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운영 국가 전력 중추
에너지 정의=지산지소 보상
“이것이 진정한 균형발전”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광주·전남 지역은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 이른바 '미래 먹사니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 중립 실현을 국가 과제로 내건 만큼 이 정책이 실질적으로 지역 균형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제는 실천이다. 지난 정권이 재생에너지 발전을 억제하고 에너지 전환을 후퇴시켰다면, 이재명 정부는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국가 에너지 자립도 제고와 국제 기후협약 이행을 위해서도 석탄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전남을 해상풍력과 영농형 태양광의 중심지로 나아가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 허브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또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햇빛·바람 연금'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RE100 산업단지 조성 등 지방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의 회생 전략을 약속했다. 이 공약이 지켜질지, 현장에서 간절히 기다리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광군이다. 영광군은 21대 대선을 앞두고 국가 차원의 최초 '에너지 기본소득 선도 도시'와 '서남해안 미래 에너지 산업 중심도시' 실현을 핵심 비전으로 제시하며 주목받았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최적지 영광군은 전국 평균보다 높은 연간 일사량(4.0~4.2㎾h/㎡)과 평균 풍속(6.0㎧ 이상)을 기록하며,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자원에서 전국 최고 수준의 입지를 자랑한다.
에너지 생산 여건이 탁월한 이곳에서'기본소득'을 실현하는 것은 에너지 자립, 지역균형발전을 함께 담보하는 혁신적인 시도이자, 국가 차원의 새로운 에너지 정책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전국 최고 수준의 태양광(450㎿), 풍력(180㎿)을 운영하고, 원자력 설비도 전국의 약 25%를 보유한 명실상부한 전력 생산 지역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발전 환경에도 불구하고 영광군은 지방소멸의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인구의 문제만은 아니다. 발전 수익이 사업자에게 편중된 기존 구조에서, 지역민에게 실질적 이익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영광군은 '햇빛·바람 발전 수익을 주민과 나누는' 기본소득 실현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 모델이 현실화되려면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다. 사회보장협의제도의 유연한 적용, 송·배전망 확충 등 인프라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특히 포화 상태인 전력 계통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마을 단위 태양광·해상풍력 확대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공약한 '에너지 고속도로' 실현을 위해서는 현장의 요구부터 반영해야 한다.

이와 함께 광주·전남이 신재생에너지 중심지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토대로 미래형 첨단산업의 거점으로 성장해야 한다. 이른바 '지산지소형 전력 수급 구조'를 기반으로 한 RE100 산업단지 조성, 데이터센터·수소산업 클러스터 육성이 대표적이다.
영광군은 이미 '무탄소 에너지 국가산단'을 통해 이런 구상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이 산단은 태양광·풍력·원자력을 통해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력을 확보하고, 이 전력을 수소, 데이터센터, AI 등 전력다소비형 첨단산업과 연결시키는 방식이다. 수소 생산부터 저장·운송·활용에 이르는 전주기 밸류체인 구축 계획도 본격화되고 있다.
나아가, 한빛원전 운영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과 희생에 대한 보상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
영광은 40여 년 전, 정부의 에너지 수급정책에 따라 원자력발전소를 수용하며 중대한 선택을 감내한 지역이다. 안정적인 국가전력공급을 위해 군민들은 삶의 터전을 내어주었고, 그 시간 동안 영광은 국가 전력 생산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제는 정부가 그 희생에 응답할 차례다. 영광군은 '에너지 정의'의 실현을 위해, 에너지 생산지에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는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에너지 기본소득'이 그 첫걸음이다. 태양과 바람, 바다를 품은 지역에서 만들어진 전기가 다시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순환 구조는 기후위기 시대에 반드시 구축돼야 할 사회적 계약이다.
원전 온배수 피해와 수명 연장 논란 등으로 인한 주민 갈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특별한 희생엔 특별한 보상이 따른다'라는 원칙은 국가가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다.
장세일 영광군수는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 에너지 정책은 탄소 중립이라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산업경쟁력, 국민 성장, 분배 균형을 함께 꾀하려는 전략이다"며 "이 전략이 진정한 균형발전과 에너지 정의로 실현되기 위해선, 지금 이 순간에도 재생에너지와 산업 전환의 최전선에 있는 광주·전남에 실질적인 정책 이행이 필요하다. 영광은 이미 준비를 마쳤다. 이젠 정부가 약속을 지킬 차례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영광=한상목기자 alvt715@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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