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궁 앞엔 침묵뿐···심리적 안전감이 성과 결정”

입력 2026.10.02. 10:35 홍승현 기자
■제15기 무등CEO아카데미 제 13강-정찬영 동명병원 원장
'트라우마 이해 기반 경영' 주제
직원 행동 변화 본능적 방어
번아웃과 구분해 맞춤 대응
관계 속 스몰 트라우마 주의
리더 수용적 태도 변화 이끌어
제15기 무등 CEO 아카데미가 30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치평동 홀리데이인 광주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정창영 동명병원 원장이 “트라우마 이해 기반 경영”주제로 강연을 펼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ygs02@mdilbo.com/2026.09.30

“유능했던 직원이 갑자기 왜 달라지는가. 평소보다 오류와 누락이 늘어나고, 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내지 않으며, 사소한 피드백에도 방어적이거나 과잉순응을 반복해요. 행동에는 이유가 있고 이를 이해 할 때, 리더는 더 현명하게 개입할 수 있죠.”

지난 30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홀리데이인 광주호텔 컨벤션홀에서 제15기 무등CEO아카데미 제13강이 열렸다. 이날 ‘트라우마 이해 기반 경영’을 주제로 강단에 선 정찬영 동명병원 원장은 사람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개인의 역량이나 열정 부족이 아닌, ‘신경계의 위협 반응’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이면에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이유와 맥락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정 원장은 “우리의 뇌는 항상 환경을 스캔하며 ‘안전한가, 위험한가’를 먼저 판단한다”며 “위협이 감지되면 생존을 위해 주의와 에너지를 빠르게 전환하게 되는데, 위협 상황에서 직원의 행동이 달라지는 것은 능력·지능 저하가 아닌 뇌의 기능이 생존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협과 트라우마를 두 가지로 분류했다.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을 위협받는 ‘빅 트라우마’가 싸우기·도망가기·얼어붙기 등의 강한 방어 기제를 낳는다면, 반복적인 무시나 거절 등 대인관계에서 비롯된 ‘스몰 트라우마’는 조직 내에서 과잉순응, 완벽주의, 감정 억제와 같은 전략으로 발현된다.

제15기 무등 CEO 아카데미가 30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치평동 홀리데이인 광주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정창영 동명병원 원장이 “트라우마 이해 기반 경영”주제로 강연을 펼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특히 직장 내에서 흔히 발생하는 관계적 스몰 트라우마 경계를 강조했다. ‘내 감정을 드러내면 관계가 위험해진다’는 인식을 심어 장기적인 관계 비용을 치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직원이 겪는 관계적 어려움은 뇌가 선택한 ‘본능적 방어막’이라고 표현했다. 정 원장은 “지금의 반응은 나를 지켜주던 생존 전략일 수 있다”며 “행동의 이유를 이해하는 것은 잘못을 정당화하는 면책이 아니라, 더 효과적으로 개입하고 함께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번아웃(소진)’과 ‘트라우마’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해야 올바른 대처가 가능하다고 짚었다.

번아웃이 만성적인 직무 스트레스로 인해 ‘열심히 하던 사람이 지쳐버린 상태’라면, 트라우마는 압도적인 충격이나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인해 ‘감당하기 어려운 경험이 마음에 남은 상태’를 뜻한다. 번아웃은 충분한 휴식과 조직 환경 개선으로 회복이 가능하지만, 트라우마는 개인의 의지만으로 회복이 어려울 수 있어 보다 전문적인 지원과 철저히 안전한 환경이 필요하다.

조직의 성과와 혁신을 경영하는 기반으로는 ‘심리적 안전감’과 ‘공정성’을 손꼽았다. 다만 심리적으로 안전한 조직이 갈등 없이 무조건 편안하기만 한 곳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두려움 없이 질문하고, 실수를 비난이 아닌 학습의 기회로 삼으며 불편한 반대 의견도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솔직한 조직이 건강하다”며 이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리더의 태도라고 했다. 정 원장은 “리더의 첫 반응이 다음번 보고를 학습시킨다. 무언가 문제가 생겼을 때 ‘왜 이제 말했어요’·‘누가 책임질 겁니까’라는 추궁 앞에서는 추후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알려줘서 고맙습니다’라고 문제를 공유한 용기를 인정해 줄 때 다음번에도 기꺼이 위험 신호를 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찬영 원장은 5·18 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학동붕괴참사 등 사회적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증언 치유를 이어왔다. 최근 ‘당신의 상처는 사적이지 않다’를 출간하며 트라우마가 개인의 고통에 머무르지 않고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가회적 기억이라는 점을 조명했다.

홍승현기자 hon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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