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펼쳐낸 삶의 긍정적 의지와 해학

입력 2022.08.16. 18:16 최민석 기자
유진수 첫 시집 '바로 가는 이야기는 없다네' 출간
술술 읽히는 시구 속 웃음 내재
사물과 감정 경험 사유화로 포장
깨닫지 못한 진리와 지혜 담아내

어떤 시도 현실을 위해 복무할 때만 그 존재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

유진수 시인의 시는 현실을 기점으로 출발해 보다 정련된 현실로 마무리하기에 늘 현재적이다.

유진수 시인이 첫 시집 '바로 가는 이야기는 없다네'(문학들刊)를 펴냈다.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히는 시구 속에 웃음이 풋, 하고 터지는 해학이 돋보인다.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삶의 이면을 간파해 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달팽이의 항변'은 집이 짐이고 짐이 집인 세상에 대한 깨달음의 소산이자, 아무리 힘겨운 삶이라도 긍정하려는 의지의 소산이다.

그렇다고 그의 시가 마냥 가볍고 따스한 것만은 아니다. 소소한 일상을 끌어안고 긍정하려는 시인의 근저에는 폭풍과 피투성이, 그리고 절망이 자리한다.

"김치찌개 끓이던/아내의 원피스에 짓국이 튀었다//새로 산 꽃무늬 원피스/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군살 붙은 농을 할까/시답잖게 약을 올릴까/하다, 문득//야, 꽃이 폈네 폈어!/하니, 싸악//웃는다/꽃이 웃는다"('꽃'전문)

유 시인은 세상에서 바로 가는 이야기는 없다고 믿는다. 그에게 세상이란 돌고 돌아 길 너머 길이 되는 완행열차와 같다.

때로 현실을 가다듬기 위한 성찰이나 속다짐의 장치로 빌리게 되는 과거는 시제상 과거일 뿐 미래지향적 현실의 조동사 역할을 한다.

그에게 현실은 현재라는 시간의 구체적 실천무대여서 그는 늘 현실에 초점을 맞추어 감정을 다스리고 의지를 북돋운다.

그는 그래서 자신을 포함한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시적 주체로서의 소임을 다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는 현실의 생활과 동떨어진 언어를 고문하고 비틀고 퍼즐 맞추듯 조작하는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이처럼 그의 시는 하나 같이 일상생활에서 조우하는 사물과 감정, 경험을 진지한 사유화를 통해 새롭게 의미화한다.

일상과 밀착된 낮고 평범하며 소소한 사건과 사물을 통해 궁극의 본질과 맞닿은 보편적 가치를 성실하게 추구한다.

김규성 시인은 "유진수는 늘 곁에 있는 것도 새롭게 보고, 가까이 있었어도 그냥 지나쳐온 사물과 현상을 새삼 돌이켜 보며 그 속에서 미처 깨닫지 못한 진리와 지혜를 발굴해 되새긴다. 성실하고 진지한 자세로 맞이하는 일상생활에서, 경험을 통해 익힌 시어를 따뜻한 정감과 성찰적 사유로 담아낸다"며 "가장 가까이에서 현재를 공유하는 이웃과 사물을 자연스럽게 돋보여 주는 것이다. 그 편 편은 곧 남도라는 현실 속의 시적 유토피아와 공동 작업을 한 특산품이다"고 평했다.

유진수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났다. 국문학과 독서교육학을 공부했고 2021년 '세종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현재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 독서저널 '책읽는광주' 발행인, 세종문화예술협동조합 대표이사이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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