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에도 A·B주차장 만차행렬
문화창조원 전시 관람객 북적북적
어린이 특별전에 가족관객 잇따라
"시원하고 볼거리 많아 훌륭한 피서지"


“방학이라 아이들이랑 어디라도 가야 하는데 날씨가 너무 덥잖아요. ACC는 시원하고 볼거리도 많아서 오늘은 여기로 피서 왔어요.”
폭염이 이어진 14일 오후 찾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평일 오후 시간대였지만 전당 곳곳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야외 활동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무더위를 피해 실내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이른바 ‘문화피서’ 행렬이었다. 전당 A·B 주차장은 만차 안내가 표시될 정도로 차량이 몰렸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가족 단위 관람객부터 책을 읽거나 전시를 둘러보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이 손을 잡은 부모들은 어린이문화원으로 향했고, 전시장 안내도를 들여다보던 관람객들은 복합전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로비 한쪽에서는 잠시 쉬어가는 시민들도 보였다. 바깥의 뜨거운 햇볕과는 달리 시원한 실내에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문화정보원은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시민들로 활기를 띠었다. 도서관에서는 책을 펼쳐 공부하는 학생들과 자료를 찾는 이용객들이 자리를 잡았고, 라운지에서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책을 읽고, 다른 곳에서는 잠시 대화를 나누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더위를 피하는 모습이었다.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분위기는 더욱 분주했다.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6관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교류특별전 ‘자밀 프라이즈: 무빙 이미지’에는 영상과 설치, 사운드, VR 등 다양한 작품을 관람하는 시민들이 이어졌다. 이슬람 문화와 역사, 사회에서 영감을 받은 동시대 예술을 선보이는 전시인 만큼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 멈춰 화면을 유심히 바라보거나 전시장 곳곳을 천천히 이동하며 작품을 살폈다.
복합전시 3·4관에서 열리는 ‘코스모 아시아 피플’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코스모·아시아·피플’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위기의 지구와 인간, 아시아의 상상력을 바라보는 전시다. 작품 앞에서 한참을 머무는 관람객들의 모습에서는 더위를 피하는 것과 함께 전시를 통해 새로운 생각거리를 찾는 분위기도 눈에 띄었다.
복합전시 2관의 ‘아시아의 장치들’에서는 영상과 비디오아트를 통해 아시아의 역사와 기억, 공동체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에 시선을 고정한 관람객부터 전시장 구조물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는 관람객까지 다양한 모습이 잇따랐다.
어린이문화원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특히 붐볐다.

17일까지 진행되는 특별전 ‘스포츠 히어로즈: 나도 국가대표!’가 열리는 다목적홀에서는 아이들의 움직임이 특히 분주했다. 리듬체조와 펜싱, 스내그골프, 플로어컬링 등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스포츠를 직접 체험하며 아이들은 연신 몸을 움직였다.
펜싱 체험에 나선 한 어린이는 “엄마, 나 펜싱에 재능 있는 것 같아”라며 보호자를 향해 손짓하며 웃는 모습도 보였다. 보호자들은 아이가 스포츠 체험에 나서는 모습을 지켜보며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사진을 촬영했다. 폭염 때문에 밖에서 뛰어놀기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실내 체험공간이 또 하나의 놀이터가 된 모습이었다.

