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30억 이상 사용 제한’ 타격
도 “할인 낮추고 발행 줄여야할 판”

윤석열 정부가 또 다시 지역사랑상품권(이하 지역화폐) 예산 전액 삭감을 추진하면서 전남지역 지역화폐 발행도 중단되거나 축소해야 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
특히 정부의 지역화폐 지원금 삭감과 맞물려 행정안전부는 지역화폐 사용처를 한정하면서 농어업인들의 판로 제약 등 지역경제 위축까지 우려된다.
21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31일 기획재정부에 2024년도 예산 요구안을 제출하면서 지역사랑상품권 사업을 제외했다.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서 무산된 '지역화폐 예산 전액 삭감'을 다시 추진한다는 것이다.
전남도는 지난해 순천 9억7천원, 목포 7억1천원, 나주 6억9천원 등 105억원의 도 예산을 투입, 지역화폐 발행을 지원했다. 이에 2022년까지 10%였던 할인율을 국비 지원이 끊기고 도비와 시군비만 지원하면서 할인율을 5~7%로 낮출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국회를 통해 3천525억원의 관련 예산이 편성되면서 숨통이 트였다.
행안부가 올해 전남도에 지원한 금액은 283억1천700만원. 도비와 시군비를 합친 것보다 2~2.5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정부 지원으로 순천시는 22억3천만원, 목포시는 14억원, 광양시는 1억5천만원 등 22개 시군에 283억1천700만원의 지역화폐를 추가 발행했다.
정부가 내년도 지역화폐 발행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경우 지자체는 또 다시 발행액이나 할인율을 크게 줄일 수 밖에 없다. 지역민들의 불만이 다시 나올 것이 뻔하다.
여기에 행안부의 '연 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에서만 사용 가능하다'는 제약 사항이 지역화폐 무용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행안부의 지침대로 진행할 경우 전남 지역 2천여 곳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농협마트나 대형 마트 등이 연매출 30억원을 초과하고 있는 실정이다보니 지역 상권의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 상당수의 농업인이 농협 마트를 통해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으며, 신선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전남 한 지역 농협 마트 관계자는 "지역화폐는 지역의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목적도 있다"며 "지역 상권에서 소비하도록 함으로써 돈이 지역에 머물도록 하는 조건을 차단하는 셈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주변에서 쉽게 쓸 곳이 없어지면 소비자들은 지역화폐 사용량은 갈수록 줄일 것"이라며 "사용량이 계속 줄면 언젠가는 '지역화폐 무용론'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민들도 할인 비율이 낮아지면 지역사랑상품권을 구매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지역민은 "지역사랑상품권을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가 할인 혜택이 있어 현금보다 더 싸게 물건을 구입하기 때문이었다"며 "만일 할인 혜택이 줄어들거나 없어진다면 지금만큼 상품권 구매해서 쓰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올해 초 국비 지원을 받기 전에는 지역사랑상품권의 할인율이 5~7%로 줄어들어 지역민들의 불만이 늘었었다. 다행히 국비를 지원받으면서 10%로 늘릴 수 있었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만일 국비 예산이 줄어든다면 할인 비율 10%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할인 비율을 줄이거나 발행액 자체를 줄이는 방향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예산 삭감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 전달된 내용이 없다"며 "앞으로 시·군 상황을 확인하며 대책을 마련할지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처럼 지역화폐 사업을 부활시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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