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색의 향연이다. 형형색색 꽃들의 세상이니, 향연이란 단어가 전혀 생소치 않다. 하기사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에 피는 꽃이라 모두 화려하게 치장했다. 튤립도 빠지지 않는다. 빨강,노랑, 보랏빛 꽃봉우리가 하나들 고개를 들고 그위로 사람들의 시선이 머문다.
과연 봄꽃의 여왕이다. 눈부시게 화려하다. 장흥 장평면의 하늘빛 수목정원 봄날 풍경이다.
대지위 곳곳에 일렬로 정열한 채 피워낸 강렬한 색의 툴립 꽃이 평범한 정원을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바꾸었다. 50만송이 튤립이 긴겨울을 깨고 일시에 꽃망울을 터뜨려 튤립 카펫을 만들어낸 것이다. 단순히 “예쁘다”, “멋지다”를 넘어 색 자체가 공간을 바꾸고 이 원색들이 섞어 만들어내는 풍경은 한폭의 그림이다.

멀리 튤립의 명소로 유명한 네덜란드 쾨켄호프까지 가지 않아도 이국적인 풍경을 만나는 맛이 일품이다. 쾨켄호프는 암스테르담 리세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큰 꽃밭이다. 32㏊ 면적에 튤립 외에도 히아신스, 수선화, 백합, 장미 등 연간 700만개 구근이 심겨졌다. 그나 튤립은 한때 네덜란드를 투기 광풍으로 몰아넣은 그 식물이 아닌가.
튤립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 사실은 꽃의 아름다움에서 비롯된다. 튤립이 사람들의 손에서 길러지기 시작한 이래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은 튤립의 아름다움을 찬탄했다. 튤립 예찬에는 생태학적일 뿐만 아니라 내포하는 상징성 때문이다. 튤립은 터키와 중앙, 서아시아가 원산지이고, 자생지도 히말라야산맥의 고지대이다.

오스만 튀르크 제국의 튀르크인들은 튤립을 보석에 비유하고 가장 완벽한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여겼다.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에겐 사방을 뒤덮는 눈 속의 척박한 환경에서도 굳건히 자라나서, 봄을 알린 전령사이자 생명과 희망을 상징하는 꽃이었다.
네덜란드에서 튤립의 인기가 높아진 17세기는 경제적으로 황금기였다. 풍요로운 시기에 사람들은 갑자기 얻게 된 부를 이용해, 모두 튤립 구근을 모으기 시작했다. 1630년대 오스만튀르크에 소개된 튤립을 본 네덜란드인들은 튤립의 도도한 자태와 아름다운 매력에 빠졌던 것이다.
돈 많은 식물 애호가들은 희귀하고 새로운 품종을 모으는 데 집중했고, 급기야 영주는 물론 장인, 농민들도 뛰어들었다. 가장 인기가 높았던 품종은 보라색과 흰색 줄무늬를 가진 ‘센베이 아우구스투스’(Semper Augustus)였다. ‘영원한 황제’라는 뜻이다. 황제 튤립은 즉 우리나라 부동산처럼 투기의 선호 대상이 됐고, 구근 하나에 당시 인기 있는 직업이었던 목수 연봉의 20배에 거래됐다. 수상 가옥 집 한 채 값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네덜란드에서는 튤립 무늬가 있는 옷이나 가구 디자인, 튤립에 특화된 화병이 판매될 정도로 부가 산업도 활발했다. 그러다가 1637년 2월 3일 예기치 못하게 튤립 거래가 폭락했다. 어음은 부도나고 3천여 명의 채무자들이 지급불능 상태가 되었다. 거품이 꺼진 것이다. 튤립 버블은 이후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검은 튤립’의 소재가 됐다. 광적으로 튤립 매집에 나선 국민들 때문에 나라 경제까지 휘청케했다. 가히 경국지색의 꽃으로 칭할 만했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국가 경제를 흔든 튤립에 대한 새로운 품종 육성과 투자에 집중,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현재 네덜란드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식물 교배자이자 튤립 생산자가 된 배경이다. 이러한 다이내믹한 역사를 갖고 있는 튤립을 장흥 용산면 하늘빛수목정원에서는 요즘 한창 만날 수 있다.
