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을 알면 와인이 보인다

입력 2025.10.15. 09:17 류성훈 기자
[피부과 의사의 와인 이야기] ⑤와인 라벨 읽는 법
게티이미지뱅크

사람에게 주민번호가 있듯이 와인에는 라벨이 있고, 라벨에는 생산지나 포도품종, 빈티지(수확연도), 등급 등 와인에 대한 정보가 기재돼 있다. 품종을 통해 와인의 성향을 예측할 수 있고 빈티지로 생산된 해의 포도작황을 알 수 있으며, 등급 표시로 와인의 품질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라벨을 읽기 위해서는 우선 신대륙(비유럽)과 구대륙(유럽)간에 약간의 상이점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신대륙 와인은 포도품종을 자세히 기재하는 반면 구대륙 와인에서는 포도품종은 생략하고 생산지나 생산자만을 간단하게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미국 나파벨리의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Robert Mondavi Winery)'의 경우 와인 라벨에 '까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이라는 포도품종이 친절하게 잘 표시되어 있다.

이에 비해 프랑스 '샤블리(Chablis)'와인은 샤블리라는 지역 이름만 표시되고 포도품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와인을 잘 아는 사람은 '샤블리'라는 글씨만으로 포도품종이 '샤르도네' 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지만 초보자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구대륙 와인이 그렇다는 것이지 모든 와인이 그토록 불친절하게 정보를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와인 초보자들은 신대륙 와인을 먼저 알아 본 후 구대륙 와인으로 천천히 넘어가도 늦지 않다.

김영조 원장

신대륙 와인의 라벨에는 나라와 지역, 와이너리, 포도품종 등이 쓰여 있기 때문에 나라별 포도품종 몇 가지만 알고 있다면 나름 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신대륙의 경우 미국은 말벡, 칠레는 까르미네르, 호주는 쉬라즈 그리고 뉴질랜드는 쇼비뇽 블랑의 품종이 유명하다. 또 구대륙에서는 스페인은 템프라니요, 이탈리아는 산지오베제 정도만 외우고 있어도 초보딱지는 떼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신·구대륙 라벨표기의 차이점을 알았다면 이제 구체적으로 라벨 읽는 법을 알아보자. 먼저 구대륙에 속하는 'Chateau Margaux 2015, Bordeauxs France'를 예로 살펴보자. 여기서 맨 앞에 쓰인 '샤토 마고(Chateau Margaux)'는 브랜드와 생산지를 말하는데 마고라는 지명이 브랜드화 된 경우다. '2015'는 당연히 생산연도이고, 'Bordeauxs France'는 프랑스의 보르도가 원산지라는 것을 나타낸다.

반면 신대륙의 'Cloudy Bay Sauvignon Blanc 2019, Marlborough New zealand'의 경우 '클라우드 베이(Cloudy Bay)'는 브랜드를 가리키고, '쇼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은 품종 표기다. '2019'는 마찬가지로 생산연도이고, 'Marlborough New zealand'는 뉴질랜드의 말보로 지역이 원산지라는 것을 가리킨다.

와인을 즐기는 것은 단순히 술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오는 와인과 외교, 종교와 전쟁, 이국의 역사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문화 체험이기도 하다. 와인이 들려주는 내밀한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덩달아 뛰는 심장의 고동소리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심장이 뛰는 것 보다 더 아름다운 일이 세상에 또 있을 수 있겠는가. 오늘 밤 와인 한 잔 어떠세요. 그대에게 나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려 드릴께요.

류성훈기자 rsh@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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