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미술만 하다 꽃도, 별도 그려보네요"

입력 2026.04.01. 15:39 김혜진 기자
이상호, 전라도 사찰기행기
'저절로' 삽화전, 오월미술관
오는 30일까지 38점 선보여
한송주 작가와 2년 6개월 간
전남·북 30곳 천년고찰 답사
재치 있는 상상 가미해 '재미'
"새 장르 원 없이…즐거웠다"
이상호 작 ‘실상사 약사여래’

“이번 전라도 사찰 기행 연재가 아니었다면 이런 그림을 그릴 일도 없었겠죠. 그런 점에서 이번 2년 6개월의 작업이 소중하고 재밌었습니다.”

1일 전라도 사찰기행기를 담은 ‘저절로’의 출판기념회와 연계 전시를 갖는 이상호 작가는 이번 삽화 작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전라도 사찰기행기 ‘저절로’는 지난 2024년 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전라도닷컴’에 한 달에 세 번 연재한 글과 그림을 엮은 책으로 글은 불교 문화에 긴 시간 시선을 두고 글을 써 온 한송주가, 그림은 불교적 색채를 바탕으로 민중미술을 긴 시간 펼쳐 온 이상호가 쓰고 그렸다.

두 사람은 연재에 앞서 지난 2023년 봄, 의기투합해 그해 5월부터 매달 한 번씩 전라남·북도의 사찰 30여 곳을 방문했다. 광주의 증심사를 시작으로 강진 백련사, 여수 향일암을 거쳐 완주 화암사, 부안 내소사 등 천년고찰을 기행했다.

특히 책에 실린 그림은 책과 같은 이름의 전시로 오월미술관에서 출판기념회와 같은 날 오픈해 4월 30일까지 선보인다. 2022년 서울 전시 이후 이 작가의 4년 만의 개인전인 이 자리에는 책에 실린 90점의 그림 중 38점이 전시된다. 석탑이나 석불 등 사찰의 문화재를 묘사하거나 경내에서 마주친 풍경들, 사찰의 설화 등 다양한 모습이 담긴 작품들이다. 이 중에는 ‘아미타부처님’ ‘월출산과 나’ 등 이전에 그렸던 불교 관련 작품도 8점 포함됐다.

이상호 작 ‘일어선 부처와 아이들’

이 작가는 가장 애정 가는 그림으로 화순 운주사를 배경으로 한 ‘일어선 부처와 아이들’을 꼽았다.

그는 “운주사 와불이 일어서면 새 세상이 온다는 전설이 있다”며 “그 전설을 바탕으로 와불을 세워 그 앞에서 어린 아이들이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을 그렸는데 여기엔 좋은 세상에 대한 나의 염원, 소망이 담겼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번 그림에는 작가의 재미있는 상상력이 담긴 작품들이 눈에 띈다. 보따리(포대)에 시주 받은 먹거리, 약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는 포대화상(布袋和尙)을 그린 작품에는 캐리어를 옆에 그려 넣어 현대에 와서는 짐이 많은 그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다녔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 선암사 ‘삼인당’은 나이 든 노 보살이 연못 앞에서 기도하는 모습과 함께 물 위에 부처의 모습을 비치게 그렸다. 불심이 깊으면 부처와 함께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그림이다.

이상호 작 ‘월출산과 나’

이 작가는 “이전까지 나의 그림이 불교적 색채가 강했다면 이번에는 좀 더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그리려고 했다”며 “또 있는 그대로 그리면 평범할 것 같아 상상을 더하고 현대적인 색채를 넣어 그려, 보는 이들이 좀 더 재밌게 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그림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두 사람이 다녀온 30곳의 사찰은 ‘천년고찰’로 불릴 만큼 긴 역사를 자랑하기에 큰 규모의 사찰부터 화려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곳,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을 품은 절 등 각각 다양한 매력을 가졌다. 그 중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곳은 어디일까. 이 작가는 큰 고민 없이 바로 완주의 화암사라고 답했다.

그는 “보통 절은 가람 배치라는 것에 따라 많은 건축물을 배치하는데 화암사는 가람 배치도 없고 화려한 단청도 없는 곳이다”며 “규모도 작은데 다른 절에 비해서 화려하지도 않고 크지도 않아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그래서인지 더욱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던 곳이다. 마치 안식처 같은 곳”이라고 떠올렸다.

한송전라도 사찰기행집 ‘저절로’의 출판을 기념해 책 속 이상호의 삽화를 선보이는 전시가 오월미술관에서 4월 1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불자이고 또 불교 문화에 관심이 많은 이 작가지만 이번 작업은 그에게 쉽지만은 않았을 테다. 글과 함께 맞춰가야하는 삽화 작업인데다 한 달에 세 번의 마감에 맞춰 그려야하는 일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혼자 작업실에서 자신의 속도에 맞춰 작업해왔던 그이다.

이 작가는 “시간이 많이 요구되는 작업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해야한다는 점에서 힘들었지만, 그동안 민중미술만 해왔기에 그려보지 못한 꽃이나 밤하늘의 별 등을 그릴 수 있어 재밌고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이번 작업을 하지 않았으면 평생 못할 뻔 하지 않았나. 새로운 장르를 원 없이 해 본 좋은 경험이 됐고 이번 경험이 또 앞으로 민중미술을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동력이 됐다”고 되돌아봤다.

그의 말처럼 그는 앞으로 민중미술에 더욱 몰입할 계획이다. 5·18민주화운동을 그리기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고.

“지금까지 사회적, 역사적 메시지를 담은 작업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광주의 5월을 그릴 계획입니다. 7~8년 정도 걸리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자료 조사, 유가족 인터뷰부터 시작해 차근히 준비한 후 붓을 잡으려 합니다. 제 고향이 광주예요. 고향의 역사를 제대로 그려봐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전라도 사찰기행 ‘저절로’

한편 이상호는 1987년 조선대 미대생 시절 걸개그림 ‘백두의 산자락 아래 밝아오는 통일의 새날이여’를 친구 전정호와 함께 그렸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역사적 사건을 기록한 작업들을 여러차례 개인전에서 선보여왔으며 지난 2021년엔 제13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일제를 빛낸 사람들’을 전시하기도 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