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철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출근길 직장인들의 옷차림도 한층 가벼워지고 있다. 캐주얼한 복장은 회사에서 익숙한 풍경이 됐지만, 유독 쉽게 넘기 어려운 경계가 있다. 바로 ‘반바지 출근’이다. 자유로운 복장을 허용하는 회사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반바지는 업무에 어울리지 않거나 단정하지 못하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같은 사무실 안에서도 “더운 날씨에 굳이 긴 바지를 고집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의견과 “직장인이라면 기본적인 복장 예절은 지켜야 한다”라는 생각이 엇갈린다. 업무에 지장이 없다면 편한 복장이 효율적이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거래처 방문이나 회의 등 상황에 따라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렇다면 회사에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것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MZ세대 기자들이 ‘여름 출근 복장’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 폭염 속 출근 복장 'TPO' vs '개인 자유'
▲광천동 피지컬(이하 피) = 회사에서 귀빈을 뵙는 중요한 자리가 아닌 날에는 시원한 기능성 티셔츠나 일반 면 티셔츠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반바지까지는... 허용이 어렵다. 그 광경을 사장님이 보면... 악. 긴 바지는 출퇴근 때 조금만 참으면 회사에서는 에어컨도 빵빵하고 시원하기 때문에 감수할 수 있다.
▲운수동 민소매(이하 민) = 상황에 맞는 옷을 입을 필요는 있다. 중요한 거래처에 반바지나 운동복 차림으로 간다면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분위기부터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회사 내에서만 근무하거나 외부인의 방문 일정이 없는 날이라면 자유롭게 입어도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바뀌어야 할 것은 윗사람들의 ‘인식’과 아랫사람들의 ‘공과 사에 대한 구분’이다. 서로 그 선을 잘 지킨다면 모두가 만족하며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
▲소촌동 패션쇼(이하 패) = ‘개인 자유’라는 기준 자체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기준은 필요하다고 본다. 자유라는 이유로 지나치게 노출이 심하거나, 마치 휴가나 여행을 온 것처럼 보이는 복장까지 모두 허용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특히 내근직 회사라면 단정함을 갖출 필요는 있다.
▲월산동 사바사(이하 사) = 다른 사람의 눈이 민망하지 않도록 최소한으로 갖춰 입는 건 기본적인 '예의' 아닐까. 회사 바이 회사(사바사)라 분위기가 자유로운 곳이라면 상대적으로 제약이 덜하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선은 필요하다. 일을 하러 온 거지 놀러 온 건 아니지 않나.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노출이 심한 복장은 나 역시 눈살이 찌푸려진다. 출퇴근할 때는 자유롭게 입더라도, 사무실 안에서는 겉옷을 하나 걸치거나 옷을 갈아입는 정도의 배려는 필요하다.

- 윗사람이 복장을 지적하는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나
▲피 = 내 기준에서 "이 정도면 단정한데"와 상사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복장 지적은 꼰대와 헷갈릴 수 있다. 지적이 당했을 때는 나 스스로도 이 복장이 맞는지 돌이켜볼 것 같다.
▲민 = 복장에 실제로 문제가 있어 지적하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지적하려면 그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복장으로 인해 회사에 피해를 준다거나 대외적인 이미지를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지적하는 것이 올바르다. 하지만 단순히 본인의 눈에 보기 싫다거나, ‘나는 정장을 입었는데 너는 왜 자유롭게 다니느냐’라는 생각에서 지적하는 것이라면 안타깝지만 ‘꼰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패 = 지나치게 부적절한 경우에는 지적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시대도 많이 변했다. 근데 크게 문제가 될 정도가 아닌, 적당한 복장인데 본인 가치관에 안 맞다고 지적하는 상사는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 못하고 도태된 사람은 아닌지 스스로 생각해 보길.
▲사 = 지적하는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누가 봐도 민망하거나 선을 넘었다 싶은 노출 복장은 '지적'보다는 '조언하여 알려준다'는 개념으로 다가가면 괜찮을 것 같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복장인데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다? 그건 윗사람의 과한 오지랖이자, 오히려 그 행동 자체가 선을 넘는 것이다.
- ‘보기 불편하다’는 감정은 개인이 감수해야 할 문제일까, 상대가 배려해야 할 문제일까?
▲피 = 상대가 배려해야 할 문제다. 복장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의도가 담겨있기 때문에 'TPO'라는 단어도 형성이 된 것이다. "내가 이렇게 입으면 남에게 피해가 갈까?"라는 생각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회사 경험이 없거나 사회 초년생으로 분리된다. 너무 짧은 치마, 너무 파인 티셔츠는 상대방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줄 수 있다.
