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 출발해 후원자 300명 조직 성장
캄보디아·몽골서 의료·문화 등 봉사
"다른 이을 위한 일이자 나를 위한 시간"

“도움을 주러 갔다고 생각했는데 봉사활동을 하며 제가 더 많이 도움을 받았죠.”
국제NGO ‘세상을 이어가는 끈’(세끈)을 이끄는 김성철 이사장은 지난 10년을 이렇게 돌아봤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게 된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세끈은 2012년 김 이사장을 포함한 8명이 라오스로 떠난 봉사활동에서 출발해 2016년 법인을 설립하며 받으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의료인과 예술인, 공익활동가 등이 뜻을 모아 시작한 세끈은 현재 300명에 가까운 후원자가 참여하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인권·평화·나눔의 가치를 바탕으로 소외된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국제연대 활동을 이어왔으며 라오스를 시작으로 캄보디아, 미얀마, 몽골 등지를 오가며 의료·교육·문화 분야 자원활동을 펼쳐왔다.
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김 이사장은 “TV에서 한 마을이 외부 기부로 지어진 사탕수수 공장 하나로 활기를 되찾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뜻을 모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몇몇 마음 맞는 사람을 모아 시작한 활동이 어느덧 10년을 넘어섰다. 돌이켜보면 후다닥 지나간 느낌”이라며 “처음에는 학교를 만들고, 나아가 병원과 공장까지 갖춰 한 지역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그리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세끈의 첫 해외 거점은 캄보디아였다. 캄보디아 ‘깹(Kep)’ 지역 초등학교 내 공간을 활용한 교육문화센터를 운영하며 영어·한글·컴퓨터 교육과 문화활동을 이어왔고 도서관 조성 등 교육 기반 확충에도 힘을 보태왔다. 이후 몽골에는 두 번째 거점을 마련해 직업기술 교육 중심의 사업을 진행하며 지역별 상황에 맞춘 활동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김 이사장은 10년간 세끈 활동을 하며 가장 크게 체감한 변화로 ‘사람’을 꼽았다. 캄보디아 등지에서 처음 만났던 어린 학생들이 시간이 지나 성인이 돼 다시 지역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자립’이라는 목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김 이사장은 “현지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운영을 이어가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외부 지원과 지역 여건이 맞물리면서 변화의 속도도 다르게 나타난다. 당초 구상했던 공장 건설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았지만, 그 과정 자체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활동을 이어온 힘 역시 ‘사람’이었다. 김 이사장은 함께하는 자원봉사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나누며 조직을 지탱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일이 지속되려면 의미만으로는 부족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계속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며 “계획한 대로 진행되지 않더라도 현장에서 함께 보고 느끼는 경험이 다시 다음 활동으로 이어지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또 김 이사장은 지난 10년을 ‘자기 성찰의 과정’으로 표현했다.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한 활동이었지만 봉사 활동이 오히려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무언가를 해주러 간다는 생각보다 그곳에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더 많았다”며 “일상에 매몰돼 보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보게 되는 경험이었다. 결국 이 활동은 다른 사람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를 위한 시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었으며 필요한 순간마다 그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후원자들부터 함께 캄보디아, 몽골을 누볐던 봉사자들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이어오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웃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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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에서 5·18로” 한일 시민사회, 주말 광주서 ‘평화·인권 연대’ 불씨 지펴
한일 시민사회가 함께한 ‘광주 한일평화시민교류회’가 지난 주말 광주 비움박물관에서 양국 관계자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성황리에 개최됐다. 사진은 오수성 전남대 명예교수의 518 트라우마 강연 모습. 사진 참배움터 제공.
한국 민주주의의 뿌리와, 국경을 넘어선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광주·전남을 찾은 일본 시민사회 탐방단과 광주시민들이 함께한 ‘제4회 광주 한일평화시민교류회’가 광주 비움박물관에서 양국 관계자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성황리에 개최됐다.올해로 4회째를 맞은 한일평화시민교류회는 일본의 역사학자·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탐방단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 기간에 맞춰 진행하는 남도 역사 탐방의 첫 번째 공식 여정이자, 양국 시민사회의 결속을 다지는 핵심 고리다.이번 자리는 문학과 예술과, 심리학으로 역사적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동학에서 5·18로 이어지는 역사의 숨결을 되짚어 보는 깊이있는 학술 교류의 무대이기도 하다. 한국 근현대사의 도도한 흐름을 짚어보고, 역사적 상처를 함께 치유하기 위한 심도 있는 학술 성찰의 장으로 진행됐다.한국 동학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박맹수 전 원광대 총장(명예교수)의 일본에서의 동학연구에서 연원한, 학술연구모임으로 출발해, 양국의 과거사를 민간차원에서 복원하고, 사죄하는 심도깊은 연대의 장으로 확장됐다.이들은 박 전 총장의 ‘동학농민혁명 연구의 현재 - 130주년에 즈음하여 발표를 시작으로’와 기타지마 기신의 ‘동학에서 5·18로 : 비폭력평화구축과 토착적근대’, 탐방단의 참고 도서이기도 한 한강 작가의 소설을 분석한 ‘‘소년이 온다’에서의 생자(生者)와 사자(死者) - 분단을 넘어서 연대로‘ 등의 논문을 통해 양국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오수성 전남대 명예교수는 ‘5·18과 트라우마’라는 강연을 통해 국가폭력의 참상과, 연장선에서 1920년대 관동대지진 후 조선인에 대한 폭력과 이후 조선인들이 겪었을 트라우마에 대한 연구상황을 전해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이날 교류회는 국가폭력이 개인과 공동체에 남긴 고통을 문학적·심리학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를 국경을 넘어선 연대로 어떻게 승화할 것인가에 대한 실천적 과제를 공유하는 자리가 되었다.탐방단은 사비를 들여 동학과 5·18 들 한국민주주의의 뿌리를 찾아나서면서 한국에 대해, 광주에 대해 감사를 잊지 않았다.이날 자리에는 후쿠오카에서 유멘탈클리닉을 운영하며 트라우마 치료를 전담하고 있는 유수양 원장은 “1980년 광주에서 참상을 목도한 후 46년만에 첫 정식 기념식을 찾아왔다”며 “너무 큰 고통에 트라우마에 시달렸는데 그때 일본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며 감회와 고통이 뒤섞인 회환을 토로했다.이번 행사는 불이학당, 시민자유대학, 비움박물관, 참 배움터, 일본 ‘광주민주화운동답사단’과 화순사람들 협동조합 동학공부모임, 북카페 별밭, 장흥 문화공간 에옴 등 지역의 시민사회와 문화 예술인들이 함께했다. .박맹수 명예교수는“동학의 비폭력 평화 정신이 어떻게 오월 광주의 대동 세상으로 이어졌는지 학술적으로 짚어보고, 일본 시민들과 함께 평화를 노래할 수 있어 뜻깊다”며 “교류회가 광주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한일 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고민하는 소중한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덕진기자 mdeun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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