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알고 싶다면, 일단 부딪혀라"

입력 2025.10.10. 09:34 류성훈 기자
[피부과 의사의 와인이야기 ] ②왕초보의 도전
Young woman choosing a wine from the beverage aisle

와인을 알고 싶거든 일단 부딪쳐보라. 망설이지 말고 매장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당신은 이미 와인 수업의 절반을 마친 셈이 된다.

와인과 관련한 글을 쓰다 보니 와인을 구매하기 위해 생전 처음 백화점의 주류코너를 찾았을 때의 일이 기억난다.

와인에 대해 문외한인 나는 막상 들어가지 못하고 매장 밖에서 '눈팅'의 '주저함'으로 서성거렸다. 아마도 내 어색한 표정의 얼굴에는 '와인 왕초보'라고 적혀 있었을 것이다.

이를 알아차린 주류코너 매니저가 미소 띤 얼굴로 다가와 물었다. "혹시 찾으시는 와인이 있으세요?" 나는 마치 담임선생님 앞에서 숙제를 해오지 못한 학생처럼 대답을 못한 채 머뭇거렸다. 와인에 대해 뭐라도 알아야 말을 할텐데, 더구나 전문가 앞에서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매장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와인으로 가득 찼고, 나는 그들이 갖는 저마다의 차이를 구분할 만한 앎이 없었다. 모두 비슷하게 보이면서 그저 그렇게 보였을 뿐이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전에 내가 마셨던 와인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매니저는 이것저것 가리키며 원산지부터 맛과 향의 특징까지 차분히 설명해 주었다. 판매 목적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누군가에게 와인에 대한 지식을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것 같다.

김영조 원장

그의 친절에 입이 열리면서 '눈먼 사람 코끼리 만지듯' 내가 찾는 와인을 어설프게 그려냈다. 지금 생각하면 코끼리를 그린다고 했으나 아마도 코끼리와 코뿔소가 한데 섞인 이상한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우문현답을 거친 끝에 그날 내가 찾던 와인의 브랜드가 '캔달 잭슨'이라는 미국산 레드와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캔달 잭슨'은 생애 첫 구매였지만 오래된 친구처럼 반가웠고, 매니저가 웃었다. 미소에도 향기가 있다면 아마도 그에게서 와인향이 났을 것 같다.

나의 첫 와인 구매 기억을 장황하게 쓴 이유는 와인을 알고 싶거든 일단 부딪쳐보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이다. 망설이지 말고 매장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당신은 이미 와인 수업의 절반을 마친 셈이 된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는 말은 결이 다를지라도 와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격언이다.

나는 저렴한 와인부터 마시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가격대가 있는 와인을 선호하기 보다는 '도.레.미.파 피아노 계단'처럼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는 것이 와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와인을 알아간다는 것은 '비교'도 빼놓을 수 없는 필수조건이다.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추천을 해야 한다면 개인적 소견을 달아 화이트 와인의 경우 뉴질랜드산 쇼비뇽 블랑을 추천한다. 또 레드 와인은 호주산 쉬라즈 품종을 권한다. 유럽산 보다는 신대륙 와인(칠레, 호주, 뉴질랜드)들이 대체적으로 저렴하고 맛이 순하다. 입문하기에 적격이다.

류성훈기자 rsh@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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