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소설가 이명한씨 자택서 발견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 최종 확인
지난해 3월 사본 이어 원본 규명
일제암흑기 저항의지 정신 뚜렷


나주학생만세운동을 주도했던 독립운동가이자 저항문인 중 한 사람인 이석성(본명 이창신·1914~1948) 선생의 창작시 원고 원본이 발굴돼 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3일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에 따르면 이석성(李石城·1914~1948)의 시 '우리들의 선구자 말라테스타를 애도한다-말라여! 철의 사나이여-'의 일본어 작성 원본이 그의 아들인 이명한 원로소설가(91·광주전남작가회의 고문)의 광주시 남구 방림동 자택에서 지난 10일 오전 광복 77주년을 앞두고 발굴됐다.
특히 이번 발굴은 지난해 3월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가 일본의 시 전문지 '시와 사상'(3월호)에 소개한 이석성 선생의 시 '우리들의 선구자 말라테스타를 애도한다'의 원본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의 작품세계와 활동, 지역문학사 연구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석성은 본명이 이창신으로 나주학생만세시위를 주도했고, 1930년대 호남지역 문인 가운데 유일하게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주창했던 인물이다. 그는 1934년 '신동아'를 통해 정식 등단했다. 데뷔작은 1930년대 나주 제방공사 현장에서 벌어진 일본인 공사감독의 파렴치한 행동과 착취,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는 한국 노동자들의 처절한 삶을 그린 리얼리티 소설 '제방공사'(신동아 1934년 10월~12월호)이며, 193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최종심에 오른 소설 '홍수 전후'를 남겼다.
이석성 시인은 1930년대 한국 문학사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며,지역 출신 용아 박용철과 영랑 김윤식으로 대변되는 순수문학과는 결이 다른 작품세계를 추구했던 문인이었다. 그는 생전 소설가로도 활동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시 '우리들의 선구자 말라테스타를 애도한다-말라여! '는 그동안 원본보다는 사본으로 규명작업이 진행돼 왔다. 또 일본에도 소개됐는데 그 역시 사본에 의한 것이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3월 토요미술사출판판매에서 펴내고 있는 시 전문 월간지 '시와 사상' 3월호(3월1일 발행)의 '손을 잡는 세계의 시인들' 코너에 원문 전체가 수록돼 소개된 바 있다.
9연, 62행으로 이뤄진 이 시는 말라테스타의 죽음을 애도하며 당대 시대 상황 속 저항의 의지가 투영돼 있다. 시의 끝에는 '1932년 8월 구고(舊稿) 중에서'가 붙어 있다. 시 내용에 등장하는 말라테스타는 이탈리아의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를 의미한다.
이와함께 이석성의 일본어 시 한 편이 더 발굴됐다. 이 작품은 친필시이지만 시기나 필명이 명시돼 있지 않은데다 판독이 쉽지 않아 규명 작업에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시 제목을 알 수 없는 가운데 시는 2연 21행으로 구성돼 있다. 이석성은 1932년에 아나키즘 시에 천착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번에 발굴된 이 시 역시 집필시기가 1932년께로 추정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정훈 교수는 이명한 원로소설가로부터 책갈피 사이에 끼워둔 원본을 찾아냈다는 연락을 지난 10일 받고 직접 자택을 방문해 확인했다.
한편 1929년 11월 나주농업보습학교 2학년(15세)이었던 이석성 시인은 나주학생만세시위를 주도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듬해 2월 독자적으로 만세시위를 추진하다 또 경찰에 붙잡혔고 재판을 받았다. 선생은 지난 2019년 독립유공자로 추서됐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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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땅의 선생님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연대
384'교사'는 사회적으로 존경 받고 선망의 대상이었던 직업이었다.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교사의 권위는 추락했고 명예퇴직 등으로 교단을 떠나거나 거세진 노동 강도, 학부모 등과 갈등 혹은 스트레스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도 급증하는 등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교사는 아이들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자해의 상처를 가리기 위해 온몸에 문신을 한 학생과도, 술과 도박에 빠진 학생과도, 학교 폭력을 저지른 가해자 학생과도 선생님은 마주 앉아야 하고 손을 내밀어줘야 한다. 그를 피의자나 가해자가 아니라 성장해 가야 할 학생으로 바라봐야 한다. 비록 직업 교사일지라도 아이들은 '선생님'이라 부르며 따르기 때문이다.최근 나온 무등일보 신춘문예 출신 장정희 작가의 에세이 '존경 따위 넣어둬- 365일 퇴직을 생각하는 선생님들께'(꿈의 지도刊)는 입시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무사히 40여 년을 버텨낸 어느 국어교사이자 소설가의 생존기다.자신의 실수와 시행착오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제자들과 동료들에게 바치는 고해성사이고, 오늘도 교실과 복도를 오가며 고군분투하는 선생님들께 건네는 연대의 손길이기도 하다. 장정희 작가는 '내 글이 혹한의 시간을 건너갈 누군가의 마음을 덥히는 작은 촛불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촛불 한 자루의 힘을 믿는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단호히 한마디를 덧붙인다. '존경 따위 넣어둬'라고!해녀는 극한 노동을 온몸으로 버텨내다 마침내 물 밖으로 나와 오래 참았던 '숨비소리'를 내지른다. 생명을 건 처절한 전쟁터인 바닷속에서 몸이 파랗게 얼어붙을 때까지 참고 참았던 숨. 숨비소리가 필요한 건 해녀만이 아니다. 바닷속에서 숨을 참고 잠수하듯 모두가 현실 깊숙이 잠수한 채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 모두에게 잠시라도 숨구멍이 필요하다.저자는, 교사로서 오래 버티기 위해서는 꼭 '자기만의 숨구멍' 테왁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자신에게는 그 숨구멍이 글쓰기였다고.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어서 늘 사표를 품고 다녔지만 사실은 교직에 있었기 때문에 글을 쓸 수 있었고, 글쓰기의 힘으로 간신히 교사로서의 삶도 버틸 수 있었다.장정희 작가는 특히 서이초 교사 사건처럼 저연차 선생님들의 비극을 사회면에서 접할 때면 누구라도 나서서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마음이 아프다.물론 현실에서는 정말 이상한 교사도 많다. 어떤 사람은 학교가 지옥 같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교사에 대해 나쁜 기억만 가진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선생님들께 어느 정도는 빚지고 있다. 언젠가는 학생이었고, 학생을 맡기는 학부모이기도 하며, 교사가 될 수도 있고, 교사를 가족으로 둘 수도 있어서다.장정희 작가는 "이 글은 오늘도 교실과 복도를 오가며 고군분투하는 선생님들께는 연대의 손길"이라며 "내 글이 혹한의 시간을 건너갈 누군가의 마음을 덥히는 작은 촛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그는 영광에서 태어나 전남대 국문과를 나와 고교 국어교사로 40년을 일했다. 지난 1995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4년 '문학과 경계' 신인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홈, 스위트 홈', 느림에 관한 여행 에세이 '슬로시티를 가다', 청소년 소설 '빡치GO 박차GO', '사춘기 문예반', 역사소설 '옥봉' 등이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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