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예술가와 소통 역할 최선
4년 만의 위원회 재가동 '환영'
골든타임 놓치지 않도록 할 것
80년 5월 등 우리 만의 자산과
시민 자긍심·한마음이 큰 동력

지난달 2일 청와대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장 인사를 깜짝 발표해 지역의 눈길이 모아졌다. 3년이 넘도록 운영이 중단됐던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가 재개되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이끌기도 했지만 가장 집중된 건 선임된 인물이었다.
9기 위원장에 임명된 이는 가수 김원중이다. 그는 ‘바위섬’ ‘직녀에게’를 부른 가수로, 오랜 시간 지역에서 다양한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현장의 예술가로 활동해 왔던 그이기에 ‘장관급 인사’로 임명된 것은 지역에 놀라움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정치인이나 행정가가 선임됐던 것과는 사뭇 색다른 인사이다. 특히 대중 예술가가 장관급 인사에 오른 것은 JYP의 수장인 박진영에 이어 두 번째.
김 위원장도 이번 인사에 그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을 의심하며 ‘잘 해낼 수 있을까’ 우려했지만, 이번 인사의 뜻을 해석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임명 직후부터 바쁘게 달리는 중이다.
-임명 이후 바빴을 것 같다. 어떻게 지냈나.
▲임명 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광주시, 문화체육관광부 등 행정기관 관계자들, 함께 현장에서 활동했던 예술인들과 전문가들…. 많은 이들을 만나 의견도 듣고 배우고 있다. 밖에서 그냥 보던 것과 실제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자료들도 살펴보고 있다.
-위원장은 그동안 정치인, 행정가가 거쳐 갔다. 현장 예술가가 임명된 것은 처음인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의 임명에는 다른 의미도 담겼으리라 해석된다.
▲청와대가 ‘광주 지역에 살고 있는 문화 예술인으로서 기대된다’고 언급하며 나를 위촉한 것에 그 의미가 담겼다고 본다. ‘지역에 살고 있다’는 것은 시민과의 접촉을, ‘문화 예술인’이라는 표현에는 지역 문화예술계와의 접점을 기대한 것이 아니겠나. 다시 말해, 지역 현장의 목소리를 알고 있고 또 이를 잘 담아내리라는 기대가 담긴 표현으로 해석했다. 그동안에는 위원회가 행정 중심으로 운영돼 이 사업이 펼쳐지는 지역에 살고 있음에도, 많은 시민이 소외감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나에게 행정과 지역 그리고 현장을 잘 조율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한 것이 아닌가 싶다.
또 오래 예술을 했다 보니 상대적으로 유연한 점이 또 다른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동안의 시각을 좀 더 확장해 사업을 바라볼 수 있어 시대적인 흐름을 따라가기에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행정적 리스크로부터 시각이 자유로운 점도 추진력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본다. 위원들과도 보다 자유로운 논의를 펼치며 지혜를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주변의 현장 예술가들은 어떤 당부나 우려를 전했나.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에 있어서 소외감을 느낀다는 의견이 있었다. 지역 예술가들이 이 사업에 있어서 갖는 거리감이나 소외감은 분명하기에 이러한 부분을 해소하는 데 있어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 다만 이 사업과 지역 예술가들이 추구하는 방향이 너무나도 다르기에, 사업의 목적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거리감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지 고민하려 한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가 지난 2022년 6월 이후 멈춰 있다가 약 4년 만에 가동된다. 위원장이라는 자리를 떠나 지역민으로서도 위원회 운영에 대한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그동안 굉장히 안타까웠다. 20여 년 동안 해왔던 큰 프로젝트가 유야무야될 위기 아닌가. 게다가 사업 종료까지도 얼마 남지 않았고 3차 수정 계획도 2028년 완료이기에 매우 급박한 상황이지 않느냐. 게다가 21세기의 모든 산업 분야가 그렇듯 문화예술 분야도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에 모든 것을 손 놓고 있는 상황이 아쉬웠다.
지금이라도 다시 운영을 시작하게 돼 매우 반가운 일이다. 늦었지만 골든 타임은 놓치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다.
-오랜 시간 이뤄져 온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을 어떻게 진단하나.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겠나.
▲지금까지 사용 예산만 보아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건립하고 운영하는데 집중됐다. 정작 이 사업이 펼쳐지는 광주의 상대적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5대 문화권 사업은 전당 관련 예산과 비교해 적은 비율로 국비가 쓰였다. 같은 기간에 비슷한 정도의 예산이 집행돼야 하는데 광주광역시가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비 매칭 비율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이 매칭 비율을 수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정말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불가능은 아니다. 매칭 비율을 수정하는데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 하면 광주만이 갖고 있는 자산, 문화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계획이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광주만이 가진 자산은 무엇이라고 보나.
