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 “책임 지고 내년 지선 불출마”

'권력 암투' 논란에 휩싸인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지난 22일 활동을 시작한 지 8일 만에 위원 전원이 사퇴하며, 특위 재구성이 불가피해졌다.
30일 광주시의회에 따르면 예결위원 9명은 이날 오전 간담회를 열고 총사퇴 여부를 논의했으나 의견이 엇갈리면서 개별적으로 사퇴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자당 의원들 간 권력 암투 끝에 위원장단을 무소속과 국민의힘에 내준 더불어민주당 소속 예결위원 7명이 먼저 사퇴 의사를 밝혔고, 오후 들어 심창욱 위원장(무소속)과 김용임 부위원장(국민의힘)도 잇따라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심 위원장은 사과문을 통해 "예결위 구성 과정에서 발생한 일련의 상황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전원 사퇴한다"며 "예결위 구성 과정의 부족함이나 개개인의 잘잘못에 대해서는 향후 철저한 평가를 거쳐 각자 책임을 다하겠다. 저는 제4기 예결위원장 선임 및 전원 사퇴 관련 모든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에서도 반윤리 전력이 드러난 의원 3명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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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축 산업화 소외부터 국가 폭력까지, 전라도 혐오 낙인찍은 '인주'들
1970년부터 2024년까지 호남인구 순이동 규모(왼쪽 위)와 전국 대비 연도별 지역 인구 규모를 보면 호남권은 영남권을 축으로 한 산업화와 5·18이 일어난 80년대를 중심으로 인구 유출이 가속화됐다.아래는 광주 송정역에서 서울로 떠나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그래픽=고은경 ek8147@mdilbo.com
전라도를 향한 뿌리 깊은 혐오가 서울~부산을 연결하는 경부축 중심의 산업화가 낳은 대규모 인구 이주와 사회적 배제, 대중매체가 재생산한 부정적 고정관념, 영남 중심 권력구조 속 지속적인 호남 인사 소외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더욱 강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기에 5·18 민주화운동의 정쟁화와 극우 세력의 의도적 ‘혐오 놀이’ 문화까지 겹치면서 지역혐오가 일상 속 낙인으로 굳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경부축 산업화·대중매체가 함께 낳은 전라도 디아스포라전라도 혐오라는 잔혹사는 사실상 1960~70년대 박정희 정부가 추진한 경부축(서울-부산) 중심의 불균등 개발 전략에서 태동한 것이나 다름없다.국가 주도의 집중 투자가 특정 지역에 몰리자 호남은 농촌 경제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됐다. 이는 수많은 호남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 서울 변두리나 영남의 신흥 산업지역으로 대거이주하는 결과를 불러왔다.이른바 ‘전라도 디아스포라(Diaspora·이주)’의 시작이다. 일자리를 찾아 타지로 떠난 이주민은 대부분 사회 하층민의 지위를 형성할 수밖에 없었다. 자본과 연고가 없는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자, 일용직, 빈민 등 상대적으로 천대받는 집단이 됐고 타 지역사람들에게 전라도 하면 ‘못 사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낙인이 찍혔다.이를 두고 김상진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는 “서울에서 호남인들을 가장 많이 만나는 곳은 재래시장, 건설현장, 자영업 현장”이라며 “한국의 산업화 시기에 고향을 떠나 도시로 올라왔지만 소위 말하는 ‘빽’도 ‘연줄’도 없으니 신분상승을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비교적 어려운 일터를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사회적 ‘낙인’은 대중매체를 통해 급격히 복제되고 강화됐다. 1970~80년대 안방극장을 차지했던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사기꾼, 깡패, 범죄자, 혹은 식모나 하인 등 거친 하층민 캐릭터는 어김 없이 호남 사투리를 썼다. 산업화 과정에서 상경한 여성이 식모·버스안내양 등을 전전하는 ‘영자의 전성시대’와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이 같은 양상은 90년대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1995년 24부작으로 편성돼 큰 인기를 모았던 ‘모래시계’ 역시 주인공인 태수(최민수 분)가 광주 출신 깡패로 결국 사형을 당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대중매체에서 묘사되는 전라도 사람은 대부분이 ‘신뢰할 수 없는’ 하층민을 벗어나지 못했다. 