도성을 품고 있는 4개의 산줄기 따라 내사산 여행을 떠나본다. 조선 왕조의 건국과 망국까지 모두 만날 수 있는 추모의 길도 걸어본다.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사진 100여 점도 함께 실렸다.

이름은 정체성이다. 이름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정체성을 잃는 것과 다름없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가 창씨개명을 실시한 이유도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잊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서울 곳곳에는 옛 문화와 뒤섞여 있는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일상 속에 여전히 남아 있다.

18.627km 한양도성에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다. 도성을 쌓기 위해 전국의 중인, 농민 19만7천여 명이 동원되었고, 고된 노역으로 다치고 숨진 사람도 많았다. 수많은 백성들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성돌에는 그들의 이름이 실제로 새겨져 있다. 한양도성은 180m씩 나누어 책임자를 두었는데 그 공사 책임자의 이름을 알 수 있도록 이름을 새긴 것이다. 성곽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각자성석(刻字城石)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힘겹게 쌓은 한양도성은 일제에 의해 허무하게 손실되었다. 1914년에는 서소문을 없앴고, 1915년에는 전차 노선 복선화로 돈의문마저 허물었다. 그 결과 성문과 성벽은 일부만 남고 사라졌다. 인의예지신을 지키고자 했던 조선의 정신을 짓밟은 것이다. 현재 남아 있는 한양도성은 600여 년의 다난했던 역사를 지켜보며 살아남은 소중한 유물이다.

한반도는 현재도 자유롭지 못하다. 임진왜란부터 6·25전쟁까지 청군, 일본군이 침략을 거듭해 왔고, 해방 후에는 미군이 머물며 서울의 중심을 금단의 땅으로 만들었다. 무력 앞에 굴복하고 말았지만 우리의 정신마저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보아야 할 때다. 지도에 여전히 용산(龍山)이 표시되어 있지 않고, 충무공 이순신의 흔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저자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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