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등일보 특별기획] 옛 전남도청(박물관)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문가 제언?④임동확 시인
흔히 인류의 보편 가치인 정치적 자유를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 1789년 발발한 프랑스혁명이 하강국면에 접어들 무렵이다.
독일 고전주의 극작가이자 시인인 프리드리히 쉴러(Schiller, 1759~1805)는 그의 서한집 '인간의 미적인 교육에 관하여'(1795)를 통해 참된 인간성 배양을 위한 이성과 감성이 조화된 미적 교육을 강조한 바 있다.
기꺼이 자유와 평등, 그리고 형제애를 내세운 프랑스혁명의 이상에 동조하면서도, 정치혁명만으로 해소할 수 없는 그 어떤 인간 본성의 이중성과 근원적인 폭력성을 지켜보면서였다. 내면적 성숙이 전제되지 않은 혁명 후의 타락상과 정치적 반동을 직접 목격하고 체험하면서였다.
그렇다고 인간성 자체의 도야(陶冶)를 위한 미감(美感) 계발을 역설하는 이러한 그의 이러한 낭만적 주장에 전적으로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그것이 당장 실행될 수 있는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 날에 죽어간 희생자들 앞에서 영원히 부끄러울 수밖에 없는, 살아남은 자들로서 우리들에겐 '기억전쟁'이 먼저다.
쉽게 규정할 수 없는 광주만의 그 무엇을 지켜가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80년 5월을 역사의 서판(書板) 속에 기록하고 기억하는 작업이 첫 번째다. 80년 5월의 광주는 날로 변화하는 시간 속에서 끝없이 차이를 생성하는 세계와 투쟁하는 기억의 능력 또는 '기억의 투쟁'에 달려 있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급변하는 시간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훼손되지 않는 5월 광주의 자기정체성의 유지 내지 구축은 그런 기억의 작업과 노력만으로 부족하다. 우리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여가지 않는 세월의 흐름 또는 역사의 부침 속에서 거기에 연속성을 부여하는 그런 기억은 동시에 우리를 거기에 가두는 이율배반적 성격을 갖고 있다.
달리 말해, 작금의 5월 단체들이 보여주는 이전투구(泥田鬪狗)나 역대의 인류사적인 혁명이 보여준 쓰라진 배신과 타락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여전히 5월 광주의 숨겨진 가능성들을 현재화하고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는다면 국가적 프로젝트의 하나로 진행되는 옛 전남도청 복원 사업은 아무런 감흥과 내용이 없는, 겉만 화려하고 웅장한 기념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옛 도청 자리가 세계시민의 미적 혁명교육의 현장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야말로 80년 5월의 최후 항쟁지인 이곳이 스펙타클한 텅 빈 전시관 내지 거대한 맘모스 박물관으로 전락해가지 않기 위해선, 따라서 이미 드러난 사실이나 기억의 축적만이 아니다.
당대에 출현하지 않은 미래의 내용을 품고 있는 예술적 힘 또는 미적 교육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그저 환영으로 끝나지 않는 구체적 유토피아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으며, 그로 인한 아름다움과 숭고함 혹은 인간적 감동과 미적인 감흥을 선사하면서 종래 미래의 자유에 대한 어떤 예견을 보여주는 게 문화 예술의 궁극적인 본질인 터이다. 세계인들이 즐겨 찾아오고 떠나가길 기대하는 역사적 현장으로서 옛 도청자리의 복원은 단연 그렇다. 여전히 쉬 납득이 되지 않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라는 명명이 보여주듯이 기껏해야 여타의 아시아 국가들을 타자화하는 유교중심의 동아시아적 특수성에 제한할 수 없다.
이미 신화전설이나 암각화 등에서 확인되고 있는 것처럼 차라리 지형적이고 문명사적으로 얽혀 있는 '유라시아 문명 전당'으로의 명명이 더 적당할지 모른다. 아니, 세계시민으로서 시대정신과 도덕적 자질을 요구하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필시 범인류적 자산인 5월 광주의 역사적 경험을 보편화하고 드높이기 위한 이름으로 '5월혁명기념전당'이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오래 전 어느 시인이 '광주는 보통명사가 아니라 고유명사'했을 때 그 속에 담겨있는 의미는 더욱 그렇다. 광주가 여느 도시와 다름없는 일반명사가 아니라 고유명사라면, 지금껏 일컬어지는 혁명의 도시 또는 인권의 도시 등등의 집합체로서 이해된다. 고유명사로서 광주라는 정체성은 그런 다양한 속성들의 종합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광주를 규정하는 그러한 특징적인 속성들은 이미 주어진 것이나 처음부터 완성된 것이 아니다. 화석화된 어떤 고정점이 아니라 열려진 시간의 지평 위에서 다양한 관계들의 형성을 통해 진화해 간다.
