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휴전선과 DMZ

입력 2022.08.31. 16:46 최민석 기자

휴전선엔 철조망이 없다

강주원 지음/ 눌민/ 272쪽

"이 책은 한반도 안에서 느꼈던 나의 무지함과 낯섦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어디에서 왔는지 파악하는 여정을 담았다. 두번째 책에서 "압록강의 물결은 흐르고 흐르다 황해를 만나고 대동강과 한강에서 흘러나온 물과 섞인다."라고 기록했었다. 이번에는 그 강들에서 강 하나가 빠져 있음에 주목했다. 바로 임진강이다."(9쪽)

압록강과 두만강 일대와 단둥과 같은 국경 도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인류학자 강주원은 '휴전선엔 철조망이 없다'을 통해 휴전선의 본 모습, 군사분계선, 남방한계선, 민통선 등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거나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되짚어본다.

저자는 휴전선에 철조망이 없다는 사실, 공동 사용이 가능한 중립 수역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시기에 따라 민간인 통제의 범위와 구역이 달라져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특히 대성동 자유의 마을은 휴전선에 바로 인접한 마을이지만, 그곳 주민, 학생, 교사, 농민, 트럭 들이, 저자의 표현대로 "대통령과 장관도 유엔사의 허락을 받는 조건으로 넘나드는 그 선, 남방한계선을 그들은 월화수목금 통과한다"며 휴전선에서 고작 400미터 떨어진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서 저자는 평화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 책은 중국과 북한의 국경(중·조 국경)을 이루는 압록강과 두만강 일대와 단둥과 같은 국경 도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인류학자 강주원의 올해 신간이다.

전작들에서 저자는 수십 차례의 현지조사와 참여관찰을 통해 흔히 빠질 수 있는 선입견들을 무너뜨리는 데에 큰 성과를 거뒀다. 이를테면 압록강과 두만강이 중립 수역을 이루어 양국에서 공유한다는 사실, 국경 도시 단둥을 무대로 한국인, 중국인, 조선족, 북한화교 등이 대규모 직·간접 무역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사실, 남북 교류가 국제 무대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 들은 우리의 시각과 시야를 한층 더 확장해주었다.

저자는 코로나19 이후 압록강과 두만강에서 다시 임진강과 한강, 그리고 휴전선과 DMZ로 눈길을 돌려,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거나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되짚어보고 이를 극복하면서 평화와 공존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휴전선의 본 모습, 군사분계선, 남방한계선, 민통선과 같은 다양한 선들, 임진강과 한강 하구의 중립 수역, 철조망과 평화의 십자가, 대성동 자유의 마을처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느끼지만 실상은 어렴풋하고 낯선 공간에 대해 속속들이 이야기를 꺼낸다.

코로나19 시대에도 이산가족을 비롯한 남북 민간인들의 교류는 중단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직간접적인 자료들이 있다. 교류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통제와 규제의 시대에 머물러 있기보단 새로운 상상과 새로운 시도를 하며 새로운 시대를 꿈꾸는 것이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을 가능케 하는 일일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가장 먼저 휴전선과 DMZ, 중립 수역을 폐쇄와 통제에서 공유와 공존의 공간으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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