결과론적으로 왜곡된 인식을 무의식적으로 학습시키는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영남 패권주의의 권력 체계서 빚어진 ‘이기주의’ 프레임전라도의 왜곡된 이미지는 영남 중심의 권력 체계 속에서 더욱 더 공고화됐다.박정희부터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부로 이어진 수십 년 군부·보수 정권 하에서 권력의 핵심 요직은 철저히 영남 출신 엘리트들이 독식했다. 수십년을 굳어져온 일종의 ‘탕평 지연’은 검찰, 경찰, 군, 고위 관료는 물론 대기업의 임원진 인사 지형에서 호남 출신을 배제하는 ‘보이지 않는 벽 ’이 됐다.이는 호남인들의 결집을 불러왔고, 전국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굳건한 결집력을 갖춘 집단과 단체를 탄생시켰다.그저 살아남기 위해 하나로 뭉친 사회적 약자들의 방어기제에 불과했지만 결집은 또 다른 공격을 불러오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타지역에서 볼수 없던 조직력을 갖춘 전국 조직으로까지 성장하자, 일각에선 “지역 토호”나 “정경 카르텔”이라는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정치인들은 호남인의 결집을 두고 ‘집단 이기주의’, ‘정치적 야욕’, ‘화합을 깨는 세력’등 프레임을 씌워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수단 삼았다. 이들 집단이 호남에 기반을 둔 김대중 대통령 등에게 강력한 지지를 보내자, 정치권은 야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지역갈등을 부추겼다.정치권의 책임 방기와 갈등 부추김은 과거에 국한되지 않는 현재 진행형의 문제다. 김민혁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지역감정에 기생하는 일부 무책임한 정치인들이 호남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부추기면서 지역 혐오가 대중 속에서 확대·재생산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하상복 목포대 정치언론학과 교수 역시 “호남 소외 문제는 정치권의 프레임화와 분리되어 있지 않다”며 “보수정치권이 5·18 등에 대해 잘못된 정치적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시민사회가 왜곡된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5·18의 정쟁화…극우의 ‘놀이 문화’ 된 헤이트 스피치전라도 혐오에 가장 치명적인 이념적 낙인을 찍은 계기 가운데 하나는 5·18 민주화운동이다. 민주화 운동의 희생으로 말미암아 지역 발전을 이루기는커녕, 되레 지역 혐오의 매개이자 타겟이 된 것이다.총칼로 권력을 찬탈했던 신군부는 학살을 정당화하기 위해 호남을 ‘간첩이 침투한 곳’, ‘폭도들의 도시’라는 공산주의 프레임으로 묶어 고립시켰다.공세는 1987년 민주화 체제와 맞물려 더 치열해졌다. 호남이 민주당 계열 정당의 확고한 지지 기반이자 민주화 선도 지역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보수 정당과 극우 세력은 선거철마다 표를 결집하기 위해 호남을 고립시키는 정치공학적 모략을 반복했다.민주당마저 5·18을 정당의 정신적 뿌리로 삼으면서 적극적인 반격에 나서면서 여야는 본격 정쟁화의 늪에 빠졌다. 5·18이 민주화의 숭고한 역사가 아닌 진영 간 사활을 건 정쟁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극우 세력의 역사 왜곡이 온라인 공간과 결합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일베(일간베스트)를 위시한 극우 커뮤니티는 5·18 희생자들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밈(Meme)과 은어를 배설하기 시작했다.이들에게 호남 혐오는 더 이상 진지한 정치적 신념이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타인을 린치(집단 괴롭힘)하며 쾌감을 느끼는 일종의 ‘놀이문화’로 변질됐다.이에 5·18 기념재단은 본보 기획보도와 관련해 성명문을 내고 “왜곡과 조롱이 온라인을 타고 젊은 세대의 놀이문화로 소비되는 현 단계는 사실상 전라도에 대한 사회적 린치에 가깝다”며 “헤이트 스피치가 오프라인까지 오염시키고 있어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고 논평했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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