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문화는 보수·개방·창조성의 집약
맺힘과 풀림의 미학 민속문화 짚어내

많은 이들은 진도를 민속의 보고 혹은 예향이라 부른다.
진도는 우리 문화의 원형이 살아있는 땅이다.
나경수 전남대 명예교수가 '진도(珍島'(민속원刊)를 펴냈다.
이 책은 나 교수의 100번째 저서다. 책의 부제는 진도지역의 지정학적 배경과 민속문화적 대응이다.
이번 저술은 그가 현재까지 진도학회장을 맡아 다양한 민속현장을 누비며 연구와 조사를 병행해 온 결과물이자 고향인 진도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 저술이다.
함께 떠오르는 사람들, 꿈과 기억 속에 언뜻언뜻 나타나는 3차원 이상의 풍경, 그리고 즐겁고, 안온하고, 또 뭘 잘 모르던 시절의 일들이며, 이런 것들이 한데 버무러진 아련한 느낌에 순간순간 빠져들게 하는 마법 같은 낱말이 고향이다. 그러나 고향에는 항상 부채감이 있다. 얼마라는 계산을 할 수도 없고, 그래서 평생을 살아도 갚을 수 없는 부채감이다.
그는 언젠가 한번은 고향에 대한 글을 완성해야 한다는 그런 막연히 감상 섞인 의무감에 젖어 살았다. 더구나 민속 전공으로 이것저것 글을 쓰는 입장이라서 이러한 의무감은 더했다. 진도가 고향인 민속학자에게 부과되는 당연한 의무라도 되는 듯 '진도군지'의 편찬 책임을 맡으면서 의무감은 커졌다. 크고 작은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작아만 보이던 진도가 우주만큼 크게 느껴졌다. 속속들이 아는 것도 불가능할뿐더러 거칠게나마 알고자 해도 접근의 한계는 너무나도 뚜렷했다.
정부는 지난 2013년 8월 전국 최초로 진도군을 '문화예술특구'로 지정했다.
그가 활동 중인 진도학회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제학술대회와 전국학술대회 등을 통해 진도의 역사와 문화, 예술과 민속 등에 대해 학술적 문제제기와 해결, 발전을 위한 논의를 펼치는 등 특구 지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책은 1부 진도의 문화적 전경과 민속문화의 역사적 배경을 시작으로 생사의 갈림길을 여는 굿과 상장의예, 죽음의 집단기억으로서 마을신앙, 맺힘과 풀림의 미학으로서 예능민속 등 총 4부를 통해 진도지역의 민속문화의 의미와 역사를 심도 있게 서술했다.
나 교수는 먼저 한국 현대서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소전 손재형과 의재 허백련에 주목했다.
이들은 진도 서맥과 화맥을 계승, 발전의 디딤돌을 놓은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로 평가했다.
소전은 '소전체'라는 독특한 서체를 통해 탈속의 경지를 통해 추사 김정희 이래 최고의 서예가로 불린다.
의재는 남종화의 대가로 한국 화단의 예술적 지평을 넓혀 현대 한국화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며 수많은 문하생을 길러냈다.
진도 출신 국악인으로는 가장 걸출한 인물로 대금산조를 창시한 박종기를 꼽았다.
나 교수는 무엇보다 독특한 인문지리적 환경이 진도를 이해하는 열쇠라고 봤다.
과거 인구가 10만명이 살던 때도 1년만 농사 지으면 진도 사람들은 3년을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먹거리가 넘쳐났다.
그러나 진도의 천혜의 자연적 조건과는 달리 역사적 조건은 녹록치 않았다. 한국전쟁사에 있어 전면전이 일어날 경우 진도는 항상 그 중심에 있었다.
세계 전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비롯, 구한말 동학혁명의 마지막 격전지로 밝혀질만큼 진도는 예외 없이 격전지로 각 시대마다 인적 물적 피해는 물론 정신적인 피폐화로 멍이 들기 일쑤였다.