단지 과거의 사건이나 사실들만이 아니라 미처 현실화 되지 않은 잠재적인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는 게, 언제부턴가 '빛고을'로 달리 부르기도 하는 고유명사로서 광주의 정체성이다
예컨대 80년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최후를 맞은 윤상원이 "오늘 우리는 패배하지만 내일의 역사가 우릴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고 아주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던 그는 단지 순환적이고 무의지적인 시간 속에서 역사 창조나 논리적 귀결로서 미래의 승리를 당당하게 예측한 것이 아니다.
당장 눈앞에 벌어지는 비참한 죽음과 피흘림 사태만이 아니라 다가올 새로운 시간의 지평 속에서 펼쳐질 미래의 승리를 확신했다고 할 수 있다. 인류가 걸어온 길고긴 고난의 역정과 험난하기만 한 그 극복 과정 속에서 그 때마다 섬광처럼 다가오는 또 다른 시간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이가 바로 윤상원 열사였던 셈이다.
우린 지금 그런 가운데 '지역인으로서 활동하고 전지구인적 자세로 고뇌하라(Act locally, think globally)'라는 슬로건이 일상적인 체험이 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그런 만큼 80년 5월 투쟁 현장의 복원을 앞두고 '지역적이냐, 세계적이냐' 식의 이분법적 세계인식은 다분히 시대착오적이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우리 삶을 지배해온 폭력적 근대가 무조건 앞으로 나가는 게 능사가 아니라 때로 지켜가야 할 소중한 가치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역사적 교훈으로 가르쳐 준 것이라면, 이른바 '진보적이냐(progressive), 보수적이냐(conservative)' 식의 작금의 진영적 사고나 구호화된 정치이념도 단세포적이고 극단적인 선택지일 뿐이다.
이처럼 불가역적인 과거와 불투명한 미래적 시간 속에서 우린 지역과 세계, 진보와 보수 등 크고 작은 차이와 적대를 견디고 이겨내는 '세계의 촌부'(김수영) 또는 '진보주의자'(進保, 進步+保守, provativist)'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특히 우린 어쩌면 선택의 여지없이 우린 '지역적이면서 세계적이고, 진보적이면서도 보수적인' 반대일치 또는 모순 통합적인 시대 속에 놓여 있다. 우리의 눈앞에 던져져 있는 전쟁과 기후문제 등은 한 특정의 지역이나 나라의 시민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국경과 인종을 넘어 다중시민으로서 서로 대립되는 것의 일치를 통한 존재의 확장 내지 진정한 화합을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속담대로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이른바 '5월혁명기념전당'의 '세계시민적 교육장으로의 활용은, 솔직히 앞으로도 수많은 논의와 지난한 합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는 난제 중의 난제일 것이다. 그러니 그에 앞서 당장이라도 남도인라면 세계 어느 곳을 가든 판소리 한 대목 또는 단가 한 수라도 부를 수 있는 미적 교육의 '한 걸음'을 내딛어보자. 행여 누군가 요청이라도 할라치면 제 고향 작가들의 시 한 편, 소설 한 문장을 외우고 들려줄 수 있는 예술적 감성의 멋쟁이 시민들이 살아가는 낭만과 혁명의 도시, 그리하여 모든 존재에 그 무게와 가치를 부여할 줄 아는 생명미감(美感)의 계발을 위한 인성 교육이 일상화된 미래의 광주를 꿈꾸어보자.
그게 우리가 그새 잃어버린 인간 생명의 존엄함과 역사적 진실의 엄혹함을 일깨우기 위한 '천리 길'을 가기 위한 가장 확실한 미적 교육의 '첫걸음'일지도 모를 테니까.
비로소 그때만이 80년 5월의 광주가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임을 위한 행진곡')는 식의 투쟁과 죽음의 도시가 아니라, '지느러미 하나라도 잃지 않고 꾸역꾸역 살아가는'(김준태) 거룩한 생명의 장이자 모든 인류가 진정으로 화합하는 희망의 거점으로서 광주 5월가 거듭 태어날 수 있을 테니까.
참고로 모든 인류의 단결과 우애를 찬양했던 쉴러는 그의 시 '환희의 송가(An die Freude)'를 통해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환희여, 아름다운 신의 광채여,(…중략…)/가혹한 현실이 갈라놓은 자들을./신비로운 그대의 힘으로 다시 묶는구나./그리하여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될 수 있노라'고.
