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까지 오월미술관서
금분으로 그리고 쓰는 금사경
긴 시간 인내와 집중 필요한
수행과 같은 예술 영역으로
가로·세로 2m 오월추모도 등
치유와 안녕 바람 담아 '눈길'

“많은 사람들과 우리의 오늘날이 있기까지 희생한 오월영령들의 극락왕생을 함께 빌고자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최근 만난 정향자 작가는 현재 오월미술관에서 열고 있는 개인전 ‘정교한 빛의 예술, 영혼의 세계’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이번 전시의 부제는 ‘황금으로 새긴 5·18희생자 추모 작품전’. 정 작가는 서예로 시작해 사경(寫經)까지 46년 여 간 작가로 활동해 온 인물이다.
사경은 ‘경전을 베껴 쓰는’ 것이다. 부처의 말이 담긴 불경을 널리 보급시키기 위한 것으로 시작해 목판 인쇄술의 등장 이후로는 신앙적인 면이 강조됐는데 주로 왕실에서 국가의 재난을 막고 왕실의 번영을 위하여 정성을 들여 감지금니사경을 장엄했다.
그 중에서도 먹이 아닌 금분으로 하는 사경인 금사경은 더욱 정성을 필요로 한다. 불순물을 걸러 순도 100%의 금분을 직접 만들어야 함은 물론, 먹과 달리 금은 무게가 있어서 아교에서 쉽게 가라앉기 때문에 한 글자를 쓰고 나면 금을 섞어 묻힌 후 다시 써야하기 때문에 긴 시간과 정성,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수행과도 같은 과정을 거치기에 금사경은 정성과 마음을 들여 기도한다는 의미를 더욱 크게 갖는다.

이번 전시의 메인 작품으로 가로, 세로 2m에 달하는 대작 ‘5·18 민주항쟁 희생자 추모’는 제작에만 2년이 걸렸다. 그만큼 오랜 시간 마음을 다해 기도한 작품이다. 작품 구상까지 하면 10년에 걸쳐 완성했다. 정 작가는 이 작품을 하기 위해 5·18국립묘지, 5·18전야제 등 현장을 찾아다닌 것은 물론 5·18기록관, 동국대 도서관 등을 찾아 다양한 기록물을 찾아보며 신중하게 작품을 구상했다고. 왜였을까. 그가 긴 시간 정성을 들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정 작가는 “다섯 살배기 막내가 아파 소아과에 가려고 금남로에 갔는데 젊은 사람 몇몇이 분수대 위에 올라가서 타임지를 사람들에게 읽어주면 그 아래 많은 학생들이 그것을 듣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며 “그런데 진료 받고 나오니 군인들이 와서 젊은 사람들을 두들겨 패고 짐승처럼 양 팔을 잡고 질질 끌고 가는데 피를 철철 흘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얼마나 무서운지 신고 있던 구두도 벗고 애를 업고서 농성동까지 달려왔다”고 회상했다.
그때만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한다.
그는 “그 이후로 밤이면 횃불 들고 으쌰으쌰하며 군인과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데 아침 되면 시신이 즐비했다. 이런 일이 한 열흘 동안 계속됐다”며 “너무 안타깝고 온 몸이 벌벌 떨려서 ‘내가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고 당시엔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어 마음만 무거웠다. 그래서 금사경을 배우기 시작하며 꼭 오월영령들을 기려야겠다 다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추모도에는 2018년 9월 기준 80년 5월 당시 희생 당했거나 이때의 후유증으로 명을 달리한 784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글자 바깥으로 그려진 그림은 ‘16 관경변상도’로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의미의 불화이다.


이번 전시에는 이 작품뿐만 아니라 ‘세월호희생자추모’도 함께하며 ‘관세음보살 32응신도’ ‘반야바라밀다심경’ 등 그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작업한 금사경 중 50여 점이 걸렸다. 금사경을 통해 추모와 치유를 담아낸 작품들이다.
정 작가는 “어려운 시기, 많은 사람들이 힘을 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전시이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오월영령을 함께 추모하고 또 희망을 얻어가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어릴 적부터 서예를 해 온 정 작가는 뒤늦게 대학에 진학해 서예를 전공한 후 2007년 사경에 깊이 빠져들어 사경 중에서도 난도가 높다는 금사경을 16년째 해오고 있다. 보성 대원사 주지 스님인 현장스님이 사경을 권유해 시작, 호남대 대학원에서 '수행법으로서의 사경과 그 필법에 나타난 정신성'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2007년 우리나라 단 한 명의 사경장인 김경호 선생에게서 3년 동안 사경을 배우고 원광대 대학원에서 논문 '조선시대 관음경전의 사경제작에 관한 연구'로 우리나라 사경 최초 박사가 됐다.
그는 앞으로 광주가 사경의 성지였음을 문헌 등을 통해 밝히는 한편 한 걸음 더 나아가 사경장에 도전한다.
정 작가는 “사경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후학을 많이 길러 광주가 사경의 성지로서 르네상스를 다시 한 번 맞이하기를 바란다”며 “전통 사경의 매력을 널리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글·사진=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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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이 모여 만드는 새로운 우주
박희정 작 ‘위로의 Rhapsody-마법의 향기’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 새로운 영향을 주고 받으며 더 큰 우주를 만들어가는 전시가 열린다.아트그룹 A.W.A가 6번째 정기전 ‘10 Universes : 유니플루(UNI:FLU)’를 예술의 거리에 자리한 무등갤러리에서 18일부터 24일까지 진행한다.전시명인 ‘유니플루’는 우주를 뜻하는 Universe와 흐름을 의미하는 Flow를 합친 말이다. 서로 다른 우주가 만나고 그 경계들이 부드럽게 흘러 서로를 관통하며 이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같은 상태에 대해 A.W.A 회원들은 ‘색이 흐르면 감정이 섞이고 감정이 섞이면 새로운 우주가 태어나는 것’이라 여긴다.최순임 작 ‘Moon,Stars, and Universe_1’이번 전시는 기존 전시 방식에서 벗어나 5명의 A.W.A 작가가 전시명과 맞는 예술가 1명씩을 각각 추천해 총 10명이 참여하는 자리로 기획됐다. 전시되는 작품은 회화, 설치 등 총 70여 점이다.A.W.A 회원들은 “각 예술가들이 서로 다른 생각, 서로 다른 언어로 창조한 개별적인 우주의 결과물이 전시장에 놓이는 순간 ‘다름의 조화’가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이 흐름은 예술가와 관람객 사이에도 흐르게 되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참여 회원은 회원 김영일·류신·박정일·박희정·홍자경이며 추천 참여 작가는 김예지·김월숙·박환숙·염순영·최순임 등이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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