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랑캐의 역사
김기협 지음/ 돌베개/ 487쪽
'오랑캐의 역사'는 중국과 그 주변 '오랑캐'의 역사를 두루 다룬 책이다. 단일국가의 프레임으로 한정할 수 없는 중국과 변경의 역사를 통해 동아시아 문명사를 살펴본다.
책은 오늘날 일반적으로 알려진 중국사는 대부분 중원의 입장에서 쓰인 것이라고 말한다. 화이론을 근거로 중국인이 사는 곳은 '세계의 중심'(중원)으로, 나머지는 모두 '오랑캐'(변경)로 인식하는 데에서 시작한다는 의미다.
중국인은 자기들이 사는 세상을 '세계의 중심'으로, 나머지는 모두 '오랑캐'로 인식했다. 이른바 화이론이다. 중국(中國)이라는 명칭도 중화사상에 근거한 것인데, 이 말에는 중국 한족이 중화문명을 면면히 계승했다는 흔적이 남아 있다. 그런데 지금의 중국이 과연 과거의 중화제국을 계승한 것이며, 중국문명은 오랑캐문명을 배제한 순수한 중화문명으로 이루어졌을까? 화이론에 기반한 이분법적 인식이 여전히 중국사를 이해하는 강력한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는 문명사 차원에서의 중국사 이해를 가로막는다.
저자 김기협은 중국의 역사, 다시 말하자면 중국 영토 안팎에서 일어나고 스러진 민족들과 국가들의 역사는 유목사회(오랑캐)와 농경사회(중화제국)의 대립과 영향, 끊임없는 교섭의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사는 한족 중심의 중화제국 역사로 협소하게 볼 수 없고, '중심'과 '변방'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형성되고 확장되어온 것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화제국은 자신의 국가와 영토가 그 자체로 자족적이고 완전하다고 보았다. 중국은 스스로를 부족할 것이 없는 세계, 즉 '천하'로 인식했다. 이른바 '천하체제'다. 중화문명은 기본적으로 농경사회의 결과물인 데 비해, 오랑캐의 영토는 집약적 농경이 이루어지기 힘든 유목사회 또는 수렵과 채집, 농경이 공존하는 혼합형 사회였다. 동아시아의 오랑캐는 중원의 농경문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 의존의 형태는 침략과 교섭, 영향 등으로 나타났다.

황량한 초원에 거주하는 유목회에서는 식량자원의 안정적 공급, 농경사회의 기술과 문화가 필요했다. 이들은 중원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중화제국에게 무력을 제공하기도 했는데(가령 돌궐이 당나라에 그 역할을 했다), 소위 '내경전략'(inner frontier strategy)이다. 유목사회는 기동력 있는 조직과 함께 무력이 기본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저자 김기협에 따르면, 오랑캐의 침략(외경전략·outer frontier strategy)은 사실 중원에 대한 의존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며, 동아시아 오랑캐의 성쇠는 중원 국가의 성쇠와 반대로 일어나는 과정이다. 중원의 국가가 강력할 때 유목사회는 중화제국 안에 진입하는 내경전략을 취하고, 중원이 혼란스럽거나 힘이 약해졌을 때는 제국을 침략하는 외경전략을 취했다. 북위, 요, 금, 원, 청은 오랑캐 정복왕조로서 중국을 지배한 경우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동아시아 오랑캐를 '그림자 제국'이라고 칭한다. 중원의 상황과 역학관계에 따라 오랑캐 국가의 노선과 흥망이 결정됐다. 요컨대 동아시아 오랑캐는 중화제국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천하체제'를 확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저자는 제국 내부만 보아서는 "중화제국의 성격이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원의 국가와 변경의 오랑캐들이 어떻게 교섭하고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살펴봄으로써 중화문명권 또는 동아시아문명권의 형성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문명권 차원의 역사를 밝히기 위해 '오랑캐의 역사'에 초점을 두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노벨상 한강 "尹 파면은 보편적 가치 지키는 일" 한강 작가의 한 줄 성명문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를 비롯해 국내 문학계 종사자 414명이 25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을 촉구했다.이날 문학인 414명이 배포한 '피소추인 윤석열의 파면을 촉구하는 작가 한 줄 성명'에서 작가들은 "12·3 불법 비상계엄으로 탄핵 소추된 윤석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이유 없이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파면 선고가 지연됨에 따라 극우 세력이 발하고 혐오와 폭력이 횡행하는 등 사회 혼란은 극심해지는 등 민주주의는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고 강조했다.한강 작가는 한 줄 성명에서 "훼손되지 말아야 할 생명, 자유, 평화의 가치를 믿는다"며 "파면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고 밝혔다.이 성명에는 한강 작가를 비롯해 김연수, 김초엽, 김혜순, 은희경 등의 작가들이 참여했다.김연수 소설가는 "늦어도 다음 주 이맘때에는, 정의와 평화로 충만한 밤이기를"이라고 말했고, 김초엽 소설가는 "제발 빠른 파면을 촉구합니다. 진심 스트레스받아서 이 한 줄도 못 쓰겠어요. 빨리 파면 좀!"이라고 파면을 촉구했다.또 김혜순 시인은 "우리가 전 세계인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해다오, 제발", 은희경 소설가는 "민주주의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김형중 문학평론가는 "권력은 국민이 위임한 힘이다. 국민은 광인들에게 권력을 위임한 적이 없다"며 "광인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전했다.25일 한국작가회의가 서울 광화문 농성촌 앞에서 진행한 '전국 문학인 2487인 긴급 시국선언'에서 김미승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이 규탄문을 낭독하고 있다.한편 한국작가회의는 이날 오후 광화문 농성촌 천막 앞에서 '전국 문학인 2487인 긴급 시국선언'을 가졌다.이날 시국선언에서 규탄 및 촉구 발언을 한 김미승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은 "노벨문학상 수상과 더불어 K-문화는 세계를 선도해가고 있는데, 정치는 바닥을 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란수괴 윤석열은 자칭 애국시민이라 부르는 자들을 부추겨 서울 서부지법 폭동을 시작으로 법과 질서를 무시한 무법 천지를 만들고 있다"며 "헌재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고 규탄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 일본인 교수가 주목한 '5월 저항시'
- · "동화는 동심을 끄집어내 인간을 이해시키는 장르"
- · 정감과 사유의 조화···'가사'를 논하다
- · "광주서 '세계문학축전' 개최하자"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