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금덕 할머니 수상 무산은 '반인권'" 시민사회 분노 확산

입력 2022.12.12. 18:10 안혜림 기자
학벌없는시민모임 "국민 자존심 훼손 우려"
수상 불발시 '인권상 반환' 의사 밝혀
시민들 자체 제작 '우리들의 인권상' 수상도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11일 오후 광주 서구 이금주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장 1주기 추모식에서 양 할머니에게 '우리들의 인권상'과 꽃다발을 건넸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91)에 대한 국민훈장 모란장 서훈이 외교부 제동으로 무산되면서 시민사회의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광주지역 교육사회단체로 올해 양 할머니가 수상자로 선정된 국가위원회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 이력을 가진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은 12일 성명을 통해 "양 할머니의 수상이 무산된다면 지난해 받았던 인권상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모임은 "윤석열 정부와 외교부의 일본 눈치보기로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 계획이 일그러졌다"며 "최고 영예로 여겨지는 인권상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흔들린다면 상은 반인권과 타협한 증거가 될 뿐이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가 인권상 수상을 어긋낸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두번째다"며 "당시에는 보수언론과 단체들이 색깔론으로 분위기를 흔들자 행안부가 '검증이 부실했다'며 수상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입김으로 인한 수상 취소가 재발되면 국가 정체성이 위협받고 국민의 자존심이 짓밟힐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모임은 "양금덕 할머니는 30년 동안 일제 피해자 권리를 위해 헌신한 인권운동가다"며 "일제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에 온 힘을 다해야 할 정부는 그 역할은 하지 않고 오히려 양 할머니를 위한 소소한 치하의 자리마저 걷어 차버렸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전날에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시민들과 뜻을 모아 양 할머니를 위한 자체적인 인권상 수상식을 진행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11일 오후 광주 서구 이금주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장 1주기 추모식에서 양 할머니에게 '우리들의 인권상'과 꽃다발을 건넸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을 비롯해 양 할머니를 응원하는 시민들이 함께 인권상을 제작했고, 상장에는 "역사 정의 실현을 위한 30년 고단한 발걸음에 경의를 표한다"고 적혔다.

이들은 "이번 수상 무산은 '일본과 비위 상할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외교부 의도로 해석된다"며 "한많은 일제 피해자들을 우리 정부가 직접 짓밟는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오랜 시간 가시밭길을 걸어온 양 할머니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인권상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도 양 할머니의 수상 무산을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9일 입장문을 내고 "서훈 보류는 명예회복을 위해 싸워왔던 양 할머니의 최소한의 존엄마저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더 이상 큰 상처가 되지 않도록 인권상 서훈이 계획대로 수여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국가인권위가 면밀히 심사해 추천한 훈장 서훈 대상자에 대해 다른 기관이 끼어드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라며 "외교부가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정부가 일본 눈치를 보며 국민의 훈장 수훈을 방해하는 '굴욕외교'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양 할머니는 지난 9일 '2022년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수상 사흘 전 일정 취소 소식을 통보받았다. 외교부가 '양 할머니의 수상과 관련한 부서 협의가 필요하다'며 훈장 수상을 보류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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