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지방세포 분화의 숨겨진 연결고리 밝혀내

입력 2025.04.24. 16:17 한경국 기자
지스트 조준 교수 등 공동연구팀
유전자 번역과 대사 상호작용 규명
차세대 대사질환 치료전략 실마리 제시
베이지 지방세포 분화과정에서 확인된 단백질 번역과 대사간 상호조절의 신규기전 모습. 지스트 제공

지방세포가 자라는 과정에서 유전자가 단백질로 바뀌는 과정(유전자 번역)과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활동(세포 대사)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 조준 교수팀과 순천향대학교 이미혜 교수팀이 함께 수행했다. 연구팀은 지방세포가 어떻게 자라는지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세포 속 유전자, 단백질, 에너지 흐름을 동시에 분석하는 '다중체 분석(Multiomics)' 기법을 사용했다.

지방세포는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저장하거나 열을 내는 역할을 한다. 특히 운동을 하거나 추운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베이지 지방세포'는 열을 많이 만들기 때문에, 비만이나 당뇨병 같은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 세포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는 유전자가 단백질로 바뀌기 전 단계인 전사(transcription)에만 집중돼 있었고, 실제로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단계나, 만들어진 단백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지방세포가 자라는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가 만드는 단백질의 양을 조절하는 방법을 밝혀냈다.

특히, 지방세포가 자랄 때 미토콘드리아 안의 일부 단백질은 적게 만들고, 다른 일부는 계속 만들거나 더 많이 만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지방세포가 자신의 역할에 맞게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단백질을 조절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또한 연구팀은 세포 안의 '글루탐산'이라는 아미노산(단백질의 재료)이 줄어들면서, 글루탐산을 많이 쓰는 단백질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현상도 확인했다.

이는 마치 공장에서 재료가 부족해서 특정 제품을 덜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왼쪽부터 조준 지스트 의생명공학과 교수, 이미혜 순천향대 순천향의생명연구원 교수, 윤대화 지스트 학생, 김보선 순천향대 학생, 정다희 지스트 학생.

조 교수는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쓰는 방식과 단백질을 만드는 방식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서로 깊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실험으로 증명한 것"이라며 "이런 기전을 알게 되면 앞으로 비만이나 당뇨병 같은 질환을 더 똑똑하게 치료하는 방법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전자 조절이 단순히 초반 단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까지 정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보여준 중요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지스트와 순천향대 박사과정 대학원생들이 함께 수행했으며,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과 지스트-전남대병원 공동연구 과제 등 국내 여러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9일자로 게재됐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