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낭송·노래·시집 헌정 등 진행
박수 대신 공감 과소통 시간으로
관객들 눈물 닦거나 허공 응시도
고 김경학씨 아들 노래 열창 눈길
유족 "문제 해결까지 힘 모아달라"


"누가 쓴 손글씨일까/아부지 사랑해♡/동생들이랑 어무니랑/잘 견디고 있을게!/엄마, 나, 동생들 꿈에 나와줘//…//여보, 나는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인찬아, 인호야/아빠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빛바랜 편지 위로/쌓이는 먼지/인적 뜸한 계단을 내려오면/분향소/흰 이 드러내고 웃는 영정사진/그 앞에 놓여 있던/송편 한 접시"(고영서 시 '대합실' 중)
지난 13일 오후 4시30분 무안공항 1층 실내. 을씨년스러운 겨울비가 옷깃을 여미게 하는 가운데 이곳에서는 12·29 무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시집 '보고 싶다는 말' 헌정식이 진행됐다. 시집 '보고 싶다는 말'(안온북스)은 제주항공 참사의 유가족이었던 고(故) 김경학 화가로부터 시작됐다. 비극적인 사고로 딸 김애린 KBS광주 기자와 사위를 함께 잃은 그는 "시의 힘으로 참사를 기억하자"며 한국작가회의에 제안했고 전국의 문인들과 유가족 등 40명이 참여해 179명의 고인을 기리는 시와 그에 얽힌 사연을 담은 '시인의 말'을 실었다.
행사는 이설야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장이 사회를 맡아 강형철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의 추모의 말, 김유진 제주항공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의 인사말, 추모시집 헌정, 추모시 낭송과 노래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각각의 프로그램은 참가자와 관람객들의 박수 소리 대신 공감과 소통의 시간으로 채워졌다.

추모시 낭송은 고영서 시인(시 '대합실'), 이동우 시인(시 '하늘의 통점'), 권현형 시인(시 '잘린 필름, 잘린 사랑')이 각각 자작시를 읽은 데 이어 이지호 시인과 김성백 시인은 표제작인 권민경 시인의 '보고 싶다는 말'을 낭송했다.
시 낭송이 진행되는 동안 장내는 차분하고 엄숙했다. 점점 거세지는 빗줄기의 영향 때문인지 시간이 흐르면서 시인의 목소리도 젖고 관람객의 눈도 젖어갔다. 제주항공 참사 지킴이 282일째 되는 날이 추석이어서 '송편 한 접시'를 올린 고영서 시인, '가버린 자와 남은 자의 서글픈 열망을 무슨 수로 보상하나'라고 외친 권현형 시인, '사람은 잊어야 살 수 있다는데 솟아나는 감정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쓴 권민경 시인의 목소리가 눈물샘을 자극했다. 참석자 가운데에는 시집을 편 채 시 한 글자 한 글자를 눈부처에 담는 이가 있는가 하면 고개를 들어 허공을 응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는 유가족과 그의 곁에서 어깨를 다독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프로그램 중에서는 이미랑 가수와 김세형 가수의 추모의 노래도 주목을 끌었다.

특히 고 김경학 화가의 아들이자 김애린 기자의 동생인 김세형 가수는 이원규 시인의 '반짝반짝 아는 척 좀 해주세요'를 바탕으로 한 노래를 열창해 의미를 더했다. 그는 "아버지께서 생전에 이 시인에게 아들이 곡으로 만들도록 추모시 하나 써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노래에 얽힌 사연을 소개해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이설야 시분과위원장은 "오늘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일어난 지 350일이 되는 날이지만 진상 규명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거대한 벽 앞에서 우는 사람들과 함께 시가 있다면 좀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는 진실의 언어이기에 시가 가진 힘을 믿는다"면서 "시집에 참여한 작가들은 179분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마음으로 시를 썼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김유진유가족협의회 대표는 "무안공항은 우리에게 삶이 멈춘 자리이이자 또 질문이 시작된 곳"이라며 "저희는 왜 떠나야 했는지, 무엇이 잘못됐는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듣지 못한 채 오늘까지 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시집은 기억의 증거이고 진실을 요구하는 책이라고 생각된다"면서 "시집이 있는 동안은 물론이고 책이 던지는 질문이 해결될 때까지 손을 잡아주시고 힘을 모아달라"고 덧붙였다.
글·사진=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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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넘나드는 소녀들의 우정
영화 ‘레이의 겨울방학’ 스틸컷
광주독립영화관(GIFT)에서 오는 25일 정식 개봉을 앞둔 영화 ‘레이의 겨울방학’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된다.광주독립영화관은 12일 오후 7시 박석영 감독의 신작 ‘레이의 겨울방학’ 개봉 전 특별 관객과의 대화(GV)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정식 개봉에 앞서 광주 관객들과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기획됐다.영화 ‘레이의 겨울방학’은 도쿄에 사는 중학생 레이와 도쿄에서 일하는 아빠를 만나러 온 한국 여고생 규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쁜 부모들 사이에서 심심한 겨울방학을 보내게 된 두 소녀가 낯선 도시에서 겪는 정서적 교감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이번 영화를 연출한 박석영 감독은 영화 ‘샤인’, ‘너의 오름’ 등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밀도 있게 포착해왔다. 이날 GV에는 박석영 감독이 직접 참석하며, 진행은 광주를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허지은 감독이 맡아 작품을 깊이 살피는 풍성한 대화를 이끌 예정이다.관람료는 성인 1만 원이며 예매는 디트릭스 또는 광주독립영화관 누리집을 통해 가능하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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