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힘의 원천

입력 2022.08.18. 11:26 최민석 기자
항행력
캐스 R.선스타인 지음/ 열린책들/ 136쪽

'넛지'의 저자로 알려진 캐스 R.선스타인은 신간 '항행력'을 통해 "목표에 효과적으로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 능력"에 대해 말한다.

전작을 통해 '넛지'의 개념을 소개하며 선구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의 위치에 올랐지만 선스타인은 오랜 기간 '넛지'가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선택자의 자유를 빼앗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선스타인은 이번 책을 통해 '넛지'를 일종의 내비게이션에 비유한다. 운전자의 선택의 자유는 보존하되 가장 효율적인 길을 안내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나아가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던 자유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며 '항행력'을 언급한다. 진정한 자유를 누리려면 '선택의 자유' 못지않게 "삶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능력, 즉 항행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선스타인에 따르면 우리 인생에는 항행력이 필요하다. 건강이나 돈, 일자리, 자녀, 혹은 인간관계의 문제와 관련해, 사람들은 각자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내비게이션과 같은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항행력이 잘 갖춰진 사회는 넛지를 통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행위자를 이끈다. 올바른 의사와 변호사를 만나게 해주고, 올바른 일자리와 올바른 양육 조언가를 찾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과거 미국 농무부가 시민들의 건강한 식습관을 홍보하기 위해 '푸드 피라미드'를 만들었다. 처음 만들어진 '푸드 피라미드'의 아이콘은 시각적으로 혼란스럽고 사람들이 무엇을 얼마나 섭취해야 할지 구체적인 지침도 없었다.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하게 알지 못할 때 행동을 바꾸려 들지 않는다. 이후 개선된 아이콘이 '푸드 플레이트'다. 접시 모양의 그림에 섭취해야 할 식품들의 비율이 한눈에 잘 드러났다. 시각적 정보 개선을 통해 항행력을 높여 준 사례이다. 항행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훌륭한 도시는 누구든 쉽게 돌아다닐 수 있고, 훌륭한 공항이나 웹 사이트도 그렇다. 그것은 넛지의 목표이기도 하다.

다만 우리 사회가 특정 계층에게 더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넛지의 윤리적 고민은 필요하다. 선스타인은 201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에스테르 뒤플로의 말을 인용하며, 가난한 계층에서 낮은 항행력이 어떻게 중대한 문제로 불거지는지 설명한다. 이제 그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일을 멈추고 우리가(부유한 사람들) 누리고 있는 사치를 그들에게 나눠 줄 방법에 대해 고민하자. 여기서 사치란 많은 의사결정이 우리를 위해 내려진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올바른 궤도 위에 서 있게 된다. 그러나 가난한 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잘못된 궤도로 들어서게 된다. 넛지는 빈부의 격차에 관계 없이 공정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저자는 에스테르 뒤플로의 말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진정한 자유는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지 매번 샛길에서 길을 잃는 게 아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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