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면 힘이 '으쌰으쌰'
어른들의 역사 깊은 보양식

경상도에 문어가 있다면, 전라도엔 낙지다. 문어는 삶아서 먹지만, 낙지는 산낙지로도 먹는다. 부드러운 산낙지를 먹을 땐 입천장에 낙지의 흡반이 달라 붙는 모습과 느낌은 상당히 이질적이다.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주인공이 산낙지를 먹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해외에선 동물권 논란과 함께 '기괴한 음식'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반면 외국인들은 가장 먹어보고 싶은 이색적인 한국 음식으로 산낙지를 꼽는다.
산낙지는 원래 서남해 연안에서 갓 잡은 낙지를 회처럼 먹던 어부 음식에서 시작됐다. 조선 후기 문헌에는 '낙지 회' 기록이 나오는데, 바닷가 마을에서는 오랫동안 술안주로 즐겨왔다. 특히 전라도 지역은 풍부한 갯벌 덕에 낙지가 잘 잡혔다. 예부터 낙지하면 전남 무안과 영암이다. 무안 뻘낙지와 학산면 독천리가 낙지로 유명했다. 독천에 가면 꼭 먹어야 하는 낙지 요리가 있다. 갈낙탕이다. 산낙지가 효력을 발휘하는 상대는 또 있다. 바로 한우다. 소가 힘이 없어 비실비실한다 싶으면 산낙지를 소에게 먹인다. 그러면 벌떡 힘이 솟는다.
산낙지를 두고도 취향 논쟁이 거세다. 살아 움직이는 낙지를 잘라 참기름·깨소금에 찍어 먹는 방식은 씹는 맛과 고소함이 일품이라는 옹호론이 강하다. 반대로 위생과 잔혹성 문제를 이유로 숙회나 볶음으로 먹자는 의견도 있다. 무등일보 MZ 기자들이 이 '산낙지 심판의 장'에 뛰어든 이유다. 전통과 자존심을 지키려는 남도의 맛, 그러나 글로벌 시대의 시선과 세대별 취향은 다르다. 누군가에겐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불편함, 누군가에겐 여름철을 버티는 에너지. 밍밍한 식탁을 흔드는 이 뜨거운 논쟁이야말로, 산낙지가 여전히 남도의 상징이자 한국 음식문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는 반증이다.
- 산낙지를 먹어봤는지? 먹었다면 계기는?
▲ 쌍촌동 비룡(이하 비) = 아마 전라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첫 이가 빠질 즈음 한 번씩은 먹어본 음식이 아닐까. 나도 그 때였을 것이다. 처음 산낙지를 먹었던 게. 멋모르고 질겅 씹어대는 식감은 둘째 치고, 참기름이 고소해서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그렇게 먹어오다가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보양식이라며 기쁘게 먹고 있다.
▲ 문흥동 맛기사(이하 맛) =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다니며 자연스럽게 접한 음식이다. 당시엔 겁도 없어 꿈틀대는 걸 냅다 입에 넣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생김새는 다소 징그러울 수 있지만, 고소하고 손이 가는 식감 덕분에 지금까지도 거부감 없이 즐겨 먹는다. 특히 참기름 섞은 소금장에 찍어 먹는 조합은 정말 최고다.
▲ 광천동 고독한미식가(이하 고) = 이런... 주제가 또 내가 싫어하는 음식이야!!! 싫다고!!! 그냥 싫어!!! 산낙지를 안 먹어봤고, 먹기 싫고, 앞으로도 먹을 일 없을 것... 인류가 발전할 때 불을 사용할 수 있는데 굳이 날 것을 먹어야 되는지? 되묻고 싶다.
▲ 신안동 상디(이하 상) = 어릴 때 부모님이 주셔서 먹어봤는데 입안에서 막 붙고 움직이고 난리 나서 처음엔 싫어했었다. 그러다가 나이를 먹으니 그 식감의 매력을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된 것 같다. 특히 탕탕이는 소주 안주로 최고.
- 산낙지의 매력은 '쫄깃한 식감'일까, '움직이는 생동감'일까?
▲ 비 = 단연코 식감이다. 잔인한 말이지만, 쫄깃함을 위해 태어난 것 같다. '쫄깃한 요리'라고 일컫는 모든 요리 중 가장 쫄깃함에 부합하는 요리라고 생각한다. 특히 빨판을 좋아한다. 오독오독 터지는 느낌이 다리의 식감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 맛 = 단연 '쫄깃한 식감'이 진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움직이는 생동감'이라 표현하면 오히려 산낙지에게 미안한 기분이 조금 든다... 직접 맛볼 때 느껴지는 탱글하고 쫄깃한 식감이야말로 산낙지의 진가다!
