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욕의 날' KIA는 1위 팀이 맞는가

입력 2024.07.31. 22:46 이재혁 기자
31일 두산에 6-30 '역대 최다 점수차 패'
24점차에도 9회까지 8천여명 자리 지켜
프로야구 KIA타이거즈의 김도현이 3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경기에서 공수 교대 후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있다. KIA구단 제공.

'종이 호랑이'

프로야구 KIA타이거즈는 과연 1위 팀이 맞는 것일까.

KIA는 3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경기에서 프로야구 팀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형편없는 경기력 속에 6-30으로 대패했다.

올해로 43년째를 맞은 KBO리그 역사상 최다 실점이자 최다 점수 차 패배다. 최다 실점 종전 기록은 지난 1997년 5월 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전에서 LG트윈스가 기록한 27실점이다. 최다 점수차 패배 종전 기록은 지난 2023년 7월 24일 사직 롯데자이언츠전에서 KIA가 세운 23-0 이었다.

KIA는 27개의 안타를 내줬고 14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실책도 1차례 곁들였다. 이날 1만8천693명의 팬들이 폭염 속에 진땀을 흘리며 경기장을 찾은 이유는 이런 경기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KIA는 선발투수로 등판한 김도현이 2,1이닝 동안 8피안타 1사사구 2탈삼진 6실점으로 조기에 강판을 당했다. 여기까지는 긴 시즌의 일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후부터다. 김도현의 뒤를 이어 김기훈-곽도규-최지민-이준영-김현수-김대유 등이 줄줄이 등판했다.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 중 자책점을 허용하지 않은 투수는 곽도규와 장현식 뿐이다. 그나마 곽도규도 자책점이 아닐 뿐 승계주자 실점을 내주며 대패에 일조(?)했다. 올라오는 투수마다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고 볼넷으로 주자를 공짜로 진루시켰다. 간혹 '실수로' 스트라이크존에 공이 들어가면 여지없이 안타를 맞았다. 마운드에 오른 이로 범주를 확대하면 가장 호투를 펼친 이는 9회 등판해 1이닝 동안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유일한 삼자범퇴를 만든 '외야수' 박정우다.

수비에서도 집중력을 잃은 모습이 나왔다. 3회 초 2-4로 뒤진 1사 만루 상황에서 김도현이 우익수 뜬공 유도했다. 이 타구를 우익수 나성범이 잡아내는 듯했으나 글러브에 맞고 흘렀고 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으며 간격이 2-7로 벌어졌다.

KIA는 7실점한 3회 이후 8회와 9회를 제외한 매이닝 실점을 반복했다. 4회 1점, 5회 5점, 6회 11점, 7회 5점을 내줬고 끝내 30점을 채웠다.

KIA는 8회 대타로 나선 변우혁이 주자 2명이 있는 가운데 상대 투수 최승용의 공을 받아쳐 홈런을 때려내며 추격했으나 이미 경기는 넘어간 뒤였다.

프로야구 KIA타이거즈의 김기훈이 3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경기에서 공수 교대 후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있다. KIA구단 제공.

KIA는 올 시즌 프로야구 전체 1위를 달리며 12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이날 경기력은 1위팀은커녕 고교야구 팀이라고 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처참했다.

야구 선수들은 망각이 중요하다고 한다. KIA선수단은 참패를 뒤로하고 긴 시즌을 완주하는데 집중해야한다. 그러나 이날 경기 속에서도 선수단이 잊으면 안되는 것이 있다.

9회 초 6-30으로 뒤진 상황에서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는 약 8천여명의 팬들이 남아 '최강KIA'를 외쳤다. KIA가 졸전 속에서도 잊으면 안되는 단 한가지다.

1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이범호 KIA감독은 "팬들에게 실망스러운 부분을 보여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며 "하지만 이번 일로 따로 미팅을 소집하지는 않을 것이다. 선수들도 잘 알고 있고 스스로 울분을 토하고 있다. 점수를 너무 많이 내줘 팬들께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지나간 경기에 대해 미팅을 하고 안좋은 부분을 말하는 것은 지친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서 " 선수들 스스로가 어제 경기를 치르면서 많은 것을 느꼇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우리가 좋은 성적으로 잘 가고 있지만 특정팀과 만났을 때 방심을 하면 얼마든 경기를 내줄 수 있다는 것을 자각했을 것이다"고 선수단에 경각심을 주문했다. 그는 "오늘 경기는 오늘경기고 어제는 어제다. 지나간 경기에 사로잡혀있어봤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 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재혁기자 leeporter5125@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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