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화와 이미지 구현으로 빚어낸 감성

입력 2022.08.30. 11:11 최민석 기자
정순애 시집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젖어도' 출간
빗소리에 허허로운 웃음 담아
게으른 시간 슬픔 공감대 형성
눈길과 가슴 마음 감성 형상화

시인은 일상과 자연의 체험을 시로 승화한다.

그래서 시에는 감성과 사유가 녹아든다.

정순애 시인이 시집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젖어도'(그린출판기획刊)를 펴냈다.

이번 시집에는 섬세한 감성을 담은 시편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노랗게 수놓은 거리를 거닐며 따스한 손길 혹은 가슴 뛰는 체험을 담아냈다.

시인은 빗소리를 자신의 목소리로 여긴다. 그 목소리는 창가 너머 비틀거린 가로등을 지나 아침을 연다.

심지어 심장을 뚫고 들어와 뼛속까지 속삭이며 기다림으로 목마른 마음 한켠 파고들어 후빈다.

때로 허허로운 웃음으로 게으른 시간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시적 화자는 빗소리에 비로소 기지개를 켜며 파닥거린다. 갉아먹힌 상흔도 씻어내며 빗소리를 따라나선다.

이렇듯 빗소리는 생동감과 존재 이유가 되기도 한다. 빗소리는 인생의 무기력함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된다.

"당신/ 참으로 야속합니다// 어느새/ 한들거린 먹구름 사이로/ 가녀린 몸 감추고/ 찾아오라 풍경 소리만 들려줍니다// 당신 그 목소리/ 산사 뒷자락으로 부릅니다// 덩달아 설렘 품고/ 안개의 올가미 하나하나 헤쳐가며/ 빼꼼 내다보지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신/ 애타게 그립습니다// 당신 숨소리만 들어도/ 이 마음 춤을 춥니다/ 당신 사무침 꽃잎에 새겨/ 슬며시 추억 한 장 남겨 둡니다"(시 '바람처럼' 전문)

시인은 바람과 당신을 동일시하며 하소연한다. 바람인 듯 당신인 듯 끝까지 함게 한다. 산사 뒷자락 부르는 목소리에 설렘 품고 안개의 올가미 헤쳐 가며 내다보지만 그 자취는 이내 사라진다.

그는 읽는 이의 마음문을 소롯이 열어 함께 슬픔에 젖게 하는 공감대를 내민다.

시인은 무엇보다 의인화와 이미지 구현, 입체화를 통해 자신만의 언어를 펼쳐보인다.

비가 굵어지자 온몸 휘감는 설렘이 옷자락 적시며 파란 우산 속으로 들어온다.

빗장구 치며 스며든 자리에 톡톡 발길 스치며 속삭인다.

박덕은 한실문예창작 지도교수는 "시의 눈길과 눈빛, 가슴과 마음이 모두 시인 특유의 감성과 느낌 촉감을 소중히 여기며 키워가고 보살피며 보호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 같다"며 "정순애 시인의 시적 형상화는 주로 비와 연관되고 얘기되고 소통되고 있으며 섬세한 감정의 파노라마를 통해 낯설게 하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평했다.

정순애 시인은 지난 2011년 문학공간으로 등단했으며 사진작가와 화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광주시미술대전 최우수상과 3회 특선,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공예사진대전 우수상 등을 받았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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