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의 땅' 진도, 진면목을 본다

입력 2021.07.07. 19:25 최민석 기자
나경수 전남대 명예교수 '진도' 출간
진도문화는 보수·개방·창조성의 집약
맺힘과 풀림의 미학 민속문화 짚어내
운림산방

많은 이들은 진도를 민속의 보고 혹은 예향이라 부른다.

진도는 우리 문화의 원형이 살아있는 땅이다.

나경수 전남대 명예교수가 '진도(珍島'(민속원刊)를 펴냈다.

이 책은 나 교수의 100번째 저서다. 책의 부제는 진도지역의 지정학적 배경과 민속문화적 대응이다.

이번 저술은 그가 현재까지 진도학회장을 맡아 다양한 민속현장을 누비며 연구와 조사를 병행해 온 결과물이자 고향인 진도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 저술이다.

함께 떠오르는 사람들, 꿈과 기억 속에 언뜻언뜻 나타나는 3차원 이상의 풍경, 그리고 즐겁고, 안온하고, 또 뭘 잘 모르던 시절의 일들이며, 이런 것들이 한데 버무러진 아련한 느낌에 순간순간 빠져들게 하는 마법 같은 낱말이 고향이다. 그러나 고향에는 항상 부채감이 있다. 얼마라는 계산을 할 수도 없고, 그래서 평생을 살아도 갚을 수 없는 부채감이다.

그는 언젠가 한번은 고향에 대한 글을 완성해야 한다는 그런 막연히 감상 섞인 의무감에 젖어 살았다. 더구나 민속 전공으로 이것저것 글을 쓰는 입장이라서 이러한 의무감은 더했다. 진도가 고향인 민속학자에게 부과되는 당연한 의무라도 되는 듯 '진도군지'의 편찬 책임을 맡으면서 의무감은 커졌다. 크고 작은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작아만 보이던 진도가 우주만큼 크게 느껴졌다. 속속들이 아는 것도 불가능할뿐더러 거칠게나마 알고자 해도 접근의 한계는 너무나도 뚜렷했다.

정부는 지난 2013년 8월 전국 최초로 진도군을 '문화예술특구'로 지정했다.

그가 활동 중인 진도학회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제학술대회와 전국학술대회 등을 통해 진도의 역사와 문화, 예술과 민속 등에 대해 학술적 문제제기와 해결, 발전을 위한 논의를 펼치는 등 특구 지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진도' 출간

책은 1부 진도의 문화적 전경과 민속문화의 역사적 배경을 시작으로 생사의 갈림길을 여는 굿과 상장의예, 죽음의 집단기억으로서 마을신앙, 맺힘과 풀림의 미학으로서 예능민속 등 총 4부를 통해 진도지역의 민속문화의 의미와 역사를 심도 있게 서술했다.

나 교수는 먼저 한국 현대서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소전 손재형과 의재 허백련에 주목했다.

이들은 진도 서맥과 화맥을 계승, 발전의 디딤돌을 놓은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로 평가했다.

소전은 '소전체'라는 독특한 서체를 통해 탈속의 경지를 통해 추사 김정희 이래 최고의 서예가로 불린다.

의재는 남종화의 대가로 한국 화단의 예술적 지평을 넓혀 현대 한국화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며 수많은 문하생을 길러냈다.

진도 출신 국악인으로는 가장 걸출한 인물로 대금산조를 창시한 박종기를 꼽았다.

나 교수는 무엇보다 독특한 인문지리적 환경이 진도를 이해하는 열쇠라고 봤다.

과거 인구가 10만명이 살던 때도 1년만 농사 지으면 진도 사람들은 3년을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먹거리가 넘쳐났다.

그러나 진도의 천혜의 자연적 조건과는 달리 역사적 조건은 녹록치 않았다. 한국전쟁사에 있어 전면전이 일어날 경우 진도는 항상 그 중심에 있었다.

세계 전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비롯, 구한말 동학혁명의 마지막 격전지로 밝혀질만큼 진도는 예외 없이 격전지로 각 시대마다 인적 물적 피해는 물론 정신적인 피폐화로 멍이 들기 일쑤였다.

진도는 이렇듯 자연적 조건과 역사적 조건이 이율배반적이다.

그는 그동안의 연구성과와 학술적 의미를 토대로 진도의 문화를 보수성, 개방성, 창조성의 집약체이자 수많은 문화 요소의 복합적 총체로 규정했다.

나경수 전남대 명예교수

그는 "용기와 두려움을 함께 겪도록 하는 묘한 여운을 지금도 느끼며 책 표지에 이름이 들어가는 100번째 책으로 고향을 담고 싶었다"며 "좀 더 적극적이고 치밀하며 폭넓고 구조적으로 살피지 못한 채 책을 세상에 내보낸다"고 말했다.

나경수 교수는 55년 진도에서 태어난 덕택에 어려서부터 민속에 친숙했으며, 81년부터 전남대 대학원에서 지도교수 지춘상 선생의 문하에서 민속학을 공부한 후 89년 전남대 교수로 임용, 올해 정년퇴임했다. 저서로 '한국민속학의 미래적 가치' 등 다수가 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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