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인을 알고 싶거든 일단 부딪쳐보라. 망설이지 말고 매장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당신은 이미 와인 수업의 절반을 마친 셈이 된다.
와인과 관련한 글을 쓰다 보니 와인을 구매하기 위해 생전 처음 백화점의 주류코너를 찾았을 때의 일이 기억난다.
와인에 대해 문외한인 나는 막상 들어가지 못하고 매장 밖에서 '눈팅'의 '주저함'으로 서성거렸다. 아마도 내 어색한 표정의 얼굴에는 '와인 왕초보'라고 적혀 있었을 것이다.
이를 알아차린 주류코너 매니저가 미소 띤 얼굴로 다가와 물었다. "혹시 찾으시는 와인이 있으세요?" 나는 마치 담임선생님 앞에서 숙제를 해오지 못한 학생처럼 대답을 못한 채 머뭇거렸다. 와인에 대해 뭐라도 알아야 말을 할텐데, 더구나 전문가 앞에서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매장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와인으로 가득 찼고, 나는 그들이 갖는 저마다의 차이를 구분할 만한 앎이 없었다. 모두 비슷하게 보이면서 그저 그렇게 보였을 뿐이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전에 내가 마셨던 와인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매니저는 이것저것 가리키며 원산지부터 맛과 향의 특징까지 차분히 설명해 주었다. 판매 목적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누군가에게 와인에 대한 지식을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것 같다.

그의 친절에 입이 열리면서 '눈먼 사람 코끼리 만지듯' 내가 찾는 와인을 어설프게 그려냈다. 지금 생각하면 코끼리를 그린다고 했으나 아마도 코끼리와 코뿔소가 한데 섞인 이상한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우문현답을 거친 끝에 그날 내가 찾던 와인의 브랜드가 '캔달 잭슨'이라는 미국산 레드와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캔달 잭슨'은 생애 첫 구매였지만 오래된 친구처럼 반가웠고, 매니저가 웃었다. 미소에도 향기가 있다면 아마도 그에게서 와인향이 났을 것 같다.
나의 첫 와인 구매 기억을 장황하게 쓴 이유는 와인을 알고 싶거든 일단 부딪쳐보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이다. 망설이지 말고 매장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당신은 이미 와인 수업의 절반을 마친 셈이 된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는 말은 결이 다를지라도 와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격언이다.
나는 저렴한 와인부터 마시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가격대가 있는 와인을 선호하기 보다는 '도.레.미.파 피아노 계단'처럼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는 것이 와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와인을 알아간다는 것은 '비교'도 빼놓을 수 없는 필수조건이다.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추천을 해야 한다면 개인적 소견을 달아 화이트 와인의 경우 뉴질랜드산 쇼비뇽 블랑을 추천한다. 또 레드 와인은 호주산 쉬라즈 품종을 권한다. 유럽산 보다는 신대륙 와인(칠레, 호주, 뉴질랜드)들이 대체적으로 저렴하고 맛이 순하다. 입문하기에 적격이다.
류성훈기자 rsh@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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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 거리서 펼쳐지는 로컬 아트마켓 축제
서남예술장 대표작품. 권예솔, 누구의 것도 아닌 녹음, 2025, 장지에 분채, 80.5 × 130.5cm
예술과 인쇄가 만나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 축제가 광주 동구 서남동 일대에서 열린다.광주 기반 시각예술단체 1995헤르츠(Hz)는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광주 동구 서남예술촌과 인쇄의 거리 일대에서 '서남예술장(Seonam Art Market)'을 개최한다.이번 행사는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된 1995헤르츠가 서남동 유휴공간을 활용해 조성 중인 '서남예술촌'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예술과 인쇄 기술, 청년과 지역 주민의 협업을 통해 쇠퇴한 인쇄 거리에 새로운 문화적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목표다.서남예술장 대표작품. 김수정, 겹겹의 오후, 2025, Pen on paper, 15.5 × 10.5cm'서남예술장'은 2022년 금수장관광호텔에서 열린 '계림보부상-금수예술장'의 연장선상에서 기획된 아트마켓 축제다. '서남장'과 '예술장' 두 섹션으로 구성돼 전시·토크·투어·공연·플리마켓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서남장'은 서남동의 역사와 인쇄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서남예술촌 첫 레지던시 '공공디자이너 양성 : 서남예술살이' 결과보고전을 비롯해 오픈 스튜디오와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된다. 입주 작가 5인은 3개월간 서남동에 거주하며 관찰한 공간의 기억과 인쇄의 물성을 작품으로 풀어냈다.서남예술장 대표작품. 박진주, Fake, 2025, 비단에 먹, 튜브물감, 64 × 36cm또한 '서남예술촌 투어-인사이트 오브 서남'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촌과 인쇄의 거리를 함께 걸으며 역사와 제책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인쇄업 2세대가 직접 진행하는 '인쇄 발주 노하우 강의'에서는 종이 재질과 두께의 차이를 직접 비교해보며 로컬 인쇄 산업의 특성을 배운다.'예술장' 섹션에서는 청년 예술인들의 회화·사진·설치·아트상품을 전시·판매하는 '2025 계림보부상'이 열린다. 인쇄 거리의 유휴공간이 전시장으로 꾸며져 일상 속에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로컬 아트마켓이 된다.이와 함께 서남C 작가들이 참여하는 '소심한 사인회', 청년들이 직접 만든 굿즈와 먹거리가 모이는 '카부츠 플리마켓', 그리고 오조 작가가 연출하는 퍼포먼스 '모두를 위한 식탁, 무등의 마음으로'도 진행된다.김소진 1995헤르츠(Hz) 대표는 "많은 분들이 서남동을 찾아 청년 예술가들의 작품과 지역의 특별한 매력을 함께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 세월로 빚어낸 참된 맛과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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