▲광주정신이다. 즉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우리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한 번도 주저하지 않았던 시민정신이다. 의병부터 동학 농민전쟁, 학생독립운동, 독재와 맞서 싸웠던 5·18민주화운동이 있었고 5월을 바탕으로 6월 항쟁도 발생하지 않았나. 그 이후 촛불부터 응원봉 혁명까지 국가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뜻을 함께 하고, 또 더 들불처럼 일어났던 역사가 있는 도시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민주정신을 ‘K 민주주의’라고 하지 않나. K 민주주의의 많은 자원이 광주에 있다. 최근 한강 작가가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광주가 더욱 민주도시로 조명 받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광주정신의 세계화, 문화콘텐츠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광주정신은 ‘왜 광주에 아시아문화이냐’는 질문의 답이 되기도 한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식민 역사와 독재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중 한국은 민주화에 성공한 놀라운 역사를 가진 나라이고 광주는 그러한 나라의 민주 도시이다. 강대국의 침략과 독재의 역사는 현재 아시아의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라는 점에서 광주는 ‘아시아문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이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3년이 넘도록 멈춰있던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가 다시 가동됐다. 이제는 더 이상 늦어져서는 안된다. 해야할 일이 많다. 그러기 위해선 위원장이 더 열심히 뛰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모두의 의견을 듣고 열린 논의를 통해 최선의 방법을 만들어내야 하기에 우리 시민사회와 문화예술계 등이 한마음 한뜻이 돼 특별법 수정 등의 사안에 있어 ‘시민의 뜻’이라는 정당성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길 바란다. 우리의 역사, 문화적 성과에 있어 자긍심을 더 갖길 바라고 위축되지 않기를 바란다. 광주의 80년 5월은 정치적·역사적 사건을 떠나 많은 대가를 치른, 한국 현대사에 가장 긍정적인 역할을 했던 사건이자 우리의 생각을 바꾸는 문화이기도 했다. 우리는 우리에게 좀 더 자랑스러움을 느낄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이 사업은 아주 훌륭하게 마무리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
[김원중 프로필]
▲1959년 담양 출생
▲석산고-전남대 졸업
▲1984년 5·18 광주 상징한 노래 ‘바위섬’으로 데뷔
▲1987년 남북통일 기원하는 노래 ‘직녀에게’ 등 6장의 독집 앨범 발매
▲‘빵 만드는 공연 김원중의 달거리’ 기획
▲2013 광주평화음악제·2014 오월창작가요제 총감독, 사)오월음악 이사장 등 역임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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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산마을에서 만나는 추억의 음악
광주 서구 양3동에 문을 연 뮤직&아트뱅크. 김혜진기자 hj@mdilbo.com
“뮤직&아트뱅크에서 음악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전시를 열고 우리 지역 작가들의 작품까지 함께 소개하려 해요.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이나 캠핑 등 재미 있는 행사도 열며 특색을 갖춘 공간을 운영하려고 합니다.”지난 9일 만난 한국화가이자 뮤직&아트뱅크 공간을 오픈한 오창록 예륜협동조합 대표는 이 공간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8년 전 문화예술기획단체 예륜협동조합을 설립한 오 대표는 2년 전 예륜협동조합 사무실을 양3동의 발산마을로 이사하며 2층 규모의 ‘예륜커뮤니티’를 만들었다. 2층은 사무실 겸 음악감상 공간으로, 30평 규모의 1층은 커뮤니티 공간 겸 갤러리 공간으로 꾸려 1층에서는 그동안 지원사업으로 선정된 전시를 선보여왔다.“그동안 이 공간에서는 미디어아트 전시 등 다양한 전시를 선보였고 20평 규모의 뒷 마당에서는 야외 프로젝트도 진행했었어요. 다양하게 공간을 연출할 수 있어 그동안 많은 고민과 실험을 펼쳤어요.”오 대표는 1층 공간을 올해부터 ‘음악’을 바탕으로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뮤직&아트뱅크라는 이름을 붙였다. 새로운 정체성을 갖고 운영을 시작하는 것.뮤직&아트뱅크에서 지난 10일 오픈해 오는 6월 8일까지 열리는 동명의 전시. 김혜진기자 hj@mdilbo.com이 공간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 공간 이름을 지은 후 지난 10일부터 선보이고 있는 동명의 전시이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음악감독인 구훈 감독이 소장하고 있는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LP 200장과 그 시절의 영화·드라마 포스터 30여 장으로 꾸려진 전시이다. 이 전시는 2003년 세종문화회관과 미국 LA에서도 진행되며 인기를 얻은 바 있다.곳곳에는 추억의 풍금, 축음기 등 22점의 앤틱 소품이 전시돼 옛 시절에 대한 향수를 더욱 진하게 만든다. 전시 내용과 관련해 오 대표가 만든 영상과 작품도 눈에 띈다.또 아트상품도 전시해 이목을 끈다. 전시되어 있는 영화 포스터, 미술 작품을 머그잔에 인쇄한 것으로 원하는 작품으로 주문 제작할 수도 있어 추억으로 남기기에도 좋다.전시 중간중간에는 오창록 작가의 작품을 비롯한 지역 작가들의 작품도 보인다. 대중적인 전시를 즐기며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뮤직&아트뱅크에서 지난 10일 오픈해 오는 6월 8일까지 열리는 동명의 전시. 김혜진기자 hj@mdilbo.com“공간 이름을 뮤직&아트뱅크로 지은 이유가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자연스럽게 노출하고 또 판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여기서 작품이 팔리면 다시 지역 작가 작품들을 사서 노출하는 방식으로 선순환하려고 해요. 모든 전시에 적은 수라도 꼭 지역 작가 작품을 걸으려고 합니다.”벌써부터 반응이 뜨겁다. 정식으로 전시 개최 전, 공간을 개방했는 데 많은 인근 주민이 찾아와 즐겁게 관람하다 돌아갔다고. 음악, 영화에는 그것을 향유했던 시절의 기억 뿐만 아니라 젊은 날의 자신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오 대표는 앞으로 이곳에서 음악을 바탕으로 한 미술 작품 전시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펼칠 계획이다. 음악 감상회는 이번 전시와 함께 시동을 걸었다. 오는 25일을 시작으로 2주마다 진행될 예정이다.“제가 워낙 음악을 좋아해 하나 둘 모은 LP가 상당히 많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또 음악에 관심을 두고 있는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해 함께 음악을 듣고 차와 함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으로 운영하려고 합니다.”전시는 17일~19일 3일 동안 휴관하며 관람시간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이다. 사전에 예약하면 오전 시간에도 관람할 수 있다.글·사진=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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