진도는 이렇듯 자연적 조건과 역사적 조건이 이율배반적이다.
그는 그동안의 연구성과와 학술적 의미를 토대로 진도의 문화를 보수성, 개방성, 창조성의 집약체이자 수많은 문화 요소의 복합적 총체로 규정했다.

그는 "용기와 두려움을 함께 겪도록 하는 묘한 여운을 지금도 느끼며 책 표지에 이름이 들어가는 100번째 책으로 고향을 담고 싶었다"며 "좀 더 적극적이고 치밀하며 폭넓고 구조적으로 살피지 못한 채 책을 세상에 내보낸다"고 말했다.
나경수 교수는 55년 진도에서 태어난 덕택에 어려서부터 민속에 친숙했으며, 81년부터 전남대 대학원에서 지도교수 지춘상 선생의 문하에서 민속학을 공부한 후 89년 전남대 교수로 임용, 올해 정년퇴임했다. 저서로 '한국민속학의 미래적 가치' 등 다수가 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동화는 동심을 끄집어내 인간을 이해시키는 장르" 동화는 다양한 문학장르 중 의미와 상징이 풍부하고 분명하며 효과적으로 짤 짜인 이야기이자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분야로 '모험 플롯'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장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이성자 동화작가는 최근 '국제PEN 광주' 22호에 실린 '뜻밖의 선물, 아동문학에서 찾아라- 모험 플롯의 전형은 동화'라는 소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그는 "그림 형제가 수집한 '세 가지 말'은 모험 플롯의 원형적 모형"이라며 "독자들의 초점은 아들이 떠나는 것, 즉 여행에 맞춰지는데 아들이 많은 것을 배우고 보다 인간답게 사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기다리는 것이 얼개"라고 주장했다.그는 효과적 모험 플롯 창조를 위해 주인공과 힘께 모험을 떠날 것과 흥미로운 상황에 관심을 집중할 것, 설득력의 결정 요소는 믿음, 주인공과 모험 자체를 즐길 것 등을 주문했다.또 "동화 속 모험 이야기는 시간의 연결고리와 다음에 주어지는 사건에 주된 관심을 보인다"며 "이는 등장인물의 정신적 측면을 고양시키는 내면의 인식이나 성찰 등은 일부러 보이지 않고 다만 이야기의 과정을 보여주는 장소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이어 "소설을 동화로 각색한 조나단의 '걸리버 여행기'에서도 인간을 작게 또는 크게 확대해 들여다볼 때 그 불완전함과 역겨움 등을 충분히 표현했다"며 "이처럼 동화 속 모험 이야기에서는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에 대한 설득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각, 청각, 후각의 감각까지를 완전하게 제공하며 결국 모험 이야기는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에 푹 빠져 함께 여행을 즐기며 인간을 이해하는 틀을 제공한다"고 역설했다.그는 "동화 속에서는 인간이 소유하고 있는 동심을 불러내어 인간에 대한 고민을 찾는다"며 "오늘날처럼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려면 사물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통찰력이 필요한데 그 비판력과 통찰력은 결국 인문학적 훈련을 통해 강화될 수 있으며 인문학의 기본은 아동문학에서 출발한다"고 피력했다.이성자 작가는 영광에서 태어나 명지대 대학원 문예창작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아동문학평론 신인상, 동아일보신춘문예와 어린이문화신인대상 문학부문에 당선됐다. 우리나라 좋은동시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계몽아동문학상, 눈높이아동문학상, 한정동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지은 책으로는 '너도 알 거야', '키다리가 되었다가 난쟁이가 되었다가' 등 다수가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 정감과 사유의 조화···'가사'를 논하다
- · "광주서 '세계문학축전' 개최하자"
- · 북토크·북스테이···'동네 사랑방' 자리매김
- · '제2의 한강 꿈꾸는 예비작가들 다 모여라'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