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언론이 본연의 역할 충실히 하면 자연스럽게 사라져"

입력 2026.06.15. 16:22 선정태 기자
[가짜뉴스 뿌리뽑자]
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연구교육본부장
“‘가짜뉴스’에 집중할수록 의도에 이용당해…과민반응 말아야”
정보통신망법 개정…징벌적 손해배상 가능·언론 축소 우려도
자기 검열·감시·비판 위축 우려 부작용… ‘언론 제외’ 주장 제기
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연구교육부장


“정치인은 ‘가짜뉴스’라는 레토릭을 통해 태세를 전환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입니다. 언론이 격하게 반응할수록 상대방의 정치적 의도에 이용당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연구교육본부장은 “‘가짜뉴스’라 모욕당하는 작금의 상황을 언론의 정치적 편향성을 성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정치인이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언론이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당연할 수 없고 당연해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언론의 정치적 편향성은 기정사실이며 이미 고착화된 것처럼 느껴진다”고 안타까워했다.

언론학박사이자 변호사이기도 한 양 본부장은 “만연한 ‘가짜뉴스’는 우리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가 초래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지만, 반드시 극복돼야 할 현실이기도 하다”며 “언론 스스로 정치적 편향성을 당연시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결과, 정치인으로 하여금 상대 진영에 속한 언론매체를 ‘가짜뉴스’라 쉽게 규정하고 매도할 수 있게 만들었다. ‘가짜뉴스’라 규정하며 도발하는 정치인과 싸우기 보다는 언론 스스로 각자의 정치적 편향성과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 훨씬 유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인이 사용하는 ‘가짜뉴스’는 일종의 레토릭이다. 정치적 수사에 가까운 이 ‘가짜뉴스’라는 말에 언론이 너무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며 “언론이 ‘가짜뉴스’라는 말에 발끈해 격하게 반응할수록 정치적 의도에 이용당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양 본부장은 “언론의 오보는, 제한된 시간과 조건 안에서 취재해 기사화하다보면 오보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오보는 언론의 구조적이자 본질적 한계다”며 “그렇지만 오보는 그 자체로 이미 비판받아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오보를 가짜뉴스라 폄하 당한다고 항변해 봐야 설득력이 없을 뿐 아니라 독자나 시청자로부터 공감이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가짜뉴스는 물론이고 오보도 내서는 안된다”고 피력했다.

이어 “하지만 오보에 관용도 필요하다. 모순처럼 들리지만, 오보에 대한 관용 내지 선처는 꼭 필요하다. 법적으로도 일정한 조건 하에서 오보에 대한 면책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자와 언론이 위축되면 보도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며 “하지만 가짜뉴스는 오보와는 전혀 다르다. 기자 혹은 언론사가 나쁜 의도나 목적을 가진 허위 조작보도다. 기자의 불안전함, 현실적 한계로 설명될 수 없다. 오보와 달리 가짜뉴스는 법적·제도적 관용이 적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양 본부장은 2019년 ‘가짜뉴스에 대한 언론 수용자의 인식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가짜뉴스의 범위는 굉장히 포괄적이다. 언중(言衆)은 허위조작 정보 뿐 아니라 오보, 편파보도, 부정확한 보도 모두 가짜뉴스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자들이 아무리 허위조작 정보만 가짜뉴스로 불러야 한다고 알려도,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며 “그래서 언중의 ‘가짜뉴스’ 역시 정치인의 ‘가짜뉴스’와 마찬가지로 그 용어 자체와 싸울 필요가 없고 개념의 혼동이라고 규정할 필요도 없다. 사안의 본질을 곧장 다루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가 설명한 ‘사안의 본질’이란, 바로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을 갖는 것다. 언론보도가 바로 그러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가짜뉴스는 물론이고, 오보를 최대한 줄이려는 언론 스스로의 노력으로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양 본부장은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정말 믿을 만한 정보,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은 많지 않다”며 “언론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언론수용자들 역시 그러한 언론의 역할을 인정하고 신뢰하게 된다면 오보와 가짜뉴스 개념의 혼동 따위는 더 이상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오는 7월 7일 시행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기대하면서도 언론의 위축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도 했다.

양 본부장은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은 허위조작정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은 가해자에게 피해의 최대 5배까지 배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된 것이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불법행위에 대한 확실한 억제력이다. 허위조작정보로 피해를 끼쳐도 적은 액수의 금전배상에 그친다면 효과적인 억제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징벌적 손해배상는 확실히 진일보한 제도다”고 환영했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이 제도에 필연적으로 내포돼 있는 부작용이 ‘자기검열’ 내지 ‘위축효과’다”며 “아무리 문제가 없다 생각한 내용이라도 막상 허위조작정보라고 지목돼 소송에 걸린다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소송에서 질 리 없다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다. 또 결과적으로 소송에서 이겼어도 과정에서 겪게 될 마음의 고통, 시간적·경제적 부담까지 고려하면 다음에 같은 상황을 겪고 싶지 않게 될 것이고 그러면 아무래도 자기검열을 보다 높은 수준으로 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부분이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반대했던 사람들이 주장했던 핵심적인 이유다.

그러면서 두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첫번 째는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책’이라 불리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다. 허위조작정보가 아님이 명백한 데도 억지로 허위조작정보라고 주장하며 소송하는 것을 알게되면 재판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소송을 조기에 종결시키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 이미 유사한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만큼 우리 법제에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 하다”고 판단했다.

다른 하나는 정보통신망법 적용 대상에서 ‘언론보도’를 제외하는 것다. 현재는 언론보도 역시 ‘정보’의 한 종류라서 정보통신망법에 적용된다. 이에 따라 언론보도에 관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이 부여될 수 있고 비판적 기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양 본부장은 “이 과정에서 억지 주장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소송 과정에서 고통을 받을 수 있다”며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언론의 공적 영역에 대한 감시나 비판 기능이 위축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보통신망법의 적용 대상에서 언론보도를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닌, 정보의 질이다”며 “언론이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신뢰도도 하락했다. 언론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 역시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정보, 믿을 만한 정보, 참된 정보,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 다시 말해 언론 본연의 역할과 기능에 충실하라는 조언이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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