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타고 강강술래···전통예술 매력에 흠뻑 빠진 동심

입력 2026.05.14. 15:23 최소원 기자
[문화현장-광주시립창극단 ‘빛고을 아침 꼬마풍류’]
얼쑤 사자춤 ·신난다 우리악기 등
재밌는 놀이시간 통해 추억쌓기
기린·코끼리 등장…호기심 가득
퀴즈시간 사탕 선물에 ‘손 번쩍’
판소리 따라부르다 추임새 절로
손잡고 원 돌며 강강술래 웃음꽃
“토끼 만나고 노래도 배워 좋아요”
선녀들과 아이들이 함께 강강술래를 하고 있다.

“귀여운 토끼도 만나고, 멋있는 사자도 만나서 우리나라 전통 노래를 배울 수 있어 신나요!”

선선한 봄바람이 코끝을 간질이는 4월의 이른 아침, 광주시립창극단 연습실 옆 야외무대 앞에는 자그마한 고사리손을 맞잡은 유치원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이날 모인 원생들은 총 50여 명. 광주시립창극단이 4월 7일부터 5월 21일까지 진행하는 체험형 공연 ‘빛고을 아침 꼬마풍류’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공연은 취학 전 영유아들이 우리 전통음악과 춤, 연희를 공부가 아닌 즐거운 놀이와 경험으로 접할 수 있도록 기획된 참여형 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앉아서 지켜보는 관람 중심의 기존 공연 형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아이들이 무대와 호흡하며 직접 체험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날 공연은 첫 공연으로, ‘얼쑤, 사자춤을 추어보자’, ‘좋다, 판소리-흥보가 中 박타령’, ‘신난다, 우리악기-아기상어, Golden’, ‘재밌다, 우리 춤-강강술래’ 등 총 네 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광주시립창극단의 ‘빛고을 아침 꼬마풍류’에 참여한 아이들이 단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춤추는 사자 따라 웃음꽃 ‘활짝’

공연이 시작되자 앙증맞은 토끼 옷을 입은 이미소 광주시립창극단 상임단원이 무대 위로 올라와 아이들에게 발랄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난 토끼라고 해. 내 친구 사자를 불러올게.”

토끼의 안내에 따라 무대 한쪽에서 웅크리고 있던 하얀 사자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흥겨운 사물놀이패의 장단에 맞춰 커다란 사자는 신이 난 듯 무대 곳곳을 누비며 춤을 추다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조금은 무서워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귀여운 사자의 모습에 긴장하던 아이들은 조심스레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사자는 절대 무섭지 않고 정말 착한 친구야. 그렇지만 채소를 안 먹고 편식하는 아이들은 혼내줄 수 있어. 그러니까 맛있는 음식을 골고루 잘 먹어야 돼!”

사자가 나타나 신나게 춤을 추며 아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토끼의 재치 있는 설명에 아이들 사이에서는 까르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자의 몸짓 하나하나에 집중하던 아이들의 눈동자는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사자의 흥겨운 춤이 한바탕 지나간 뒤에는 사자가 몸으로 표현하는 동물을 맞추는 퀴즈 시간이 이어졌다. 커다란 사자는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낙타, 뱀, 기린 등 다양한 동물을 표현했다. 아이들이 작은 손을 번쩍 들며 “정답!”을 외치자, 토끼는 정답을 맞힌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줬다.

아이들과 퀴즈 맞히기 게임을 진행하며 한층 가까워진 사자는 다시 춤을 추며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긴장이 풀린 아이들은 사자를 쓰다듬고, 사자의 입에 자신이 받은 사탕을 물려주며 우정을 나눴다.

용기를 낸 한 아이는 사자의 등에 타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사자의 등에 올라탄 아이는 흥겨운 장단에 맞춰 무대를 누비며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자가 낙타를 흉내 내며 동물 맞추기 퀴즈를 내고 있다.

◆국악 선율에 실린 ‘아기상어’와 ‘Golden’

이어지는 무대에서는 우리나라 전통 소리인 판소리와 우리 악기를 체험해보는 시간이 펼쳐졌다. 하얀 한복을 입고 무대에 올라온 흥부는 아이들에게 자기소개와 함께 판소리에 대해 설명하자 아이들이 귀를 쫑긋 기울이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부터 판소리 한 대목을 들려줄게, 같이 듣고 따라해보자.”

