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을 지켜낸 고구려의 70년 전쟁

입력 2022.08.24. 15:34 최민석 기자
고구려와 수·당 70년 전쟁
임기환 지음/ 동북아역사재단/ 220쪽

삼국 중 가장 북쪽에 자리한 고구려는 건국 초부터 멸망 때까지 800년 동안 중국 및 북방민족과 크고 작은 전쟁을 벌였다.

생존을 위한 싸움이었지만 고구려는 숱한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동북아 최강국으로 올라섰다.

고구려는 7세기 거대제국 수·당나라와 70년 전쟁을 벌이며 '민족의 방파제' 역할을 했다.

70여 년 동안 지속된 전쟁과 그로 인한 격랑의 시대에서 우리는 어떤 물음과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전쟁'이라는 명분은 어리석은 판단을 가리기 위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를 들여다보면 어떤 전쟁이든 발발을 막을 기회는 항상 있었다. 그런데도 결국 전쟁은 일어났고, 오랜 세월 되풀이됐다. 그렇기에 전쟁이 왜 일어나고, 어떻게 마무리되었으며, 그 속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갔는지를 살피는 것은 역사가 주는 성찰이자 교훈이 된다. 70여 년 동안 끊임없이 지속된 전쟁 혹은 전쟁의 위기감 속에 수많은 사람의 삶이 놓였던 시대를 오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최근 나온 임기환 서울교육대 사회과교육과 교수의 '고구려와 수·당 70년 전쟁'은 당시 동북아 정세와 전쟁 후 펼쳐진 중화중심주의 체제 나아가 현재 우리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흘러간 역사를 통해 현재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자는 취지로 쓰여졌다.

7세기에 70년 동안 전개된 고구려·수 전쟁과 고구려·당 전쟁은 동북아시아 정세를 격동으로 몰아갔고, 그 과정에서 국가들 사이 전쟁과 외교, 통합과 분열, 동맹과 대결, 저항과 복속 등을 놓고 숱한 선택이 이어져 왔다. 저자는 70년 전쟁에 대한 객관적 접근과 성찰을 통해 오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격랑 속에 처해 있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역사적 교훈을 찾고자 책을 집필했다.

중국의 동북공정 대응에 앞장서온 저자는 고구려와 수·당 간 70년 전쟁이 민족사적 시각 중심에서 벗어나 전쟁사 일반의 접근법을 통해 다양한 면모와 균형 있는 시각에서 종합적으로 이해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헌자료에 기초해 70년 전쟁의 배경과 국제정세, 전쟁의 발발 원인, 군사력의 규모, 전투 양상, 전쟁의 전개과정 등이 소개돼 있다.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수와의 1·2차 요동성전투, 평양성전투, 당과의 요동성전투, 백암성전투, 안시성전투의 새로운 면모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다.

고구려의 대 수·당 전쟁이 국내의 정치적 상황의 전개, 그리고 백제, 신라와의 관계 변화와 무관하지 않음도 밝혔다.

그동안 고구려와 수·당 전쟁은 민족사적 시각으로 '민족항쟁사'로 다뤄졌다. 반면 저자는 문헌자료에 기초해 70년 전쟁의 배경과 국제 정세, 전쟁 발발 원인, 군사력 규모, 전투 양상, 전쟁 전개 과정 등을 전쟁사 일반 접근 방법으로 살펴봤다. 고구려와 수 전쟁, 고구려와 당 전쟁이란 두 전쟁을 동북아시아 세력권 충돌이라는 관점에서 하나의 전쟁으로 통합하고 '70년 전쟁'이라는 용어도 새롭게 제시했다.

고구려는 결국 70년 전쟁 여파로 당나라에 패망했지만 전쟁에서는 졌어도 역사에서는 패배하지 않았다.

고구려의 대 중국 투쟁은 나당전쟁 승리의 원동력이 됐고 신라와 고려, 조선을 거쳐 오늘날 대한민국을 있게 한 디딤돌이 됐다. 고구려 후손인 우리가 선조들의 피와 희생 위에 이어진 역사를 잇고 고구려를 가슴에 새겨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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