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피일 미뤄지는 의대 학사일정···날짜 미루는게 최선인가

입력 2024.04.24. 17:05 한경국 기자
의대 절반이상 개강했음에도
전남대·조대는 또 연기 검토
학교측 "내년 수업인원 감당 안돼"
'반쪽짜리' 의대생 양산에 우려도
의료시설 내부 모습.

의정갈등 장기화 속에 연거푸 학사일정을 미루고 있는 전남대·조선대 등 지역 의과대학을 향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갈등 해결책 모색은커녕 정부와 의대생들 눈치를 살피며 수차례 학사일정을 미루고 있어서다.

실제 전남대와 조선대는 의대생 집단 휴학계 제출 등 단체행동과 관련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학사 일정만 연기했을 뿐 별다른 조치를 안 했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수업을 받고자 하는 일부 의대생들이 학사일정에 차질을 빚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전남대에 따르면 당초 의대 개강일은 2월19일이었지만 학생들이 출석하지 않아 최근에 오는 29일로 개강을 바꾸는 등 네 차례나 학사일정을 미뤘다.

조선대도 마찬가지다.

조선대 의대 개강일은 이달에만 15일과 22일, 29일 세 차례나 옮겼다.

서너 차례에 걸쳐 학사일정을 연기하는 동안 전남대와 조선대 의대는 의대생 집단 휴학과 관련 대책회의를 통해 상황을 관찰하고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개강 일정을 미루는 것 외에 별다른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대학 측은 휴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득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으나 이마저도 전화를 통해 수업에 참여할 지를 묻는 등 소극적인 대응이 전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근 전국 의대 40곳 중 23곳(57.5%)이 기다리다 지쳐 수업을 재개했음에도 전남대와 조선대는 '상황을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학생과 정부간 간극이 유지되는 이상 계속해서 학사 일정을 미룰 기세다.

개강을 하고 싶어도, 상황이 여의찮다는 것이 대학 측 입장이다.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은 채 수업을 강행하면 유급이나 휴학처 될 학생이 대거 쏟아져 내년 수업이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현재 제출된 의대생 휴학계는 전남대 재학생 731명 중 575명, 조선대 재학생 725명 중 593명. 한달째 돌아오는 학생이 없지만 대학 측은 개강 날짜를 5월 첫째 주로 한 차례 더 연기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교육부가 의대 집단행동에 들어간 학생들이 제출한 휴학원을 처리하지 말라고 한 상황이다"며 "학교에서도 내년부터 학생 수가 150명~200명으로 늘어났는데, 올해 유급된 학생들까지 같이 수업받으면 수강생이 300명에 육박하게 된다. 한꺼번에 수업을 받을 공간도 여유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불안감을 내비쳤다. 학사일정을 다 소화하지 못한 '반쪽짜리' 의대생이 양산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한 시민은 "지금 개강을 해도 주말에도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들었다. 의대생 시절이 그렇게 힘들다고 하는데 이런 상황이면 온전히 수업을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피곤해서 수업일수 채우는 데만 급급할 것으로 보인다"며 "계속되는 학사일정 연기에 정상적으로 수업을 받고자 하는 의대생들이 괜한 피해를 보고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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