봄철 꽃 중의 꽃으로 아름다운 자태는 과연 명불허전이다. 2만평의 정원에서 울긋불긋한 꽃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동화 속의 환상적인 장면을 연상시킨다. 구간마다 12종류의 색깔과 품종이 배치돼 새로운 뷰를 연출한다.
기자가 전남도 추천을 받아 정원을 찾은 날은 첫 개방 행사가 열렸다. 정원지기가 겨우내 정성껏 가꾼 꽃과 향기를 세상에 발산하고 자랑하는 2026년 여정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정원에는 전국에서 찾아온 방문객들이 겨울을 이기고 뽐내는 튤립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동화 속의 주인공으로 변신했다.
장흥 하늘빛수목정원은 30년 전 200평 규모에서 시작했다. 나무를 좋아하는 주재용 대표가 좋은 나무들을 중심으로 채워나갔다.
지금은 백송, 소나무, 후박, 금목서, 은목서, 동백, 팽나무 등 300여종의 나무들이 자리 잡고, 규모도 2만평으로 늘어났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나중은 창대하리라’는 성경 구절이 연상된다.
의류업 등 사업을 했던 주 대표가 나무와 꽃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결과였다. 그러다 봄 시즌을 어떻게 화려하게 운영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던 중 튤립에 꽂혔다. 일반적인 봄꽃들과 달리 튤립은 오래 피어있어 진정한 봄을 장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래서 매년 11월에 튤립 구근을 심고 다음해 3월까지 정성 들여 가꿔나갔다. 그러던 튤립축제가 올해로 13회를 맞았으니, 나름대로 자긍심도 깊다. 광주·전남서 매년 관 주도로 신안 임자도에서 튤립축제를 개최하고는 있으나 민간에서는 유일한 튤립축제라는 점에서 그렇다. 튤립 구근은 네덜란드에서 매년 수입해야 하기에 돈과 이를 넓은 대지에 심을 인력 조달도 차질 없이 뒤따라야 가능한 일이다. 네덜란드에서 들여오는 구근은 다년생이 아닌 한 해 살이에 불과하다.




매년 구근 구입에 5천만원 이상이 소요된다는 것이 주 대표의 설명이다. 튤립축제를 찾는 관광객들은 2만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적지 않은 숫자이다. 하늘빛수목정원은 장흥의 9미 9경에 포함돼 지역관광활성화에 톡톡하게 기여하고 있다.
하늘빛수목정원은 연중 꽃과 향기로 어필하고 있다. 봄에는 튤립, 가을에는 향기로 포인트를 주고 있다. 300종류가 넘는 수목 중 금목서와 은목서가 50그루를 넘는데, 뿜어내는 향기도 진하다.
정원 곳곳서 발산하는 금목서와 은목서의 은은한 향기는 자연 정화제로서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힐링을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늘빛수목정원은 전남도 민간정원 8호로 지정됐다. 2만평의 정원에 다양한 나무와 화훼, 튤립축제처럼 차별화를 보여주고 있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주 대표는 “나무와 꽃을 가꾸는 일이 쉽지 않은 과정이다. 마음만 갖고선 뜻대로 이뤄질 수 없어, 지금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그래도 정원에서 나무를 가꾸고 관리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웃었다.


고교 야구선수 출신인 주 대표는 30년 전에는 그저 나무가 좋아 시작했지만, 이젠 화훼 조경분야 전문가로 변신했다.
처음에는 나무와 꽃에 전문지식이 없어 늦깎이로 조경과 화훼분야를 공부하고 관련 자격증 취득은 물론 내친김에 조경회사까지 설립했다. 모든 나무 관리는 그의 손길을 거쳐서 이뤄진다. 여기에는 그의 나무와 화훼에 대한 분명한 철학이 자리잡고 있다. “나무를 잘라내는 일은 단 몇 초, 몇 분이면 되지만 잘린 나무를 가꾸는 데에는 몇 십년이 걸리기에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 애정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주 대표는 하늘빛수목정원이 끊임없이 차별화된 콘텐츠로 지속적 발전을 소망한다. 이러한 경쟁력이 결과적으로 지역 활성화에도 작은 일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소명 의식이 있다. 그가 관리하는 나무와 튤립, 수많은 식물은 오늘도 정원지기의 사랑으로 나이테를 키워가고 아름다움을 틔워내고 있다.
