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염전서 함께 배운 생태 교육
도시·섬 초등생 32명 참여해
자연·협력의 가치 몸으로 배워

자연이 교실이 되고, 협력의 가치를 배운 특별한 수업이 신안에서 열렸다.
지난달 29일 햇살이 환하게 내려앉은 전남 신안 압해도의 한 염전. 이른 아침부터 이곳에는 특별한 만남이 준비돼 있었다. 도시의 목포 백련초등학교 학생들과 섬마을인 압해권역 초등학교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해양·생태 공동교육과정의 다섯 번째 활동이 열리는 날이었다.
이날 체험에는 백련초 학생 21명, 압해초 학생 9명, 압해동초 학생 2명 등 총 32명의 초등학생이 참여했다. 섬과 도시, 서로 다른 공간에서 자라온 아이들이 처음엔 낯선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지만, 발 아래 넓게 펼쳐진 염전을 마주하자 이내 긴장이 풀렸다. 아이들은 어느새 한 팀이 돼, 소금이 만들어지는 생생한 현장을 함께 체험하기 시작했다.

교과서 속 사진으로만 보던 염전이 눈앞에 펼쳐지자 아이들은 숨죽이며 감탄했다. 햇볕과 바람, 그리고 시간이 만들어낸 하얀 소금 결정이 반짝이는 풍경 앞에서 "진짜 소금이 이렇게 만들어지는 거야?"라는 놀라움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간 당연하게만 여겼던 소금 한 줌에 담긴 자연의 시간과 사람의 손길을 마주한 순간이었다.

체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아이들은 염전 바닥에 차곡차곡 쌓인 소금을 긁어모으는 작업에 나섰다. 줄을 맞춰 일렬로 서서 도구를 들고 염전 위를 가로지르는 모습은 마치 오래전부터 함께해 온 아이들처럼 조화로웠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제자리에서 허리를 굽히고, 도구를 밀며, 낯선 친구와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언어보다 빠르게 마음이 먼저 통했다.
도시에서 온 아이가 "힘들지 않아?"라고 묻자, 섬 친구는 "같이 하면 괜찮아"라며 수줍게 웃고는 다시 소금을 모았다. 이 짧은 대화 속에는 낯섦을 허물고 우정을 쌓아가는 아이들만의 방식이 담겨 있었다. 배움은 책장이 아니라, 손끝에서 손끝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강해람(백련초 4년)군은 "소금이 그냥 '짠' 하고 생기는 게 아니더라. 이걸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직접 보니까 식탁에 있는 소금도 더 고맙게 느껴진다"며 "처음엔 조금 어색했는데, 친구들이랑 같이 하니까 금방 친해졌고, 함께 하니까 일도 더 빨리 끝났다"고 말했다.

점심 식사 후 아이들은 압해동초로 자리를 옮겨 허브솔트 만들기 체험에 나섰다. 오전에 직접 모은 소금을 활용해 바질, 로즈마리, 오레가노 같은 허브를 섞어 각자의 손맛이 담긴 특별한 조미료를 만드는 시간이었다. 절구를 잡은 손끝에는 호기심이 가득했고, 허브향이 퍼지는 교실 안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학생들은 정성스럽게 만든 소금병에 '햇살소금', '바람의 맛', '친구소금' 같은 이름을 붙였다. "이건 엄마한테 줄 거예요", "우리 집 비밀 레시피가 생겼어요"라는 아이들의 말에선 체험을 넘어 가족과 나누고 싶은 마음까지 전해졌다.
최한별(압해초 4년)양은 "소금 긁는 것도, 풀잎으로 배를 만드는 것도 다 재미있었다. 처음엔 조금 낯설었지만, 함께하다 보니 금방 친구가 됐다"며 "특히 바닷물이 진짜로 소금으로 변하는 걸 직접 본 게 제일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번 체험은 단순한 현장학습을 넘어, 자연과 교육, 도시와 섬이 연결되는 '느린 배움'의 시간이자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인문학적 경험이기도 했다. 서로 다른 배경의 아이들이 마주하고, 협력하고, 함께 웃는 모습은 공동교육과정의 가장 큰 성과였다.
박은아 신안교육지원청 교육장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아이들이 자연 안에서 진심으로 연결되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섬과 도시 학생들이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공동교육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계적이고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생태 감수성과 공동체 의식을 키우는 교육의 길은 어쩌면 이날 염전 위에 일렬로 선 아이들의 모습이 아닐까.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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