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앉은 그 자리 헤밍웨이가?

입력 2022.08.24. 15:35 최민석 기자
파리 카페
윤석재 지음/ 아르테/ 420쪽.

프랑스 파리는 낭만을 떠올리게 한다. 파리의 낭만을 대표하는 것은 다름 아닌 거리의 수많은 카페들이다.

최근 나온 '파리 카페'는 현지 카페의 면면을 소개한 책이다.

저자는 파리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그 이후에도 수차례 파리를 방문하며 도시 곳곳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온 비디오 아티스트로서 이번에는 파리의 정수인 카페만을 골라 특유의 사진과 함께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파리에서는 어느 카페든 한두 군데는 반드시 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연히 내가 앉은 그 카페의 그 자리가 세계 역사에 이름을 남긴 예술가가 앉았던 자리라는 것을 안다면 감흥은 몇 배가 되지 않을까. 이 책은 이처럼 파리에 처음 카페가 생겨난 이후 현재까지 파리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들러야 할 만한 카페들을 나열하고 그 내력을 샅샅이 소개한다.

파리를 묘사하거나 파리의 카페를 소개하는 책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유서 깊은 카페들을 골라 직접 찾아다니며 정성스럽게 찍은 사진을 곁들이고, 그 연원부터 분위기까지를 살아 있는 글로 보여주는 책은 이 책이 유일할 것이다.

"나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카페에서 보냈다."(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

"대부분 글 쓰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개인적인 카페를 그들 구역에서 가지고 있었다. 어떤 사람도 만나지 않고 글을 쓰기 위한, 책을 읽기 위한, 자기들의 편지를 받아 볼 수 있는 그런 카페를 갖고 있었다."(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장 폴 사르트르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공통점은 파리의 카페에 탐닉했다는 것이다. 사르트르는 언제나 카페 구석자리에 앉아 시몬 드 보부아르와 격렬한 토론을 하고 글을 썼다. 헤밍웨이는 1920년대 파리에서 기자생활을 할 당시 몽파르나스 대로에 있던 '문학카페'들을 다니며 글을 쓰고 친구를 만나고, 파리의 축제를 즐겼다.

파리를 파리답게 하는 것으로 카페를 빼놓을 수는 없다. 사르트르와 헤밍웨이 등 유명한 학자와 예술가들은 파리의 카페에서 예술을 꽃 피웠다. 파리의 카페는 18세기 혁명의 중심이었고, 19세기 카페의 황금기를 겼었고, 20세기에는 예술의 심장이 됐다.

사진작가이자 비디오 아티스트인 윤석재는 책 '파리카페'에서 350년을 이어온 파리의 카페를 소개한다. 100년 이상 유서 깊은 카페들을 골라 직접 찾아다니며 정성스럽게 찍은 사진을 곁들이고, 그 연원부터 분위기까지 보여준다.

그는 파리에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물방울 화가 김창렬을 만났던 추억도 풀어놓았다. 유학생활 중 파리의 카페 '라 쿠폴'에서 이들과 만나 인터뷰를 했고, 나중에 이곳이 1920년대 헤밍웨이를 위시한 문학가들, 파블로 피카소를 비롯한 화가들이 즐겨찾았던 곳임을 알고 시간여행을 한 듯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저자는 "파리에서는 어느 카페든 한두 군데는 반드시 들르기 마련"이라며 "우연히 내가 앉은 카페의 그 자리가 세계 역사에 이름을 남긴 예술가가 앉았던 자리라는 것을 안다면 감흥은 몇 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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