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학번 졸업하다···"많은 추억 쌓지 못해 시원섭섭"

입력 2024.02.26. 16:05 한경국 기자
전남대 민주마루서 학위수여식 열려
재학생, 전대네컷·관현악 연주 등 축하
"캠퍼스 추억 부족해 아쉬우면서 후련"
취업난·의정갈등으로 한숨 쉬는 청년도
26일 전남대 광주캠퍼스 민주마루 앞 계단에서 학위수여식을 기념하고 있는 졸업생들의 모습. 한경국기자

"대학 캠퍼스에 대한 추억과 낭만은 적지만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서 있다고 생각하니 설렙니다. 하루빨리 취업에 성공해 사회에서 도움이 되는 일꾼으로 뿌리내리고 싶어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될 즈음 대학에 입학해 일명 '코로나 학번'이라 불리는 '20학번' 대학생들의 졸업식이 진행됐다.

입학 전부터 발병한 코로나로 집에서 수업을 받는 게 더 익숙한 이들은 다른 학번에 비해 대학 캠퍼스에 대한 추억과 낭만이 적어 아쉬우면서도 사회로 진출한다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다. 일부는 졸업 후 곧바로 닥칠 취업시장에 대한 걱정과 불안함을 호소하기도 하는 등 대학캠퍼스에는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했다.

26일 오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광주캠퍼스 민주마루.

이날 제72회 2023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이 진행됐다.

졸업생만 4천여명. 비가 그치고 봄이 찾아온 교정에는 졸업과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인파 행렬로 가득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거리는 인파에 자리를 잡지 못한 가족들은 길목에 선 채로 행사를 지켜봤다.

일부는 아예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졸업식을 기념했다.

졸업식의 전통인 '학사모 던지기' 인증사진을 찍고, 삼삼오오 모여 간단한 영상을 담는 졸업생들도 눈에 띄었다.

재학생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선배의 졸업을 축하했다. 전남대 동아리 관현악반은 라데츠키 행진곡, 천국과 지옥 캉캉 등을 연주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한 학생은 즉석사진 네컷으로 촬영하는 '전대네컷' 부스를 마련해 추억을 선물했다.

졸업생들의 표정은 대부분 들떠 있었다.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아쉽기도 했지만, 사회인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날인 만큼 기대감도 얼굴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캠퍼스 낭만을 만끽하지 못했다는 아쉬운 분위기도 풍겼다.

간호대학 졸업생은 옥미연씨는 "입학하자마자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캠퍼스에서 쌓을 낭만이 많이 없었다. 메타버스나 온라인 강의 등을 통해 추억을 쌓긴 했지만 아쉽기도 하면서 후련하다"며 "사회에 나가서는 배운 것들을 토대로 새로운 경험을 쌓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취업이 걱정인 학생들도 있었다. 졸업축하 인사에 기뻐하면서도 취업난 걱정에 한숨을 내쉬었다.

경영대학 졸업생 이홍주씨는 "경영학부라 인문계열 중에서는 취업이 잘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주변을 보면 30% 정도만 일자리를 찾은 것 같다. 학생 수 절반 정도가 취업을 위해 타지역으로 가고 있다"며 "나 역시도 졸업 후 곧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 계획이다. 교수님들께 배운 교훈들을 바탕으로 학교를 빛내는 인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등 의료대란으로 번지고 있는 의정갈등 속에 학위수여식에 참여한 의과대학 졸업생도 있었다.

의과대학 졸업생 A씨는 "오늘 졸업식에는 의과대학 학생들이 대부분 참석하지 않았다. 23일 자체 졸업식을 열었기 때문이다"며 "하루빨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도움이 되고 싶다. 의정갈등이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남대는 이날 학사 3천132명, 석사 775명, 박사 151명, 명예 학사 2명 등 모두 4천060명에게 각각 학위를 수여했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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