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시민·학계 "뉴라이트 성향 독립기념관장 임명은 건국절 제정 위한 것인가"

입력 2024.08.13. 16:31 한경국 기자
친일파 옹호한 김형석 관장 논란 일파만파
시민단체 "정부 한국 역사 부정하는 것"
학계 "일 침략 미화하는 건국일 세워지나"
정부, 뒤늦게 건국일 추진 않키로 했지만
"역사관 쉽게 바뀌지 않아" 우려도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하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 광주·전남 103개 시민단체가 제7회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을 하루 앞둔 13일 오전 광주시청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을 향한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와 대일본 저자세 외교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

"뉴라이트 성향을 띈 사람을 독립기념관장 자리에 임명한 것은 1948년을 건국일로 지정하기 위한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뒤늦게 건국일 제정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언제 말을 바꿀지 몰라 걱정됩니다."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친일파를 옹호한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최근 독립기념관장에 임명된 김 관장을 통해 대한민국 건국일을 1948년으로 제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광주·전남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한말호남의병기념사업회 등 광주·전남 107개 시민사회단체는 13일 오전 광주시청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정권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대놓고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김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시민단체는 "신임 관장은 대한민국이 1948년 8월15일 건국됐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이는 대한민국과 임시정부의 단절을 꾀하는 매국노식 발상이자 북한을 다른 나라로 인정하는 것이다"며 "순국선열들의 독립정신을 선양하고 올바른 국가관 형성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독립기념관의 수장에 임시정부의 법통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사람을 임명하는 게 제정신인지 모르겠다"고 역설했다.

광주지역 교사들도 건국일 논란이 일자 친일세력에게 변명의 여지를 남겨주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빛고을역사교사모임 회장으로 활동 중인 김보름 문상중 교사는 "건국일이라는 표현 자체가 2006년 뉴라이트 계열에서 광복절을 건국일이라고 주장하면서 논쟁이 시작됐다. 그전에는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945년 광복,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렇게 용어를 정리했지 건국일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며 "이는 일부 세력의 그릇된 역사인식이 표출된 것이다. 1948년 8월15일에 행해진 기념식 사진을 봐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 국민 축하식'이라고 적혀 있다. 1948년 당시에도 정부 수립으로 규정했던 것을 이제 와서 건국이라고 우기는 것에는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미화해 독재의 역사를 지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수립일' 대신 굳이 '건국일'을 묻는다면 1919년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이 돼야 한다. 이승만 대통령도 1948년 정부 수립 기념사에서 '대한민국 30년'이라고 밝혔다"면서 "만일 1948년을 건국으로 보면 대한민국은 독립운동과 무관하게 세워진 나라가 된다. 평생 독립운동에 헌신했으나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해 정부 수립에 참여하지 않았던 김구 등의 독립운동세력들은 반국가적 인물이 되고, 일제강점기에 반민족행위를 하며 호의호식하다가 기득권을 좇아 정부 수립에 참여한 친일세력은 건국의 주역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논란이 계속되자 대통령실과 김 신임 관장은 건국일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지식인들 반응은 냉담했다.

김봉국 전남대 교수는 "건국일을 1948년으로 하려는 뉴라이트의 복안은 일제 식민지 시절을 미화하려는 것이다. 일본 침략을 정당화함으로써 위안부 문제와 같은 폭력의 역사를 지우려는 것이다"면서 "일단 정부가 건국일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해서 다행스럽게 생각하지만, 향후 행보를 더 지켜봐야 한다. 잠시 철회를 했다고 해서 그들의 역사의식이 한순간에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부와 독립기념관 등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모두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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