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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초저출생 시대 '인구의 날'의 단상

입력 2025.07.10. 17:58 이삼섭 기자
이경선 광주광역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기획부장
이경선 광주광역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기획부장

1987년 UN은 세계인구 50억 명 돌파를 기념해 인구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진하기 위해 7월 11일을 '세계 인구의 날'로 정하였다. UN의 '세계 인구의 날' 제정이 인구증가의 심각성을 경고하기 위한 것인 반면, 우리나라의 '인구의 날' 제정 배경은 저출산과 급격한 고령화에 따라 2011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2005년 제정)을 개정하여 7월 11일을 '인구의 날'로 정했다. 이후 정부는 출산 장려 분위기 조성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오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저출생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단적인 예로 2023년 가임기(15-49세) 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5명에서 0.82명으로 10년 만에 소폭 상승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지만, 여전히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아주 사적인 이야기이지만, 결혼을 준비하면서 지금의 남편과 자녀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가끔 할 때면 결론이 나지 않는 논쟁으로 이어지곤 했다. 먼저 필자는 여러 걱정에 기반해 다소 부정적이었는데, 부부 둘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결혼생활의 행복감을 메우기 위한 대안으로 아이를 낳게 된다면 아이의 입장에서 매우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행동일 수 있고, 따라서 아이를 낳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주된 이유(걱정)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경제·사회적 불평등과 그 안에서 적자생존을 부추기는 폭력적 세태에 순응하지 않으면 나약한 인간으로 취급받는 야만적인 사회에 아이를 밀어 넣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상대 역시 인구정책의 목적이 단순히 출산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에서 아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한편 상대의 의견은, 필자와는 반대로 오히려 부부 둘만의 여유를 더 중요시하는 인식이 커지면서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사회적 현상이 확산하고 있고, 이는 저출생문제를 심화시키는 이기적인 행태라는 것이었다. 저출생 문제는 국가의 존속과 직결된 아주 중요한 사안이니 개별적인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며, 쉽게 말해 국민의 의무라 생각하고 가급적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요즘 청년부부층에서 무자녀를 선호하게 되는 현상 또한 개인적인 선택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라, 불안정하고 불평등한 경제·사회적 구조에서 기인한 악순환이라 생각한다. 2000년대 이후 대부분 20·30대들은 남녀 구분 없이 고학력에 쉴틈 없이 스펙을 쌓아 좁은 취업문을 두드리며, 그렇게해서 간신히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학자금 대출과 주거문제 해결, 결혼자금 마련 등 경제적 이유로 과거에 비해 평균 결혼 연령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임신과 출산의 연령도 높아졌으니 합계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래서 이 논쟁의 결론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어느 쪽이 더 나은 선택이라 확신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변화와 희망의 여지를 믿어보기로 했다. 국가 존속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극복에도 일조하고, 기득권이 쳐놓은 그물과 불평등의 토대에 쉽게 순응하지 않는 부모가 되어보기로. 그런데 막상 아이를 낳고 워킹맘으로서 당장 눈앞에 놓인 현실육아의 매운맛을 보니 희망이라는 다소 낭만적(?)인 결의만으로 저출생 위기를 극복하기란 어렵겠구나 싶었다. 첫째를 낳고 어렵사리 워킹맘 생활에 적응할 무렵 예기치못한 축복이 또 찾아왔다. 주변에서는 애국했다며 축하를 보냈지만, 당사자로서는 첫째아이 육아를 하면서 출산 전까지 일과 육아를 잘 병행할 수 있을지, 열달 후에 두 번째 육아휴직에 들어가야하는데 이후 다시 복직할 수 있을지 등등 현실적인 걱정이 앞섰다.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일과 육아의 양립은 쉽지 않다. 작년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지난 10년 무자녀 부부의 특성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5~39세 청년층 기혼 가구 중 27%가 무자녀 부부였고, 맞벌이 부부의 경우 무자녀 비중은 36%에 이른다. 최근 임신 사실을 밝히자 퇴사를 권고했다는 언론기사를 접했다. 모성보호 제도가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중소기업 및 영세사업장의 경우 육아휴직, 출산휴가(배우자 출산휴가 포함) 등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고 있었다. 임신부와 산모, 워킹맘 보호 등을 위한 다양한 법제도가 제정·시행되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물음표이다. 또 한 가지 맹점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임신·출산·육아 지원제도들이 고용보험에 가입된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므로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다행히 작년부터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대상 정책들도 간간이 나오고 있긴 하나, 고정수입이 없는 프리랜서나 자영업자에게는 더욱 무거운 숙제임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이전보다 정책적 지원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다만 대부분 정책이 정부의 복지 서비스 지원 사업 및 금전적 지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특히 초기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여전히 저출생 문제를 한시적 비용 문제에 국한해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전 생애적 관점에서 한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육아와 교육, 주거, 일자리 등 기본적인 요소들의 안정화를 위한 사회구조적 개선방안 없이 저출생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새 정부의 인구정책과 저출생 대책은 좀 더 근본적이고 거시적인 고민을 통해 지속가능한 대안을 제시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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