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배치 바꾸는 문명의 전환
창작 주체-협업자 등 해법 중요
기술에 의미·책임 부여는 인간 몫

“AI시대는 단순히 기술이 하나 더 생긴 차원이 아니라 예술 생태계 전체의 배치를 바꾸는 문명적 전환의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희수 GIST AI대학원 교수는 “오늘날 문화예술 분야에서 갈수록 AI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창작·유통·감상 전 과정을 뒤흔들어 ‘누가 예술가이고 무엇이 작품인가’라는 근본 질문을 다시 던지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AI는 아이디어 발상부터 시안·초안 생성, 편집·후반 작업, 유통·마케팅, 관객 경험 설계에 이르기까지 비켜가는 구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문화예술 생태계의 거의 모든 공정에 기본 인프라로 내장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반면 AI가 갖고 있는 단점도 있다.
AI는 사람처럼 삶 속에서 쌓이는 맥락과 우연성을 스스로 체화하기가 어렵다 보니 결과가 그럴듯해도 서로 닮기 쉽고 과감한 실험을 끝까지 밀어붙이기에는 아직 제한이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데이터 출처와 보상이 불투명한 사용, 오류·편향과 작동 근거의 불명확성, 높은 에너지 비용, 아직 정비 중인 제도 환경이 겹치면서 신뢰와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김 교수는 “AI는 아직 완전히 자율적인 창작 주체라기보다는, 반복적이고 노동집약적인 공정을 흡수해 인간이 기획·선택·의미 부여에 집중하도록 돕는 협업형 파트너로 기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책임 있게 통합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와 AI 사용을 투명하게 알리고, 정당한 보상과 합의 기반 라이선스를 마련하며 다양성을 반영한 데이터·평가 기준과 에너지 효율화까지 챙기면 약점은 관리 가능하고 강점은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AI 시대의 관점에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바라보면, 막 닿을 듯한 두 손끝 사이의 여백이 현재 문화예술과 AI 사이의 간격처럼 보인다”면서 “문화예술에 스며드는 AI 기술에 의미와 책임을 새겨 넣는 마지막 손은 결국 인간의 손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 방식의 문화예술은 모방 가능한 감각을 넘어 신뢰의 구조를 작품에 각인하고 있고 이것은 AI가 흉내 낼 수는 있어도 쉽게 치환하기는 어려운 차별적 가치”라며 “AI는 우리의 시간과 노고를 덜어 주는 든든한 조력자이되, 창작의 스포트라이트를 가로채지 않는 잔잔한 등불로 남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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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풀어낸 한국화의 다채로운 시선
‘5인의 시선전’이 예술의 거리 무등갤러리에서 9~15일 열린다.
한국화의 다양한 맛을 선보이는 전시가 예술의 거리에서 열리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작가마다 다른 재료와 표현 방식으로 자연을 풀어내며 한국화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준다.한국화전 ‘5인의 시선’이 9~15일 예술의 거리에 위치한 무등갤러리에서 열린다.이번 전시는 그동안 한국화를 매개로 뜻을 함께 해 온 다섯 명의 한국화 작가들이 뭉쳐 마련했다. 현암 홍정호와 준초 김용국, 송덕 박진수, 유정 임정임, 소현 홍정남이 그 주인공으로 약 2년 전부터 함께 전시를 기획했다.홍정호 작가는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작가들로 ‘좀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재밌는 전시를 함께 해보자’는 이야기를 하게 됐다”며 “급하게 준비하기 보다는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차근히 2년 동안 준비해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이들은 이번 전시에서 자신들의 대표작 80여 점을 선보인다. 이들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만큼 각자, 또 함께 전시를 구성하며 한국화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100호 크기의 대작부터 소품까지 작품 크기도 다양하다.전시장에 들어서면 홍정남, 박진수 작가의 작품이 관람객을 반긴다. 홍정남 작가는 채색을 중심으로 우리 자연의 찰나를 포착해 계절마다의 기억과 감각을 환기시키며 서정적인 여운을 남긴다. 박진수 작가는 우리 산하의 장엄함을 수묵담채로 구현해 먹의 농담과 여백이 만들어내는 깊이 있는 풍경 속에 자연의 웅대한 기운을 녹여낸다.안쪽 가장 깊은 곳에는 홍정호 작가의 작품이 시선을 빼앗는다. 강렬한 색감을 사용해 자연의 이미지를 그대로 묘사하기보다는 작가 내면의 이미지로 치환해 단순화한 작업으로 기운생동함이 느껴진다. 먹만을 사용한 김용국 작가의 작품도 인상적이다. 먹으로 우리 강산과 소나무, 동물 뿐만 아니라 광활한 우주 속 유성까지를 담아낸 많은 수의 작품이 에너지를 뿜는다. 임정임 작가는 먹을 기반으로 분채 등 다양한 재료를 혼합해 한국화의 확장성을 실험한 작업을 선보인다. 일상적이지 않은 색감을 사용해 마치 동화 속 풍경처럼 보이는 작업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5인의 작가들은 “자연을 공통 소재로 하면서도 각자의 다채로운 작업을 통해 한국화의 다양함을 이야기하는 자리로 마련했다”며 “많은 분들의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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