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이 왜 돌아오지 못하는 줄 아세요? '배신자'소리를 듣기 때문입니다."
의대생들이 얼마나 돌아왔는지 현장을 살피기 위해 대학에 방문했을 때 들었던 말이다.
이 말을 한 학생은 최근 휴학할지 복학할지 고민하던 의대생이었다.
개강한 캠퍼스에 홀로 강의실에 앉아있던 그 의대생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정부의 의대생 증원 여파로 집단 휴학에 동참했지만, 이대로 휴학계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듯 했다.
정부에서도 의대생 증원을 원점으로 돌리기로 했으니, 적당히 합의보는 상황에서 끝내는게 좋지 않겠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그 의대생은 복학을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최근 복학한 학생들이 '배신자' 취급을 받고 있어서다.
그는 "휴학생들이 이번에 캠퍼스로 돌아온 복학생들에게 친일파냐며 놀리더라.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겠지만 위축된다"며 "정부는 많은 의대생들이 돌아올만한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민하는 의대생 입장은 십분 이해 된다. 집단 따돌림 받는 분위기를 극복하는 건 쉽지 않다.
의료계에 종사자가 따돌림을 당하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일을 배워야할 학생신분이라면 감당할 수 있을까. 그 누구라도 막막할 것이다.
의료술은 책으로만 배운다면 금방 한계에 부딪친다. 많은 이들의 노하우, 다양한 정보, 경험 등이 쌓여야만 어느정도 반열에 오르는게 정론이다.
휴학생 중에는 복학을 희망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모든 의대생들이 부유한 것은 아니다. 하루빨리 의사가 돼 가정을 살펴야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느꼈는지 일부 대학에서는 복학생 규모를 밝히지 않기로 했다. 돌아온 학생들을 보호하겠다는 차원이다.
의대생 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를 통해 학생들이 돌아올 수 있다면 그렇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의대생들의 마음도 알겠다. 무엇을 억울해 하는지는지, 그 박탈감이 무엇인지 어느정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현명한 선택을 해야할 시기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의대생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기존 계획대로 2천명 증원된 5천여명 규모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대로 돌아오지 않는게 과연 옳은 선택일까. 소탐대실이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한경국 취재2본부 차장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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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여수공항 국제선 하나 못여는 패배주의 여수공항. 지난달 17일 '여수공항 국제선 개항, 지금이 기회다'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썼다. 인구와 산업, 관광 등 모든 면에서 독자적 권역을 갖춘 전남 동부권이 왜 아직도 세계와 연결하는 통로가 없냐는 지적이었다. 전남 동부권에서 무안국제공항이나 김해국제공항으로 가려면 차로 최소한 2시간 이상씩은 가야 함에도 어느 하나 이에 대한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는 데 대한 성토이기도 했다.다행히 최근 여수시가 여수공항 국제선을 대선공약으로 건의하겠다고 한다. 늦었지만 잘 한 일이다. 여수시가 수조원대의 대규모 관광 개발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했지만, 국제선도 없이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지난해 최고의 관광상품이었던 순천만 국가정원이 언제까지 국내 관광객들로 지속될 수 있을까? 항공물류 없이 선박으로만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KTX로만 글로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까?세계를 연결하지 않고 '내수용'으로만 살겠다는 건 천천히 죽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여수공항 국제선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국내 도시들과 아웅다웅 다툴 게 아니라 세계의 도시들과 경쟁해야 한다. 여수, 순천, 광양 그리고 인근 고흥, 구례, 하동, 남해까지…. 이 지역의 경쟁력은 충분하다.그러나 여전히 지역 정치권과 행정의 반응은 한발 느리다. 지난 칼럼을 두고 여러 정치인들에게 여수공항 국제선 전환에 나서주기를 청했다. 그 중 노관규 순천시장은 "돈 문제인디, 호남 정치력이 힘이 없잖아요"라며 체념 섞인 반응을 보였다.과연 이 문제가 '돈이 없어서 못하는 일'로 치부할 일인가. 공론화에는 돈 들지 않는다. 의지의 문제일뿐이다. 그저 관심 없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몸부림조차 안 하는 무기력한 지역 정치권의 자화상일뿐이다.더 큰 문제는 이 사안을 혹여라도 여수만의 일로 보는 시각이 아닌가라는 의심이다. 여수공항은 여수뿐만 아니라 순천, 광양 등 동부권 전체의 관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전남 정치권 누구 하나 앞장서 이 문제를 의제로 만들지 않는다.늘 내 지역, 내 몫에만 매달리고 정작 지역 전체의 성장 전략에는 소극적이다. 개별 지자체 단위의 이해를 넘어선 거시적 그림을 그리는 힘이 부족한 탓이다. 어차피 안 될거란 '패배주의'가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그러고는 정권만 바뀌면, 대통령만 바뀌면 지역도 바뀔 것이라는 막연한 '메시아주의'에 기대기 일쑤다. 그러나 스스로 지역을 구제하려는 전략 없이 누구도 만들어주지 않는다. 지역사회의 각성과 연대가 필요하다.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대우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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