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로 빚어낸 참된 맛과 향

입력 2025.11.11. 17:20 류성훈 기자
[피부과 의사의 와인 이야기] ⑦와인의 탄생과 숙성
김영조피부과 김영조 원장
게티이미지뱅크

인간의 고매한 품격은 숙성된 인격에서 나온다. 하지만 숙성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비리고 떫은 성정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치열한 자기정화의 노력 위에 '세월'이라는 시간의 흐름이 얹혀야 한다.

와인도 마찬가지이다. 와인이 참맛을 지니기 위해서는 숙성이 필요하다. 숙성되지 않는 와인은 숙성되지 않는 인격처럼 비리고 떫다.

와인의 숙성은 어떻게 이뤄지고, 숙성된 와인은 어떤 성정(특성)을 갖게 될까. 포도로 즙을 내 산화시키면 포도당이 알코올로 바뀌면서 와인이 만들어진다. 이때 포도의 당도가 와인의 알코올 도수를 결정하게 되는데 작황이 좋지 않을 때는 도수를 높이기 위해 설탕을 가미하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와인은 산미가 튀고 맛이 거칠기 때문에 반드시 숙성 과정이 필요하다. 숙성을 통해 와인은 맛과 향, 질감이 크게 변하면서 비로소 새롭게 탄생한다.

숙성방식은 전통적으로 '오크 숙성'을 사용했으나, 오늘날에는 '스테인레스 숙성'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 숙성'은 현대에 많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산소와의 접촉이 완전히 차단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포도 본연의 맛과 향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고 산미와 과실향이 강조된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

과실향이나 미네랄의 특성을 살리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어서 여름철에 시원하게 마시기 좋은 와인을 찾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주로 쇼비뇽 블랑, 피노그리, 리슬링과 같은 상큼하고 산뜻한 스타일의 화이트와인에 많이 사용된다. 맑고 투명한 빛깔과 명확한 산도, 가볍고 산뜻한 바디감으로 해산물이나 셀러드와 같은 깔끔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

반면 '스테인레스 숙성'은 복합적인 향이나 구조감이 부족하고, 깊은 풍미보다는 가벼운 캐릭터를 가진다는 단점이 있다.

'오크 숙성'은 수 세기 동안 사용돼 온 전통적 방식으로 와인 특유의 향미와 질감을 강조하는데 강점이 있다. 오크통의 미세한 구멍으로 산소가 통과되는데 이때 서서히 산화되면서 와인이 부드러워지고 향미가 깔끔해진다. 무엇보다도 오크나무 자체에서 바닐라, 토스트, 스파이스, 커피, 코코아의 다양한 향이 우러나와 와인의 복합성와 풍미를 더해준다.

'오크 숙성' 중에서도 프랜치 오크는 섬세한 향과 부드러운 타닌을 표현하는 반면 아메리칸 오크는 강렬하고 달콤한 풍미를 제공한다.

오크 숙성은 레드와인(까베르네 쇼비뇽, 시라, 메를로)이나 바디감이 강한 화이트와인(샤르도네)에 주로 사용되며 장기 숙성에 적합하다.

오크 숙성의 와인은 고기 요리나 크림소스 요리와 잘 어울리며 마신 후에 긴 여운이 남는 특징이 있다.

와인의 숙성 방식은 라벨에 표기된다. 와인을 고를 때 라벨에 표기된 숙성방식을 확인해 보는 것도 독자의 와인 선택을 한층 더 전문적으로 올려줄 것이다.

찬바람이 옷깃을 세우는 오늘 같은 날, 미국산 샤르도네로 만든 '브레드 엔 버터'를 추천한다. 성큼 다가오는 겨울에게 오크터치(바닐라, 구운빵)의 손을 내민다면 계절은 그대 안에서 피는 꽃의 시간으로 머물게 될 것이다.

류성훈기자 rsh@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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