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이슬람 관광객 어렵게 모셨는데'···"기도실 안돼" 난색

입력 2022.11.08. 16:52 선정태 기자
전남 방문의 해 맞아 19억 이슬람 타깃
'기도실' '포크 프리' 강조하며 적극 구애
순천시의 기도실 거부로 시작부터 삐끗
전남도, 버스 개조 등 대안 준비 서둘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관련 없음.

전남도가 2022~2023 전남 방문의 해를 위해 야심 차게 추진했던 아랍·이슬람권 관광객 유치가 지자체의 종교적 관점 차이로 시행 초기부터 흔들리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전남 관광지만을 방문하는 이슬람권 관광객이라는 이례적인 상황에도 불구, 전남도와 지자체의 엇박자는 향후 19억 명이라는 거대한 잠재 고객의 환심을 사기 역부족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전남도에 따르면 이달 중 인도네시아 관광객 140여 명이 경남 김해 공항을 통해 6박 7일 일정으로 입국, 전남 주요 관광지를 둘러본다.

전남도는 올 초부터 중동 지역을 블루 오션으로 판단, 아랍과 이슬람 관광시장 개척에 나섰다.

지난 3월 무슬림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5월 두바이 관광설명회에 참석해 전남 관광을 알렸다.

이어 같은 달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젯다에서 주최한 '한-사우디 수교 60주년 기념 한국 관광 로드쇼'에 대한민국 지자체 대표로 참석해 사우디 여행사, 미디어를 대상으로 관광 설명회를 개최했다.

전남도는 이 자리에서 신안 퍼플섬과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등 주요 관광지를 소개하고 무슬림 친화 음식을 포함한 전남 관광 홍보를 통해 현지인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중국과 일본 관광 시장이 폐쇄되면서 시장 다변화를 위해 전 세계 인구의 25%인 19억 무슬림 관광객에 대한 관광 홍보에 집중했고, 첫 열매가 맺어진 것이다.

실제, 전남 방문만을 위한 해외 관광객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서울이나 수도권만을 위해 방문하거나, 전남 상품이 포함된 경우에도 이틀이나 사흘 동안 순천과 여수, 해남 등 주요 관광지만 훑어보고 서울로 발길을 돌리는 상품이 대부분이다.

서울 관광을 중심으로 하고 전남 등 지방 관광은 곁가지로 판매할 수밖에 없다.

전남 방문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해외 관광객들에 맞출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선택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남도가 아랍·이슬람 관광객을 위해 가장 먼저 준비한 부분은 이동식 기도실 확보와 '이슬람 프랜들리', '포크 프리' 식당이었다.

한국관광공사가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준비했던 이동식 기도실을 순천시에 무료 대여할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순천시는 '지역에 기독교 색채가 강해 이슬람 기도실을 준비할 경우 지역 정서가 좋지 않다'며 거절했다.

'기도실'과 '포크 프리 식당'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며 해당 지역에 구애했던 전남도는 방문객 입국을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이번 말레이시아 관광객을 시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관광객 등이 연말과 내년 초 연이어 전남을 방문할 예정이서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전남도는 인증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다 어려운 '할랄'에 앞서 해산물이 풍부한 식단이 많아 '이슬람 프랜들리'나 '포크 프리' 식당 준비는 어렵지 않은 부분이다.

준비가 쉽지 않은 이동식 기도실도 대여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한 셈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관광객이 머무는 며칠 동안만 사용하는 부분이라 크게 문제가 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우선은 이들이 머무는 숙소의 빈 객실을 빌려 기도실을 마련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랍·이슬람 관광객이 꾸준히 찾아오면 도 차원에서 버스 등을 개조해 이동식 기도실을 준비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며 "무안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항공사·여행사와도 논의 중이다"고 덧붙였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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