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읽히는 시구 속 웃음 내재
사물과 감정 경험 사유화로 포장
깨닫지 못한 진리와 지혜 담아내

어떤 시도 현실을 위해 복무할 때만 그 존재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
유진수 시인의 시는 현실을 기점으로 출발해 보다 정련된 현실로 마무리하기에 늘 현재적이다.
유진수 시인이 첫 시집 '바로 가는 이야기는 없다네'(문학들刊)를 펴냈다.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히는 시구 속에 웃음이 풋, 하고 터지는 해학이 돋보인다.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삶의 이면을 간파해 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달팽이의 항변'은 집이 짐이고 짐이 집인 세상에 대한 깨달음의 소산이자, 아무리 힘겨운 삶이라도 긍정하려는 의지의 소산이다.
그렇다고 그의 시가 마냥 가볍고 따스한 것만은 아니다. 소소한 일상을 끌어안고 긍정하려는 시인의 근저에는 폭풍과 피투성이, 그리고 절망이 자리한다.
"김치찌개 끓이던/아내의 원피스에 짓국이 튀었다//새로 산 꽃무늬 원피스/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군살 붙은 농을 할까/시답잖게 약을 올릴까/하다, 문득//야, 꽃이 폈네 폈어!/하니, 싸악//웃는다/꽃이 웃는다"('꽃'전문)
유 시인은 세상에서 바로 가는 이야기는 없다고 믿는다. 그에게 세상이란 돌고 돌아 길 너머 길이 되는 완행열차와 같다.
때로 현실을 가다듬기 위한 성찰이나 속다짐의 장치로 빌리게 되는 과거는 시제상 과거일 뿐 미래지향적 현실의 조동사 역할을 한다.
그에게 현실은 현재라는 시간의 구체적 실천무대여서 그는 늘 현실에 초점을 맞추어 감정을 다스리고 의지를 북돋운다.
그는 그래서 자신을 포함한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시적 주체로서의 소임을 다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는 현실의 생활과 동떨어진 언어를 고문하고 비틀고 퍼즐 맞추듯 조작하는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이처럼 그의 시는 하나 같이 일상생활에서 조우하는 사물과 감정, 경험을 진지한 사유화를 통해 새롭게 의미화한다.
일상과 밀착된 낮고 평범하며 소소한 사건과 사물을 통해 궁극의 본질과 맞닿은 보편적 가치를 성실하게 추구한다.
김규성 시인은 "유진수는 늘 곁에 있는 것도 새롭게 보고, 가까이 있었어도 그냥 지나쳐온 사물과 현상을 새삼 돌이켜 보며 그 속에서 미처 깨닫지 못한 진리와 지혜를 발굴해 되새긴다. 성실하고 진지한 자세로 맞이하는 일상생활에서, 경험을 통해 익힌 시어를 따뜻한 정감과 성찰적 사유로 담아낸다"며 "가장 가까이에서 현재를 공유하는 이웃과 사물을 자연스럽게 돋보여 주는 것이다. 그 편 편은 곧 남도라는 현실 속의 시적 유토피아와 공동 작업을 한 특산품이다"고 평했다.
유진수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났다. 국문학과 독서교육학을 공부했고 2021년 '세종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현재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 독서저널 '책읽는광주' 발행인, 세종문화예술협동조합 대표이사이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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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한강 "尹 파면은 보편적 가치 지키는 일" 한강 작가의 한 줄 성명문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를 비롯해 국내 문학계 종사자 414명이 25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을 촉구했다.이날 문학인 414명이 배포한 '피소추인 윤석열의 파면을 촉구하는 작가 한 줄 성명'에서 작가들은 "12·3 불법 비상계엄으로 탄핵 소추된 윤석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이유 없이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파면 선고가 지연됨에 따라 극우 세력이 발하고 혐오와 폭력이 횡행하는 등 사회 혼란은 극심해지는 등 민주주의는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고 강조했다.한강 작가는 한 줄 성명에서 "훼손되지 말아야 할 생명, 자유, 평화의 가치를 믿는다"며 "파면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고 밝혔다.이 성명에는 한강 작가를 비롯해 김연수, 김초엽, 김혜순, 은희경 등의 작가들이 참여했다.김연수 소설가는 "늦어도 다음 주 이맘때에는, 정의와 평화로 충만한 밤이기를"이라고 말했고, 김초엽 소설가는 "제발 빠른 파면을 촉구합니다. 진심 스트레스받아서 이 한 줄도 못 쓰겠어요. 빨리 파면 좀!"이라고 파면을 촉구했다.또 김혜순 시인은 "우리가 전 세계인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해다오, 제발", 은희경 소설가는 "민주주의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김형중 문학평론가는 "권력은 국민이 위임한 힘이다. 국민은 광인들에게 권력을 위임한 적이 없다"며 "광인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전했다.25일 한국작가회의가 서울 광화문 농성촌 앞에서 진행한 '전국 문학인 2487인 긴급 시국선언'에서 김미승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이 규탄문을 낭독하고 있다.한편 한국작가회의는 이날 오후 광화문 농성촌 천막 앞에서 '전국 문학인 2487인 긴급 시국선언'을 가졌다.이날 시국선언에서 규탄 및 촉구 발언을 한 김미승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은 "노벨문학상 수상과 더불어 K-문화는 세계를 선도해가고 있는데, 정치는 바닥을 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란수괴 윤석열은 자칭 애국시민이라 부르는 자들을 부추겨 서울 서부지법 폭동을 시작으로 법과 질서를 무시한 무법 천지를 만들고 있다"며 "헌재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고 규탄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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