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의 현대적 감성으로 풀어낸 내적 체험

입력 2022.08.23. 10:53 최민석 기자
김화정 시인 시조집 '그 말 이후' 출간
일제강점기·분단 역사 통일 염원 담아
인도 여행길 넓고 다양한 서정 펼쳐내
특유 서정성과 통찰력 자아 사물 관조

김화정 시인이 자신의 첫 시조집 '그 말 이후'(아꿈刊)를 펴냈다.

이번 시조집은 1부 바람꽃에 얹혀 울다, 2부 내 안의 하피첩, 3부 봄, 나무에 기대어, 4부 회복기로 각각 구성됐다.

김 시인은 첫 시조집을 통해 그동안 보여주었던 시적 감성을 전통적 정서의 조화를 이루어 내어 시조의 현대적 감성으로 재현하려고 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뭇 생명들이 나름의 성장통을 밟고 일어서는 모습에 자신의 삶을 오버랩하며 성찰의 사유를 펼친다.

그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힘겹게 페달을 밟아가는 삶'의 흔적을 과거에 두지 않고 곧잘 현재로 데려온다. 가난하고 힘들지만 이러한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이끄는 동력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또 '개펄에 뒹굴다'와 '목넘어 길' 등 시편을 통해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숨 건 생존담을 섬세하게 풀어내기도 한다.

그는 이들의 삶을 들춤으로써 단순한 자기반성이 아닌 내적 체험을 통한 자아 성찰을 유도한다. 이어 냉엄한 분단의 현실과 평화통일에 대한 염원, 일제 강점기가 남긴 아픈 역사, 무수한 민중들의 희생을 노래한 시편들을 통해 민족의 상흔을 보듬는다.

이와함께 인도 여행길에서 만난 몇 편의 시들을 포함한다면 김화정 시인이 펼쳐 놓은 서정 세계는 넓고도 다양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개별성으로 존재하는 정서가 아니라 공동체적 슬픔이며 그리움이며 사랑으로 다가온다. 시인은 이 다채로운 장면들을 마주하면서도 시적 대상과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섣불리 감정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나'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라는 인식으로, 소통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시인은 '그 말 이후' 오지 않은 '너'를 생각한다. 말은 참요(예언)나 친교(정서 표현), 의사 표현, 정보 전달 등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며 자기를 드러내는 수단이 된다. 우리는 말을 통해 상대와 관계를 맺기도 하고, 등을 돌리기도 한다. 말에 관한 속담이 즐비한 까닭도 말 한마디의 의미와 여운이 크다는 걸 증명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집 제목인 '그 말 이후'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의미를 품는다.

이송희 시인은 해설에서 "뭇 생명들이 나름의 성장통을 밟고 일어서는 모습에 자신의 삶을 오버랩하며 성찰의 사유를 펼친다"고 평했다. 임채성 시인은 추천사에서 "김화정 시인은 서정성과 통찰력으로 자아와 사물을 정감 있게 관조한다. 그는 자연에 투사된 존재들의 빛과 그늘을 탐색하며 그 근원을 찾아가는 여행자이다"라고 표현했다.

김화정 시인은 화순에서 태어나 지난 2008년 '시와 상상' 신인상에 시, 2010년 영주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각각 당선,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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