흥부는 판소리 ‘흥보가’ 중 ‘박타령’을 구수하게 선보였다. 자주 듣던 대중가요와는 조금 다른 창법과 리듬에 아이들은 흥미로워하다가도, 어느새 중독적인 눈대목 구절을 따라 부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흥부와의 판소리 체험 시간이 지나자, 해금, 피리, 가야금 등 우리나라 전통 악기로 익숙한 노래를 들어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기린, 원숭이, 코끼리, 뻐꾸기 머리띠를 쓴 숲속 친구들이 무대 위로 등장해 아이들의 인기 동요 ‘아기상어’와 넷플릭스 인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곡 ‘Golden’을 전통 악기로 연주했다.

당장이라도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을 서양 악기가 아닌 전통 악기 특유의 서정적이고 따뜻한 음색으로 재해석하자 공연장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아이들은 신나게 손뼉을 치며 노래를 따라불렀고, 야외무대 주변을 지나던 일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계단에 옹기종기 모여 흐뭇한 미소로 공연을 관람했다.

이날 공연의 마지막은 아리따운 한복을 차려입은 선녀들과 함께 우리 춤 ‘강강술래’를 배워보는 시간으로 장식됐다. 선녀 역을 맡은 광주시립창극단 무용부 여성 단원들이 일렬로 무대에 올라 마이크 앞에 선 창악부 단원들의 노랫소리에 맞춰 하늘하늘한 안무를 선보였다.

“손치기~ 손치기~ 손으로 친다고 손치기~ 발치기~ 발치기~ 발로 친다고 발치기~.”

이어 ‘문지기 문지기 문 열어라~’로 익숙한 전래동요 ‘대문 놀이’와 ‘강강술래’ 노래가 이어졌다.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시연이 끝나자 선녀들은 무대에서 내려와 삼삼오오 모여 앉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원을 만들어 빙빙 돌며 강강술래를 췄다. 전통 춤 체험과 더불어 토끼가 정월 대보름의 유래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며 아이들에게 소중한 우리 문화 상식을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사자와 동물 맞추기 퀴즈를 하는 아이들이 정답을 맞히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자체 제작’으로 차별화…전통예술 교육 방향 제시

광주시립창극단의 기획공연 ‘빛고을 아침 꼬마풍류’는 4월 7일부터 5월 21일까지 격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11시 국악당 앞 야외무대에서 진행된다. 아이들의 흥미를 고려해 약 40여 분 동안 전통 가·무·악 연희 무대의 시연과 더불어 쉽고 즐거운 체험을 병행한 구성이 눈에 띈다.

특히 이날 공연과 다른 편성으로 구성된 두 번째 프로그램은 ‘얼쑤, 버나를 돌려 보자’, ‘좋다, 판소리-수궁가 中 한 곳을 바라보니’, ‘신난다, 우리악기-아기상어 Golden’, ‘재밌다, 우리 춤-소고춤’으로 이뤄져 보다 다양한 무대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숲속 친구들이 전통 악기로 ‘아기상어’와 ‘Golden’을 연주하고 있다.


또한 이번 공연은 서울의 국립기관을 제외하면 지역 국공립 전통예술단체 가운데 최초로 영유아 대상 전통예술 공연을 자체 제작해 선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어린이 국악 공연이 외부 단체 초청이나 창작곡 중심으로 운영된 것과 달리, 시립창극단 전 단원이 기획부터 연출, 출연까지 참여한 ‘자체 제작’ 공연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이 같은 특징 덕분에 상반기 공연은 일찌감치 전석 매진되며 지역 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김용호 광주시립창극단 예술감독은 “지난해 9월 취임한 후 광주예술의전당에 오고 가는 통학버스를 보며 아이들이 우리나라 전통 예술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데서 착안한 공연”이라며 “조금은 낯설 수 있는 전통 예술을 아이들이 즐겁게 체험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 하반기 공연에서는 상반기 공연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더욱 흥겨운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