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in] 촌스럽다고요? 친숙한 반전 매력 '흠뻑'

입력 2024.09.30. 15:49 이삼섭 기자
[무등in ①] 김성인 무등스터디카페 대표
광주사람들에게 익숙한 단어 '무등'
가족·주변 반대에도 이름으로 선택
고객들도 의미 알고나니 공간 애착
등수보다 무엇이 되느냐가 더 중요
무등산 높이만큼 목표 이루길 희망

무등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김성인 씨는 '무등'이란 단어와 가치를 전국에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무등이 곧 광주이고, 광주가 곧 무등이다'는 말처럼 무등은 그 자체로도 광주의 브랜드입니다. 무등이란 이름으로 무등산의 아랫자락에서 시작된 이 도시에서 무등은 '상징' 그 이상의 무언가로 시민 일상과 삶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광주에서 무등을 상호명으로 쓰는 기관, 법인, 단체가 300여개에 이른다는 점이 이를 보여줍니다. 이들에게 무등일보가 묻습니다. 왜 무등인가요? /편집자주

"가족과 지인 대부분이 무등이란 이름이 너무 촌스럽다고 반대했어요. 그래서 더 무등을 선택하고 싶었습니다. 반전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광주에서 '전대 상대'로도 잘 알려진 북구 용봉동 대학가에 자리 잡은 무등스터디카페. 아직 외벽 페인트 향도 덜 빠진 개업 1년 차 업장에서 만난 32세의 젊은 사장 김성인(32) 씨는 그 자체로도 반전이었다.

'무등'이란 이름이 다소 예스러운 탓에 나이가 다소 지긋한 사장님을 떠올렸다. 그러나 운동으로 단련된 근육질 몸에 다소 앳돼 보이는 얼굴을 가진 젊은 청년이었다.

김 씨 또한 평소에 그런 말을 듣는다고 했다. 그는 "스터디카페 주 고객층이 대학생, 취업준비생처럼 젊은 분들인데 무등이란 이름을 듣고 들어와서 젊은 사장에 한 번 놀라고, 세련된 인테리어에 또 한 번 놀란다"며 웃음을 보였다.

김 씨는 지난해 3월 스터디카페를 창업하고 이름을 지을 때 많이 고민했다. 젊은 층을 목표로 하다 보니 감각적이거나, 영어로 된 이름을 짓는 게 일반적이었다. 김 씨는 "그보다는 단순하면서도 친숙한 단어를 써서 사람들 머릿속에서 바로 떠오를 수 있게끔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무등'이었다. 김 씨는 스터디카페 개업 전에 이 공간이 '무등고시원'이었던 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 또한 이전까지는 무등에 대해서는 막연히 무등산에 대한 이미지만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무등산이나 무등산 수박을 접하니 그저 광주사람들에게 익숙한 단어라고만 생각했다.

광주 북구 용봉동 대학가에 자리잡은 '무등스터디카페'.

그러다 개업할 때 무등에 대해 알아보고 나서야 무등이라는 단어가 '등 수가 없다(無等)는 뜻'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터디카페는 주로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는 곳이기에 무등이란 단어와는 모순적으로도 보인다.

이에 김 씨는 "등수도 중요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본인이 무엇이 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목표가 변호사라면 변호사가 되는 것, 공무원이라면 공무원이 되는 것이란 목표를 가지고 가는 게 공부의 의의라고 생각해 '등 수가 없다'는 무등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보다는 자신의 목표를 이뤄 나갔으면 하는 바람과 고객들이 무등산 높이만큼 성적이 팍팍 올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면서 "이와 함께 제 자신이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무등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듯 노력하겠다는 마음가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법인 로고도 무등산, 특히 세 개의 정상(천왕봉·지왕봉·인왕봉)을 형상화해 브랜딩했다. 김 씨는 "지역에서 무등산에 대한 인식이 높기 때문에 삼각형 산 모양으로 제작하면 고객에게 인식도 잘되고, 무등스터디카페만의 정체성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무등이라는 이름에 담은 담대한 비전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주변에서 반대가 심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현실적이고 또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부분이기도 한데, 무등이라는 이름을 지었을 때 가족과 지인 대부분은 '왜 그랬냐', '촌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면서 "촌스럽고 예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고객들이 오히려 나중에 의미와 뜻을 알고 나니 더 공간에 애착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스스로도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무등에 대한 애정이 생겨서 그런지는 몰라도 무등이라는 단어가 너무 좋다"면서 "무등이란 단어를 다른 지역에까지 알려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또 "제게 무등은 목표를 이뤄갈 수 있는 시작을 알리는 출발이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무등스터디카페를 프랜차이징을 통해 전국에 퍼뜨리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밝혔다. 그는 "무등스터디카페뿐만 아니라 무등이라는 브랜드와 상호, 로고를 가지고 다른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면서 "숙박업이나 주거공간인 (가칭) 무등STAY나 무등빌딩, 무등건설 등 제 꿈과 야망은 무궁무진하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덧붙이는 글: 기획 연재 '당신의 무등' 인터뷰 영상은 오는 9월7일 개막하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광주 파빌리온관에서 전시됩니다. 올해 처음 신설된 광주 파빌리온은 이란 이름으로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시민들과 호흡합니다. 공동체, 연대, 포용, 인권 등의 단어로 대표되는 무등(無等) 개념을 다양한 방식과 협업으로 확장합니다. 5·18민주화운동 '비경험 세대' 가 주축이 된 여러 작가들이 광주정신의 예술적 계승 방식을 탐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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