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 R.선스타인 지음/ 열린책들/ 136쪽

'넛지'의 저자로 알려진 캐스 R.선스타인은 신간 '항행력'을 통해 "목표에 효과적으로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 능력"에 대해 말한다.
전작을 통해 '넛지'의 개념을 소개하며 선구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의 위치에 올랐지만 선스타인은 오랜 기간 '넛지'가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선택자의 자유를 빼앗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선스타인은 이번 책을 통해 '넛지'를 일종의 내비게이션에 비유한다. 운전자의 선택의 자유는 보존하되 가장 효율적인 길을 안내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나아가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던 자유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며 '항행력'을 언급한다. 진정한 자유를 누리려면 '선택의 자유' 못지않게 "삶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능력, 즉 항행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선스타인에 따르면 우리 인생에는 항행력이 필요하다. 건강이나 돈, 일자리, 자녀, 혹은 인간관계의 문제와 관련해, 사람들은 각자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내비게이션과 같은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항행력이 잘 갖춰진 사회는 넛지를 통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행위자를 이끈다. 올바른 의사와 변호사를 만나게 해주고, 올바른 일자리와 올바른 양육 조언가를 찾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과거 미국 농무부가 시민들의 건강한 식습관을 홍보하기 위해 '푸드 피라미드'를 만들었다. 처음 만들어진 '푸드 피라미드'의 아이콘은 시각적으로 혼란스럽고 사람들이 무엇을 얼마나 섭취해야 할지 구체적인 지침도 없었다.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하게 알지 못할 때 행동을 바꾸려 들지 않는다. 이후 개선된 아이콘이 '푸드 플레이트'다. 접시 모양의 그림에 섭취해야 할 식품들의 비율이 한눈에 잘 드러났다. 시각적 정보 개선을 통해 항행력을 높여 준 사례이다. 항행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훌륭한 도시는 누구든 쉽게 돌아다닐 수 있고, 훌륭한 공항이나 웹 사이트도 그렇다. 그것은 넛지의 목표이기도 하다.
다만 우리 사회가 특정 계층에게 더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넛지의 윤리적 고민은 필요하다. 선스타인은 201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에스테르 뒤플로의 말을 인용하며, 가난한 계층에서 낮은 항행력이 어떻게 중대한 문제로 불거지는지 설명한다. 이제 그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일을 멈추고 우리가(부유한 사람들) 누리고 있는 사치를 그들에게 나눠 줄 방법에 대해 고민하자. 여기서 사치란 많은 의사결정이 우리를 위해 내려진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올바른 궤도 위에 서 있게 된다. 그러나 가난한 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잘못된 궤도로 들어서게 된다. 넛지는 빈부의 격차에 관계 없이 공정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저자는 에스테르 뒤플로의 말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진정한 자유는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지 매번 샛길에서 길을 잃는 게 아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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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한강 "尹 파면은 보편적 가치 지키는 일" 한강 작가의 한 줄 성명문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를 비롯해 국내 문학계 종사자 414명이 25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을 촉구했다.이날 문학인 414명이 배포한 '피소추인 윤석열의 파면을 촉구하는 작가 한 줄 성명'에서 작가들은 "12·3 불법 비상계엄으로 탄핵 소추된 윤석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이유 없이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파면 선고가 지연됨에 따라 극우 세력이 발하고 혐오와 폭력이 횡행하는 등 사회 혼란은 극심해지는 등 민주주의는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고 강조했다.한강 작가는 한 줄 성명에서 "훼손되지 말아야 할 생명, 자유, 평화의 가치를 믿는다"며 "파면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고 밝혔다.이 성명에는 한강 작가를 비롯해 김연수, 김초엽, 김혜순, 은희경 등의 작가들이 참여했다.김연수 소설가는 "늦어도 다음 주 이맘때에는, 정의와 평화로 충만한 밤이기를"이라고 말했고, 김초엽 소설가는 "제발 빠른 파면을 촉구합니다. 진심 스트레스받아서 이 한 줄도 못 쓰겠어요. 빨리 파면 좀!"이라고 파면을 촉구했다.또 김혜순 시인은 "우리가 전 세계인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해다오, 제발", 은희경 소설가는 "민주주의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김형중 문학평론가는 "권력은 국민이 위임한 힘이다. 국민은 광인들에게 권력을 위임한 적이 없다"며 "광인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전했다.25일 한국작가회의가 서울 광화문 농성촌 앞에서 진행한 '전국 문학인 2487인 긴급 시국선언'에서 김미승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이 규탄문을 낭독하고 있다.한편 한국작가회의는 이날 오후 광화문 농성촌 천막 앞에서 '전국 문학인 2487인 긴급 시국선언'을 가졌다.이날 시국선언에서 규탄 및 촉구 발언을 한 김미승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은 "노벨문학상 수상과 더불어 K-문화는 세계를 선도해가고 있는데, 정치는 바닥을 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란수괴 윤석열은 자칭 애국시민이라 부르는 자들을 부추겨 서울 서부지법 폭동을 시작으로 법과 질서를 무시한 무법 천지를 만들고 있다"며 "헌재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고 규탄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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