임동확은
시인, 한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시집 ‘매장시편’으로 등단한 이래 9권의 시집과 산문집 ‘시는 기도다’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전남대·서강대에서 ‘김지하 시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 강의와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세상의 모순과 불화에 주목하면서도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궁극적인 화해와 소통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80년 5월 광주의 경험에 바탕한 ‘생성의 미학’을 한 계간지에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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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보다 세대전승하는 유산으로 남겨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베를린의 박물관 섬(Museumsinsel)의 풍경, [무등일보 특별기획] 옛 전남도청(박물관)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문가 제언?③류성룡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유산의 관점에서) 5월의 숭고한 희생 이후, 남은 사람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멈춰버릴 것만 같았던 시간에 생명을 불러일으킨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가 당연하다.포용성으로 충만한 시민들로서 진정한 '국민 화합의 장소'를 만들기 위해서 '복원'이라는 단선적 접근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1980년 숭고한 희생을 바탕으로 한 시민민주주의 정신이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확장성을 갖추기 위해서 물성적 복원이라는 사업에 매몰되기보다 유산으로 전승하기 위한 창조적 노력이 절실하다."지난 10월 30일 '옛 전남도청' 복원을 위한 착공식이 있었다. '소중한 기억이 모두의 희망이 되는 곳! 바로 옛 전남도청입니다' 과거의 기억을 미래의 희망으로 연결하자고 하는 목표는 국민 모두가 바라는 바이니 그 노력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그런데 건축역사를 전공하는 입장에서'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이란 표현이 모호하게 느껴졌다. 건물을 복원하기 위해 조달해야 하는 재료를 예로 들자면 1980년의 옛 전남도청 본관은 1930년 김순하 건축가에 의해 시작되고 1975년 증축된 것인데 어떻게 하면 원형에 가깝게 복원할 수 있는 것일까? 건축물에 사용된 자재 가운데 단종된 경우가 대부분일 터인데 당시의 적벽돌, 시멘트, 철근, 페인트 등을 구하자면 쉬운 일이 하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한편으로는 현재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2002년 출발부터 완성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었던 세계적 이벤트가 있었는데 다시 원형 복원을 하겠다면 그간 들인 노력은 헛수고였다고 평가하는 것일까? 만감이 교차하던 순간, 기사에 실린 복원 조감도를 보고 다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조감도를 보면 옛 전남도청 별관의 철골 구조를 리모델링 하는 것, 본관과 양쪽 건물 사이 브릿지를 가설하는 공사가 주된 내용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업 내용 중 원형복원과 제한복원이란 단어는 여전히 생소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복원을 위한 고증 작업으로 2019년 3월부터 2022년 12월 최종 설계에 이르기까지 무려 1만 6천장이 넘는 사진을 수집하였고 당시 근무했던 도청 공무원과 5·18 단체 관계자 등 증언과 구술채록까지 엄청난 노력을 진행했다고 하니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다.고증이 끝나고 '원형에 가까운 복원' 공사가 남게 되었다. 예를 들어 기술적인 문제로서 철골 구조로 되어 있는 별관의 한쪽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조감도를 보면 현재의 철골이 노출된 모습 대신에 다른 편의 겉모습과 같은 모습으로 변경하는 계획이 보인다. 외관만 재현하는 것인지 내부 공간까지 재현하는 것인지, 건물 하부에 도시 인프라와 충돌하는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난제가 가득해 보인다. 이 결정은 건물 이미지가 중요한 것인지 아니면 현장의 공간이나 장소가 중요한 것인지 등 복원의 방향과 내용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원형복원, 제한복원 등 구별된 단어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베를린의 박물관 섬(Museumsinsel)의 중심에 위치한 '제임스 시몬 갤러리(James-Simon-Galerie)' 모습.건물 정면의 겉모습만 필요하다면 입면 형태만 별도 제작해서 철골에 설치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만약 내부 공간까지 복원하려 한다면 철골 구조를 철거하고 새로운 RC 구조의 건물을 신축해야 할 수도 있다. 어떤 방향과 방법을 선택하더라도 새롭게 재현될 80년 당시의 입면이 과연 원형에 가까운 복원이라고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원형복원은 영원한 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처음에는 건물 외관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80년 당시의 분위기를 똑같이 재현하기 위해서 생산되지 않는 단종된 재료까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구조가 변경된 실내는 과거 사진 속 모습과 모양만 비슷하다는 생각에 당혹해할 수도 있다.