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우에도 '사망 0·피해 경미'···전남도 행정력 빛났다

입력 2023.07.19. 15:25 선정태 기자
'도민 생명 최우선·과도한 준비가 오히려 낫다' 방침
산사태·붕괴 예찰, 작은 조짐에 주민 발빠르게 대피
유관기관 긴밀한 협조·부단체장 현장 대응 '효과적'
해안부 수범사례로 꼽혀 전국 지자체 벤치마킹 대상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18일 오전 집중호우 영향으로 하천 범람 위험지역인 보성군 벌교읍 고읍리 벌교천을 방문, 김철우 보성군수로부터 현황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일주일간 최대 600㎜에 가까운 많은 비로 전남 곳곳에 생채기가 남았지만, 사망·실종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는 등 경미한 피해만 발생했다.

이처럼 역대급 폭우와 집중호우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큰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배경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한 전남도의 준비성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19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광주 전남지역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린 곳은 구례군 성삼재로 강수량 585㎜를 기록했다. 담양군 봉산면 469.5㎜, 곡성군 석곡면 420.5㎜, 광양시 백운산 418.5㎜, 장성군 상무대 387㎜, 영암군 시종면 361.5㎜, 광주 과기원 354㎜, 화순군 북면 346.5㎜, 여수시 돌산읍 344.5㎜ 등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15~18일까지 구례 성삼재 458.0㎜, 담양 봉산 379.0㎜, 곡성 석곡 374.5㎜ 등 강한 비가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이번 비로 해남, 강진, 곡성, 보성 등 4개 군에서는 661㏊ 규모의 농경지가 침수 피해가 발생했고 화순군과 보성군을 잇는 국도 58호선 7.8㎞ 구간 등 도로 7곳의 통행이 금지되기도 했다.

국가지정 문화재인 영광군 신천리 삼층석탑 주변 석축이 이탈했고, 남주목 향교 부근 담장 일부, 창녕조씨 관해공가옥 담장 일부가 이탈해 문화재청에 긴급 보수를 요청했다. 순천시의 도 지정 문화재인 송매정 원림 소나무가 쓰러졌다.

장기간 내린 비로 지반이 약해져 해남군 현산면 소하천인 고현천의 제방 80m가 무너지는 등 축대가 무너지거나 옹벽이 유실되는 등 도내 7개 시군에서 10개 건축물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목포 장애인 거주지설과 여수시 노인요양시설 주변에 토사가 유실돼 입소자들이 대피했다.

많은 비로 토사 유실 위험 지역이나 하천 범람 위험 지역 주민 1천415명이 사전 대응 차원에서 친인척집이나 인근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하지만 가장 우려했던 실종·사망 등 인명피해는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역대급 재난을 선방한데는 '행정의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18일 오전 보성군 벌교읍 벌교천에서 보성군 관계자들이 중장비를 이용해 하천이 범람할 것에 대비해 방호벽을 쌓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달 25일부터 '도민생명 보호 최우선'과 '오히려 과도한 대비가 재해를 피해 갈 수 있다'는 방침을 중심으로 호우 대책을 추진했다.

먼저, 집중호우를 대비해 도내 휴양시설과 수목원, 숲길 225곳과 2천270곳의 산사태 위험지역과 급경사지, 붕괴위험 축대를 정비하고 인근 주민들에 대한 대비 훈련을 병행했다.

또 낙석 피해가 예상되는 곳에 대한 예찰을 강화하고 시전 통제도 철저히 한 것도 인명피해가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은 배경이 됐다.

전남도는 산림청의 산사태 위험지역과는 별개로 도 자체적으로 207곳의 산사태 우려지역을 발굴해 행정지원담당관을 22개 시군 전역에 파견, 산림담당 직원과 함께 수차례 합동 예찰을 벌이는 등 안전 사각지대 관리도 강화했다.

이같은 사전 준비 덕분에 집중호우 당시 작은 조짐을 발견한 즉시 14개 지역 주민들을 곧바로 대피시키고, 불편함이 없도록 생수와 세면도구, 간편식 등 긴급구호물품도 제공하는 세심한 모습도 보였다. 전남도의 이런 발빠른 조치는 행안부의 수범사례로 꼽혀 전국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저지대나 반지하주택 침수를 대비해 부단체장들은 현장에서 지휘하며 신속하게 대응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19일 호우로 피해를 입은 영광군 군남면 양덕리 농작물(논콩) 침수현장을 방문해 현황 점검 및 농업인들을 위로·격려하고 관계자들에게 신속한 피해복구를 당부하고 있다.

황룡강 등 하천변 산책로 43곳을 통제했으며, 화순군 춘양면의 침수와 담양군 붕괴 위험 지역에서 부군수들이 현장 주민들을 발빠르게 대피시킨 것이 현장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한 대표적인 사례다.

유관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도 한몫했다. 31사단, 전남경찰청 직원들이 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상주하며 집중호우 당시 교통 통제 인력과 군 장비·병력 투입을 발 빠르게 할 수 있었다. 방류 시기를 협의하고, 방류에 앞서 주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방류 시기를 사전 통보할 수 있었다.

전남도는 도민안전실 자연재난과 직원들은 지난달 26일부터 24시간 비상근무를 했으며, 1천200여 명의 도청 직원 역시 지난 주말부터 지난 18일까지 밤샘 근무하며 긴박한 상황에서 만일의 사태에 곧바로 처리할 수 있는 체계를 실행했다.

김영록 전남지사 역시 지난달 24일부터 10차례 이상 호우 대책회의를 진행하며 철저한 대책을 마련한 한편 보성과 함평, 곡성, 해남, 여수 등 현장 방문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김영록 지사는 "산사태 위험 지역을 미리 파악해 대비하고, 주민들을 발빠르게 대피시켜 인명 피해가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사고 발생 후 어떻게 할까 생각하면 늦는다. 과도하게 미리미리 점검하고 즉시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한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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