▲민 = ‘에티켓(étiquette)’이라는 프랑스어가 있다. 사교상의 마음가짐이나 몸가짐을 뜻한다. 사회생활은 곧 단체 생활이다. 단체 생활에서 타인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것은 규범이나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수가 불편하다고 이야기한다면 당연히 고쳐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당사자는 자신의 복장이 다른 사람에게 불편함이나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보기 불편한 복장을 한 동료가 있다면, 조심스럽게 커피라도 한잔 사 주며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은 어떨까?
▲패 = 이 문제는 어느 한쪽만의 책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쌍방으로 잘 해야 하지 않나. 불편하다고 상대방에게 무조건 옷을 바꾸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반대로 너무 주변인에게 자유를 강조하며 배려만 강요해도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본다. 서로가 적절한 선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사 = 회사라는 공간으로 한정 짓는다면, 당연히 상대가 배려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누가 봐도 민망한 복장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분명 불편하게 느낄 테니까. 다 큰 성인이라면 공동체 공간에서 적당한 선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
정리=김세화기자 3flower@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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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추니엔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작품의 완성은 관람객”
제16회 광주비엔날레 호추니엔 예술감독.
“관람객은 작품을 완성하는 ‘공동 창작자’입니다. 광주비엔날레를 찾은 모든 관람객이 자신 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즐기고 경험하길 바랍니다.”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이틀 앞둔 3일 호추니엔(Ho Tzu Nyen) 예술감독은 “머릿속에 구상했던 작업들이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조금씩 실현되는 과정을 보며 기뻤다”면서 “많은 순간 예술이 정치 앞에서 무력해 보일 때가 있지만, 정치는 사라져도 예술은 끝내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다음은 호추니엔 감독과의 일문일답.-개막을 앞둔 소회가 어떤가.▲아직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 수개월, 혹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머릿속으로만 꿈꿔온 구상이 실제로 눈앞에 구현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매우 벅차오른다. 나와 큐레이터들이 함께 긴밀히 작업해 온 꿈이 현실로 바뀌는 과정을 보며 깊이 감동하고 있다.-예년에 비해 참여 작가 수를 줄이고 전시의 밀도를 높인 배경은 무엇인가.▲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됐다. 다른 비엔날레를 방문할 때 수많은 작품과 작가 수에 치여 처음부터 피로감이나 불안감을 느끼곤 했다. 지난 20여 년간 세계 비엔날레들은 점점 더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해 왔지만, 이는 관람객의 집중력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설 때가 많다. 이번에는 작가 수를 줄여 관람객이 부담 없이, 최선의 상태에서 엄선된 작품들과 깊게 마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예술을 경험하는 데 있어 ‘집중’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가치다.-제주 화산암이나 사운드·영상 작품 등에서 극단적인 시간의 속도감이 교차한다. 관람객이 이를 어떻게 느끼길 바라나.▲우리는 흔히 ‘변화’라고 하면 갑작스럽고 격렬한 사건을 떠올린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변화는 매일 마주하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처럼, 눈치채지 못할 만큼 느리고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지구가 에너지를 축적해 화산을 형성하는 데는 긴 지질학적 시간이 걸리지만, 폭발해 용암이 식고 암석이 되는 순간은 순식간이다. 화산암 자체에 ‘매우 느린 시간’과 ‘매우 빠른 시간’이 동시에 담겨 있는 셈이다. 관람객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삶과 자연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변화의 속도와 리듬을 감각적으로 깨닫기를 바란다.-오월어머니집 미술 작품 등 광주의 역사와 연대를 재조명한 시도가 눈에 띈다.▲광주라는 도시를 이해하는 것은 5·18민주화운동을 알아가는 과정과 떼어놓을 수 없다. 1980년대 광주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체로 확산된 풀뿌리 민주주의의 거대한 이정표였다. 하지만 동시에 직접 경험한 이들에게는 깊은 트라우마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이 트라우마에만 갇혀 있지 않고 넘어설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오월 어머니 집’의 여성들은 스스로의 삶과 실천을 변화시키며 비극을 치유로 전환해 온 분들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어머니들의 회화 작품은 그 깊은 자기 변화와 전환의 여정을 담은 기록이다.-최근 대만·중국 등 국제 정치적 갈등과 관련해 파빌리온 이슈가 주목받고 있는데.▲예술은 국가의 경계나 정치 체제를 초월하며, 정권이나 국가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된다.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가 국가라는 틀을 넘어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처럼 말이다. 많은 순간 예술이 정치 앞에서 무력해 보일 때가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는 사라져도 예술은 끝내 살아남는다.-광주비엔날레를 찾을 관람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관람객은 작품을 완성하는 ‘공동 창작자’다. 작가가 작품을 내놓더라도, 관람객이 각자의 관점과 방식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완성된다. 모든 관람객이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전시를 자유롭게 즐기고 경험하길 바란다.김현주기자 5151k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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