이렇듯 수많은 오해를 동반하는 '복원'이란 단어는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더구나 '1980년 5월 당시 모습으로 복원',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 등 수많은 미사여구를 동원한 표현은 이미 지나쳐온 시간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조심해야 한다고 본다.이런 관점에서 '옛 전남도청' 복원 사업이 과거의 한 시점을 집중하는 대신에 세대를 전승하는 유산 남기기 작업이 되기를 바란다. 국가적으로도 보면 문화재보호법을 국가유산기본법으로 바꾸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법'에서 '국가유산에 대한 기본 내용을 정하는 법'으로 바꾸는 것이다. 재산(財産)적 가치라는 점을 중요하게 여겼던 문화재(property) 개념을 전승(傳承)의 가치가 중요하게 된 유산(heritage)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요지라 할 수 있다. 재산이라는 말뜻이 주로 유형적 자산에 대한 소유권 등 권리에 대한 것으로 현재라는 단일 시점의 판단이 주요 관심사가 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유산이란 어의는 문화적, 역사적 가치에 더하여 보존과 활용을 통한 지속가능성 측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태도라 볼 수 있다.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베를린의 박물관 섬(Museumsinsel)의 중심에 위치한 '제임스 시몬 갤러리(James-Simon-Galerie)'는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20여년 이상 진행한 작업으로 역사적 건축물로 둘러싸인 중간에 메인 로비 역할의 현대 건축물을 추가하는 작업을 통해 현재의 건축문화 역시 훌륭한 유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문화재보호법 시절에는 단일 시점의 판단이 중요하기 때문에 '복원'의 행위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유산'이라는 개념을 추구하게 되면 단일 시점의 가치평가와 기준을 넘어서 시간의 연속성에 주안점을 두어야 하는 것이다.복원의 관점이라면 1980년 5월에 멈춰 순간에 집중하는 작업에 의미가 클 수 있지만 유산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 시간을 포함하여 이후로 역경을 극복해왔던 시간들 모두 가치가 있게 된다. 5월의 숭고한 희생 이후, 남은 사람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멈춰버릴 것만 같았던 시간에 생명을 불러일으킨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가 당연하다.그렇다면 2002년 '문화수도' 공약으로 시작헤서 2005년 5월 18일의 국제현상공모전 역시 중요한 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설계 작품을 제출하기 위해서 건축가들은 광주 시민들의 민주주의를 향한 저항의 역사와 정신을 이해하는 것을 요구받았는데 전세계에서 124개팀이 참여하는 성황을 이루었다. 그들이 이해했던 광주 정신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표현했는지 다시 봐야 한다. 당선작은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현재 모습으로 진행되었는지 경청해야 한다. 당시에도 광주는 문화적 가치와 힘을 다른 도시와 지역들로 연계하고 확산시켜 나갈 수 있는 거점으로서 역량을 갖춘 도시라는 평가를 받았고 광주시민이 생각하는 유일한 장소와 공간이라는 의미는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가 융화된다는 포용성을 의미한다고 하였다.포용성으로 충만한 시민들로서 진정한 '국민 화합의 장소'를 만들기 위해서 '복원'이라는 단선적 접근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1980년 숭고한 희생을 바탕으로 한 시민민주주의 정신이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확장성을 갖추기 위해서 우리는 물성적 복원이라는 사업에 매몰되기보다 유산으로 전승하기 위한 창조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본다. 정해진 시간과 한정된 장소에 집중하지 말고 세대를 통해 전승할 수 있는 가치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넓은 세상을 향해 바라보면 참고할 만한 좋은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 80년의 그 날 이후 지금 이 순간까지, 희생자의 유족 그리고 광주 시민들이 지켜온 민주도시 그리고 시민정신의 가치가 상황을 주목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왜곡 없이 전해지기 바라는 마음에서 유산 남기기를 권하는 것이다. 류성룡은고려대 건축과 교수. 고려대 우회(又晦) 주남철 교수 문하에서 수학했다. 건축 전공의 특성상 연구와 실무가 병행되어야 하고, 교육자이고 연구자라면 사회문제에 균형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시문화유산의 갈등과 해결, 개인과 공동체를 아우르는 공공개발 방법, AI(인공지능) 기반 한국전통건축 연구의 심화 및 확장성 등에 대해연구하고 있다. 문화재청 문화재수리기술위원회 위원, ㈔대한건축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 · '원형복원'을 넘어 진본성과 방문객 관점에 기초해야
- · 예술로 역사를 기억하기, 베를린과 광주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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