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잠시 봉합됐지만···"의료개혁은 후퇴" 비난 거세

입력 2025.04.17. 17:46 한경국 기자
2년간 국민만 불편하고 끝나
대학 인프라 구축도 무용지물
올해 입시 더 치열해져 불만
의료시설 내부 모습. 뉴시스

정부가 당초 계획했던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방침을 철회하고,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천58명으로 확정하면서 1년 넘게 이어져 온 의정 갈등은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국민 건강권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우려 뿐만 아니라 교육 현장과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혼란을 줬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는 2023년 향후 5년간 매년 2천명씩 의대 정원을 늘려 총 1만명을 증원하겠다는 대규모 계획을 발표했다. 2035년까지 약 1만5천명의 의사가 부족해질 것이라는 보건복지부의 의료인력 추계에 근거한 것이었다. 특히 필수의료, 지역의료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정책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의사단체와 전공의, 의대생들의 강경한 반발에 부딪혀 정부는 점차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2025학년도 모집정원을 처음 계획보다 500여명 줄인 4천567명으로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엔 아예 증원 규모 '0명'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의대 증원 계획 자체가 사실상 2년 연속 실패로 돌아갔다.

교육부는 이번 결정을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와 교육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정이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단기적 봉합에 불과하고, 중장기적으론 의료개혁의 본질적 목표를 훼손하는 후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의정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입었다.

최근 수개월 동안 병원 현장에서는 전공의 공백으로 인해 응급환자 수술이 지연되고,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축소되는 등 각종 업무 차질이 발생하며 국민들이 직접적인 불편을 겪었다. 일부 병원은 외래 진료를 축소하거나 중단하기도 했고, 응급실을 찾은 중증 환자들은 긴 대기 끝에 치료가 지연되며 심각한 피해를 입기도 했다.

앞으로도 필수 진료과의 의료인력 부족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의대 정원 증원 계획 철회는 지방·중소 병원과 고령층, 취약계층 환자들에게 의료 접근성 저하라는 불이익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의대 정원 확대를 대비해 이미 약 5조원 규모의 교육 환경 투자 계획을 세웠던 정부와 대학들도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특히 사립대 의대 11곳은 시설 확충을 위해 약 4천449억원의 융자를 신청했고, 이 중 9개 대학은 1천7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이미 수령한 상황이다.

광주지역 의과대학도 손실이 예상된다. 의대 정원이 전남대는 125명에서 200명으로, 조선대 125명에서 150명으로 늘어났던 만큼 관련 인프라 확충과, 교원 충원이 뒷따랐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 뿐만 아니라 수험생과 학부모들도 혼란에 빠졌다.

2천명 증원을 예상하고 재수·삼수를 택한 N수생들, 이들과 경쟁하게 될 고3들은 평년보다 더 치열한 입시경쟁을 펼쳐야 한다.

전년도 입시 결과를 활용하기 어려운 데다, 대학별 모집 요강도 불확실해져 입시 전략을 수립하기 어려울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노총은 "의대증원과 의료개혁 정책의 후퇴는 나아질 의료서비스를 기대하며 불편을 감수해 온 국민들에 대한 기만이자 우롱"이라며 "일보 후퇴하더라도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이 없는 지속가능한 의료체계 구축이라는 대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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