이용규기자 hpcyglee@mdilbo.com
-
"'분재', 생활예술 장르로 자리매김 위해 최선"
“분재(分裁)가 생활예술 장르 중 하나로 널리 보급되고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근 열린 전시회도 이같은 취지와 목표를 담아 열었습니다.”분재작가 고하정씨는 분재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목표를 이같이 피력했다.그는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광주 동구 예술의 거리에 자리한 무등갤러리에서 ‘녘: 축적된 사간’을 주제로 분재작품 전시회를 열어 큰 주목을 받았다.이 전시에는 그의 대학동기인 이경래 작가와 정미정씨가 참여, 조형·공간연출과 음악감독을 각각 맡아 협업으로 색다른 작품들을 선보였다.분재는 나무나 화초를 화분에 심어 줄기와 가지를 다듬어 작게 가꾸는 취미, 혹은 그렇게 가꾼 나무나 화초를 말한다.국내 분재 역사는 약 3천년에 달하며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중국에서 전래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본격회된 것은 7세기 무렵이다.이후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쳐 불교와 귀족 및 양반문화가 번창하면서 뿌리를 내렸고 일제강점기와 6·25 한국전쟁을 지나며 쇠퇴하기도 했으나 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과 생활수준 향상 등으로 일부 애호가들 사이에서 취미로 퍼지며 점차 대중화됐다.고하정 작가는 전남대 예술대 미술학과를 나와 활동하던 중 분재학 박사이자 동강대 조경학과 교수인 문치호 한국분재문화연구원 대표와 인연을 맺으며 분재를 접하게 됐다,그는 이후 문 교수를 통해 분재를 배웠고 지난 2023년 한국 분재대전 은상(산림청장상), 2024년 한국 분재대전 대상(농림수산부장관상), 지난해 한국 분재대전 최우수상을 잇따라 수상, 재능과 실력을 인정받았다.여기에는 대학 학부에서 미술을 전공한 특기를 살려 자신의 작품성에 독창성과 예술성, 미적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도 원동력이 됐다.그의 작품을 보면 일반 분재작가와는 다른 미학적 감성을 느낄 수 있다.전시작 중 하나인 ‘푸른 신장-반조청심(反照靑心)’에는 자신을 다시 비추어 푸른 마음을 다잡다라는 뜻처럼 작품을 보며 안식과 치유를 얻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고하정 작가는 “분재는 배우기 어렵과 접근하기 힘들다는 인식을 깨뜨리고 많은 사람들이 쉽게 배우고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 생활예술로 확산됐으면 한다”며 “창작활도 외에도 교육과 수업을 병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그는 최근 광주 남구 양림동에 ‘분재카페’를 열고 마음에 담아뒀던 생각과 계획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기고 있다.이 카페는 커피와 음료를 필기도 하지만 분재 창작과 교육울 통한 작가 양성 및 대중화, 공간을 찾는 많은 이들이 분재작품을 통해 소통과 치유, 몸과 마음의 회복을 통해 삶의 활력소를 얻어가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운영에 초점을 두고 있다.그는 “분재의 매력은 일상 속에서 자연을 접하는 시간을 느낄 수 있는 ‘자연예술’이라는 점”이라며 “지연과 식물을 통해 삶의 또 다른 행복을 느끼고 분재예술이 더욱 사람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 광주 창극, 서울·부산 연속 초청 ‘눈길’
- · <고흥 미르마루길> 용바위·우주전망대 구경하며 해변을 따라 걸어요
- · <고흥 작약꽃밭> 바다 위로 일렁이는 작약꽃의 향연
- · <고흥 능가사> 여름에 만나는 절 풍경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