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따른 광주지역 물 부족 현황·대책 공유
전문가들 “비상연결망 확대·공업용수 대체개발”
"농림부, 환경부 등 물관리 주체를 나눌 것이 아니라 물거버넌스를 통한 통합적 물관리로 가뭄 등 이상기후에 효율적이고 탄력적으로 물 이용해야 한다." (황철호 광주시 정책보좌관)
"물 인프라와 효율성을 증대하는 통합 물관리 차원의 수원 간 연계 등 다각적인 수자원 개발이 필요하다." (이정용 환경부 물이용기획과장)
"상수도 유수율 제고, 물절약 시민 참여 등 광주시의 물정책은 현실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수도요금 현실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박준홍 한국물환경학회장)
지난 21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회물포럼 토론회'에서 물 전문가들은 최악 가뭄으로 고통받는 광주·전남지역 물부족 문제를 공유하면서 지속가능한 물 정책들을 쏟아냈다.
국회물포럼이 주최하고, 대한환경공학회·대한상수도학회·한국물환경학회·한국농공학회 등이 주관한 이날 토론회는 '세계 물의 날'(3월22일)을 기념하고 광주·전남의 물 부족 문제를 계기로 지속가능한 물정책 수립을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통합적 물관리, 비상시 활용가능한 물연결망 확대, 대량의 물을 사용하는 공업용수 대체수자원 확보, 물 재이용 정책 수립, 시민 참여 기반 활성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
'광주시 가뭄 현황 및 회복탄력도시 방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황철호 광주시 정책보좌관은 "최근 5년 간 광주지역 기온상승, 홍수기 강수량 증가, 급격한 강우 변동성, 갈수기 강수량 감소 등 예측이 어려운 기후변화 피해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기후 위기는 이미 진행형인 만큼 대책이 선행되지 않으면 더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 보좌관은 대책으로 ▲물관리 유연화 ▲비상 연결성 강화 ▲상시적 물 재이용체계 구축 ▲예방투자 및 시민참여 강화 등을 제시했다.
황 보좌관은 "50년 만의 가뭄과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구조가 되려면 '비상 연결성 강화'가 필요하다"며 "광주시는 현재 영산강 수계에서 비상대체 상수원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같은 비상공급망 구축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광주호와 동복댐 인근 저수지 등 생활·농업·공업용수를 포괄 연결하는 것도 중요한 만큼 지역주민을 포함하는 연결성 강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보좌관은 재이용을 통한 물 순환의 대책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시에서 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을 재이용한 순환"이라며 "저류시설, 중수도 등 물 재이용 인프라 확보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생활용수가 대량으로 사용되는 도시는 재이용시설을, 공용용수가 대량으로 사용되는 산단은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하수·폐수 재이용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와 가뭄대응 정부정책'에 대해 주제발제 한 이정용 환경부 물이용기획과장은 기후변화 등 전 세계 가뭄 상황, 한반도 기후변화와 남부지역 가뭄, 정부 대응 현황 등을 공유하고 "물 인프라와 효율성 증대를 위한 국가 통합물관리 차원에서 수원 간 연계가 필요하다"면서 "이와 함께 물 부족에 대비한 다각적인 수자원 개발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전남 장기 가뭄대응, 지속가능한 수자원 확보 방안에 대한 정책제안도 나왔다. 광주과학기술원, 광주테크노파크, 고려대학교, 국민대학교, 한국수자원공사 전문가들이 공동 참여해 발간한 정책제안서에는 해수 담수화, 물 재이용, 스마트 워터그리드 등 국내외 적용사례와 법령·제도 개선, 국가 재정지원 필요성 등이 담겼다.