어린이체험관의 상설전시 ‘우리 모두의 집, 아시아’에서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바다와 갯벌, 습지와 호수, 숲과 사막 등 아시아의 자연환경을 주제로 한 공간을 따라 아이들이 직접 움직이고 체험하며 자연과 생태의 의미를 배웠다.
이날 딸과 함께 ACC를 찾은 시민 정하영(38·여)씨는 “요즘은 너무 더워서 아이와 야외에서 오래 놀기가 쉽지 않은데, ACC는 시원한 공간에서 전시도 보고 체험도 할 수 있어 좋다”며 “방학 동안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호추니엔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작품의 완성은 관람객”
제16회 광주비엔날레 호추니엔 예술감독.
“관람객은 작품을 완성하는 ‘공동 창작자’입니다. 광주비엔날레를 찾은 모든 관람객이 자신 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즐기고 경험하길 바랍니다.”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이틀 앞둔 3일 호추니엔(Ho Tzu Nyen) 예술감독은 “머릿속에 구상했던 작업들이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조금씩 실현되는 과정을 보며 기뻤다”면서 “많은 순간 예술이 정치 앞에서 무력해 보일 때가 있지만, 정치는 사라져도 예술은 끝내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다음은 호추니엔 감독과의 일문일답.-개막을 앞둔 소회가 어떤가.▲아직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 수개월, 혹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머릿속으로만 꿈꿔온 구상이 실제로 눈앞에 구현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매우 벅차오른다. 나와 큐레이터들이 함께 긴밀히 작업해 온 꿈이 현실로 바뀌는 과정을 보며 깊이 감동하고 있다.-예년에 비해 참여 작가 수를 줄이고 전시의 밀도를 높인 배경은 무엇인가.▲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됐다. 다른 비엔날레를 방문할 때 수많은 작품과 작가 수에 치여 처음부터 피로감이나 불안감을 느끼곤 했다. 지난 20여 년간 세계 비엔날레들은 점점 더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해 왔지만, 이는 관람객의 집중력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설 때가 많다. 이번에는 작가 수를 줄여 관람객이 부담 없이, 최선의 상태에서 엄선된 작품들과 깊게 마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예술을 경험하는 데 있어 ‘집중’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가치다.-제주 화산암이나 사운드·영상 작품 등에서 극단적인 시간의 속도감이 교차한다. 관람객이 이를 어떻게 느끼길 바라나.▲우리는 흔히 ‘변화’라고 하면 갑작스럽고 격렬한 사건을 떠올린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변화는 매일 마주하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처럼, 눈치채지 못할 만큼 느리고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지구가 에너지를 축적해 화산을 형성하는 데는 긴 지질학적 시간이 걸리지만, 폭발해 용암이 식고 암석이 되는 순간은 순식간이다. 화산암 자체에 ‘매우 느린 시간’과 ‘매우 빠른 시간’이 동시에 담겨 있는 셈이다. 관람객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삶과 자연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변화의 속도와 리듬을 감각적으로 깨닫기를 바란다.-오월어머니집 미술 작품 등 광주의 역사와 연대를 재조명한 시도가 눈에 띈다.▲광주라는 도시를 이해하는 것은 5·18민주화운동을 알아가는 과정과 떼어놓을 수 없다. 1980년대 광주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체로 확산된 풀뿌리 민주주의의 거대한 이정표였다. 하지만 동시에 직접 경험한 이들에게는 깊은 트라우마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이 트라우마에만 갇혀 있지 않고 넘어설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오월 어머니 집’의 여성들은 스스로의 삶과 실천을 변화시키며 비극을 치유로 전환해 온 분들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어머니들의 회화 작품은 그 깊은 자기 변화와 전환의 여정을 담은 기록이다.-최근 대만·중국 등 국제 정치적 갈등과 관련해 파빌리온 이슈가 주목받고 있는데.▲예술은 국가의 경계나 정치 체제를 초월하며, 정권이나 국가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된다.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가 국가라는 틀을 넘어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처럼 말이다. 많은 순간 예술이 정치 앞에서 무력해 보일 때가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는 사라져도 예술은 끝내 살아남는다.-광주비엔날레를 찾을 관람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관람객은 작품을 완성하는 ‘공동 창작자’다. 작가가 작품을 내놓더라도, 관람객이 각자의 관점과 방식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완성된다. 모든 관람객이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전시를 자유롭게 즐기고 경험하길 바란다.김현주기자 5151khj@mdilbo.com
- · ‘대만관’ 논란에 中 잇단 반발···광주 지방외교 ‘불똥’
- · 빛고을서 달구벌까지 하나로… AI · 청년 품고 '상생'
- · 광주특별시 첫 국제행사 동시 개막···전 세계 손님 맞는다
- · “정치가 예술 훼손”...‘대만관’ 명칭 반발 중국 파빌리온 전시 철회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