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에 허허로운 웃음 담아
게으른 시간 슬픔 공감대 형성
눈길과 가슴 마음 감성 형상화

시인은 일상과 자연의 체험을 시로 승화한다.
그래서 시에는 감성과 사유가 녹아든다.
정순애 시인이 시집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젖어도'(그린출판기획刊)를 펴냈다.
이번 시집에는 섬세한 감성을 담은 시편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노랗게 수놓은 거리를 거닐며 따스한 손길 혹은 가슴 뛰는 체험을 담아냈다.
시인은 빗소리를 자신의 목소리로 여긴다. 그 목소리는 창가 너머 비틀거린 가로등을 지나 아침을 연다.
심지어 심장을 뚫고 들어와 뼛속까지 속삭이며 기다림으로 목마른 마음 한켠 파고들어 후빈다.
때로 허허로운 웃음으로 게으른 시간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시적 화자는 빗소리에 비로소 기지개를 켜며 파닥거린다. 갉아먹힌 상흔도 씻어내며 빗소리를 따라나선다.
이렇듯 빗소리는 생동감과 존재 이유가 되기도 한다. 빗소리는 인생의 무기력함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된다.
"당신/ 참으로 야속합니다// 어느새/ 한들거린 먹구름 사이로/ 가녀린 몸 감추고/ 찾아오라 풍경 소리만 들려줍니다// 당신 그 목소리/ 산사 뒷자락으로 부릅니다// 덩달아 설렘 품고/ 안개의 올가미 하나하나 헤쳐가며/ 빼꼼 내다보지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신/ 애타게 그립습니다// 당신 숨소리만 들어도/ 이 마음 춤을 춥니다/ 당신 사무침 꽃잎에 새겨/ 슬며시 추억 한 장 남겨 둡니다"(시 '바람처럼' 전문)
시인은 바람과 당신을 동일시하며 하소연한다. 바람인 듯 당신인 듯 끝까지 함게 한다. 산사 뒷자락 부르는 목소리에 설렘 품고 안개의 올가미 헤쳐 가며 내다보지만 그 자취는 이내 사라진다.
그는 읽는 이의 마음문을 소롯이 열어 함께 슬픔에 젖게 하는 공감대를 내민다.
시인은 무엇보다 의인화와 이미지 구현, 입체화를 통해 자신만의 언어를 펼쳐보인다.
비가 굵어지자 온몸 휘감는 설렘이 옷자락 적시며 파란 우산 속으로 들어온다.
빗장구 치며 스며든 자리에 톡톡 발길 스치며 속삭인다.
박덕은 한실문예창작 지도교수는 "시의 눈길과 눈빛, 가슴과 마음이 모두 시인 특유의 감성과 느낌 촉감을 소중히 여기며 키워가고 보살피며 보호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 같다"며 "정순애 시인의 시적 형상화는 주로 비와 연관되고 얘기되고 소통되고 있으며 섬세한 감정의 파노라마를 통해 낯설게 하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평했다.
정순애 시인은 지난 2011년 문학공간으로 등단했으며 사진작가와 화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광주시미술대전 최우수상과 3회 특선,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공예사진대전 우수상 등을 받았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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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한강 "尹 파면은 보편적 가치 지키는 일" 한강 작가의 한 줄 성명문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를 비롯해 국내 문학계 종사자 414명이 25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을 촉구했다.이날 문학인 414명이 배포한 '피소추인 윤석열의 파면을 촉구하는 작가 한 줄 성명'에서 작가들은 "12·3 불법 비상계엄으로 탄핵 소추된 윤석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이유 없이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파면 선고가 지연됨에 따라 극우 세력이 발하고 혐오와 폭력이 횡행하는 등 사회 혼란은 극심해지는 등 민주주의는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고 강조했다.한강 작가는 한 줄 성명에서 "훼손되지 말아야 할 생명, 자유, 평화의 가치를 믿는다"며 "파면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고 밝혔다.이 성명에는 한강 작가를 비롯해 김연수, 김초엽, 김혜순, 은희경 등의 작가들이 참여했다.김연수 소설가는 "늦어도 다음 주 이맘때에는, 정의와 평화로 충만한 밤이기를"이라고 말했고, 김초엽 소설가는 "제발 빠른 파면을 촉구합니다. 진심 스트레스받아서 이 한 줄도 못 쓰겠어요. 빨리 파면 좀!"이라고 파면을 촉구했다.또 김혜순 시인은 "우리가 전 세계인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해다오, 제발", 은희경 소설가는 "민주주의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김형중 문학평론가는 "권력은 국민이 위임한 힘이다. 국민은 광인들에게 권력을 위임한 적이 없다"며 "광인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전했다.25일 한국작가회의가 서울 광화문 농성촌 앞에서 진행한 '전국 문학인 2487인 긴급 시국선언'에서 김미승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이 규탄문을 낭독하고 있다.한편 한국작가회의는 이날 오후 광화문 농성촌 천막 앞에서 '전국 문학인 2487인 긴급 시국선언'을 가졌다.이날 시국선언에서 규탄 및 촉구 발언을 한 김미승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은 "노벨문학상 수상과 더불어 K-문화는 세계를 선도해가고 있는데, 정치는 바닥을 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란수괴 윤석열은 자칭 애국시민이라 부르는 자들을 부추겨 서울 서부지법 폭동을 시작으로 법과 질서를 무시한 무법 천지를 만들고 있다"며 "헌재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고 규탄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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