특히 취수원의 한계와 기후변화, 안전한 물공급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고 제한급수에 따른 경제적·사회적 손실 등을 감안할 때 바다에 접한 임해지역의 대체수자원 확보 등 항구적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댐 용수는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로 분리돼 있지만, 대부분 수원지가 동일해 생활용수가 부족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임해지역 공업용수를 단계별로 대체수자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준홍 한국물환경학회 회장(연세대학교 교수)은 "광주시 물 정책으로 상수도 유수율 제고, 물 재이용 확대로 생활용수 절감, 물절약 시민참여 강화는 잘 선정된 부분"이라며 "물절약 시민 참여 강화를 위해 초기에는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수도요금 현실화 제고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기영 영산강네트워크 위원은 "광주는 우리나라 대도시 중 생활용수가 많이 부족한 도시에 속하지만 1인 1일 물사용량은 대도시 평균 소비량보다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위기를 기회로 삼아 물 소비문화를 개선하고 상수에서 한번 쓰고 버리는 하수가 아니라, 한 번 더 쓸 수 있는 물을 찾는 '중수'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석호기자 haitai2000@mdilbo.com
- 비상계엄 속 5.18의 기억, 광주시가 보여준 단호한 대응 강기정 광주시장이 4일 새벽 광주시청 집무실에서 구청장 등과 방송을 시청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광주시 제공 지난 3일 밤 갑작스럽게 선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광주시의 공직자들은 유독 더 긴장되고 길었던 밤을 보냈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대규모 군사 진압과 폭력이라는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한 긴박한 상황에 높였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의 기억이 트라우마로 자리 잡은 도시인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빠르게 전개됐다.4일 광주시가 밝힌 '비상계엄 상황 대처 현황'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이 전날 오후 10시30분 비상계엄을 선포함에 따라 광주시는 즉각적으로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오후 10시 31분 대통령 담화 직후 이상갑 문화경제부시장이 강기정 시장에게 상황을 유선으로 최초 보고했다. 법무부 법무실장(검사장급)을 역임하기도 한 이 부시장은 비상계엄의 위헌적 요소를 짚어냈다. 이를 바탕으로 강 시장은 10시 42분 '비상계엄 체제 유지 필요' 지시를 내리고, 안전정책관실과 긴밀한 협력을 주문했다.오후 10시 58분 강 시장이 시청에 도착해 최초 대책회의를 시작으로 상황을 총괄하면서 긴급 회의와 주요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졌다.오후 11시 계엄사령부의 초기 포고령이 발표됨에 따라 11시9분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간부 공무원 긴급 소집이 이뤄졌다. 이후 재난상황실에서는 실국장과 관련 공무원들과 비상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11시30분에는 계엄군의 '국회 봉쇄' 등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비상계엄에 대응하기 위해 연석회의를 마련하고자 결정하고, 각 자치구, 종교계, 교육계 등 각계각층에 연대 필요성을 타진했다.오후 11시 35분부터 31사단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계엄사령부 동향 파악을 지속했다.강기정 광주시장이 4일 새벽 시청 중회의실에서 광주시의회, 광주 5개 자치구, 5·18단체,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 종교단체 대표자들과 '광주 비상계엄 무효선언 연석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하고 있다./광주시 제공4일 자정이 넘은 직후 실국장 간부 회의가 진행됐다. 이어 0시 11분 시청 중회의실에서 시장, 구청장, 시·구의원,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대학총장 등 교육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헌법수호 비상계엄 무효 선언' 연석회의가 열렸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따라 일체의 정치적 성격을 띄는 집회나 모임은 처벌 받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연락을 받은 인사들 대부분이 신속히 모였다.이들은 1시10분 연석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반헌법적 비상계엄은 무효이며, 국회의 의결에 따라 즉각 해제하라고 촉구했다. 이후 연석회의 결과를 근거로 광주시는 시민들과의 공조를 강화해 계엄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오전 1시께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령 해제 요구 결의가 가결되고, 이에 따라 계엄군이 국회에서 퇴각함에 따라 광주시 내부에서도 다소 안도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럼에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긴장이 이어지던 가운데 오전 4시 30분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를 공식 발표하며 상황이 일단락됐다.강기정 광주시장이 4일 새벽 시청 중회의실에서 '광주 비상계엄 무효선언 연석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광주시 제공박광석 광주시 대변인은 "광주는 무엇보다 5·18을 경험한 도시이기 때문에 최악의 순간까지도 예상을 하고 더 긴장하면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석회의에 모이는 것 자체가 체포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렇게도 많은 원로들과 인사들이 올 줄 몰랐다"며 "역시 광주는 다르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박 대변인은 또 "지금이야 비상계엄이 풀려서 그렇지만,시장님도 몇번이고 '감옥에 가더라도 우리가 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당시에는 매우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한편, 강 시장은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을 규탄하기 위해 당일 시민들과 연대해 오전 9시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시민 비상시국대회'에 참석했다. 이어 정오에는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주최 비상시국대회에도 참여했다.이후 오후 1시 10분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과 함께 국회의장을 면담하고 오후 2시에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며 윤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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