▲ 고 = 산낙지를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저번에는 홍어로 코를 자극하더니 이번에는 시각을 학대한다. 어렸을 적, 여름밤 시골에 가면 항상 할아버지가 산낙지를 구해오셨다. 대나무로 만들어진 넓은 탁자 위에 다 같이 앉아서 구경하곤 했다. 맨손으로 미끄덩~한 낙지를 직접 잡아서 도마 위에 올린다. 그리고... 잽싸게 칼로 난도질을 한다...! 으악! 징그러... 접시에 옮겨진 산낙지의 모습은 죽은 것도, 살아있는 것도 아니었다. 온몸이 잘린 채로 꿈틀거리는 산낙지... '저걸 왜 먹는 거야'. 식감은 느껴보고 싶지도 않고 생동감은 개뿔 징그러워서 못 쳐다보겠다.
▲ 상 = 움직이는 생동감이라다. 그냥 낙지를 먹으면 쫄깃한 식감은 있지만 생동감은 없어서 오징어랑 별반 차이 없는 느낌? 먹을 때마다 움직이는 낙지와 전쟁을 치르는 기분

- 산낙지는 '한국의 대표 별미'일까, 아니면 일부 지역의 특수 음식일까?
▲ 비 = 예로부터 손꼽히는 전라도의 3대 별미는 흑산도 홍어·벌교 꼬막·무안 뻘낙지라고 하지 않았는가. 이 음식을 먹을 줄 알아야 진정한 전라도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먹어왔던 음식들이라 특수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자주 접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문턱이 높다고 생각된다. 말 그대로 '生 낙지'니까. 그런데, 질문에 허점이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은 곧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아닌가? 그렇다면 산낙지는 이미 한국의 대표 별미나 진배없다.
▲ 맛 =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별미'에 가까워졌다고 본다. 서남해 쪽 낙지가 특히 유명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지금은 제철만 맞으면 전국 어디서든 맛볼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기 때문에 굳이 그 지역을 찾아가지 않아도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됐다.
▲ 고 = 이 내용은 내가 무지해서 모르겠다. 할아버지가 전라도 음식이니까 좋아하셨을까? 그건 헷갈리긴 하는데 전국적으로 많이 먹는 음식 같다. 무안군 쪽으로 드라이브 갔을 때, 낙지 공원에 가봤는데 무안에서 낙지가 많이 잡히는 건 알고있다.(자랑이다)
▲ 상 =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지는 모르겠고, 한국에서도 호불호가 강한 음식이라 한국을 대표한다고 하기엔 조금 부족한 면이 있다. 일부 지역의 특수 음식이라기도 조금 애매하다. 먹는 사람의 분포가 전국적이라...
- 산낙지 먹을 때 목에 걸린 경험이 있는지? 질식 사고 위험을 감수할 만큼 가치 있는 음식일까?
▲ 비 = 입으로 넣어서도 꿈틀거리며, 잘근 씹어 넘길 때까지 요동치는 그 움직임. 익숙지 않은 일반인들에겐 가히 공포 자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난 그 꿈틀거림이 싱싱함이라며 좋아한다. 그러나 위험까지 감수하며 먹을 가치가 있는지는 확신하지 못한다. 더 잘게 다져서 먹으라고 하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산낙지를 먹는 의미가 없다. 그냥 더 오래 씹으라고 권하고 싶다.
▲ 맛 = 너무 맛있어서 급하게 먹다 목에 걸릴 뻔한 적은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런 일을 겪고 나서는 오히려 더 조심해서 먹게 되는 계기가 되었달까...? 물론, 위험이 전혀 없는 음식은 아니다. 아이나 처음 먹는 사람은 꼭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산낙지'는 제철에만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인 만큼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 고 = 시골에서 아빠가 먹고 걸린 거를 봤는데 아빠는 대수롭지 않았다. 그만큼 맛이 우수한 걸까. 전혀 내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된다. 음식을 먹다가 죽을 수도 있는데 왜 그 음식을 내 손으로 직접 내 입으로 집어넣는 거지. 다시 말하지만 나는 산낙지가 싫다. 꿈틀거리는 게 징그럽고 맛도 바닷물 맛이 날 것 같아서 싫다.
▲ 상 = '위험을 감수할 만큼의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참기름 바르고 꼭꼭 씹어 먹는다면 목에 안 걸린다. 그만큼 그 식감과 맛의 매력을 알게 되면 그걸 감수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때부터는 즐긴다고 생각한다.
- 산낙지 문화는 부모와 자식 세대 사이에서 어떻게 다르게 받아들여질까?
▲ 비 = 외국인들이 산낙지 요리를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한다. 생식 문화를 잔혹한 행위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놀라거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즐기기엔 너무나 잔혹하다. 그렇기에 '자랑스러운 한국 문화'라고 일컫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명에 대한 태도가 하찮다기보단, 즐기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문제다. 생각해 보니 반성하게 된다. 어렸을 적엔 탕탕이를 꿈틀거리는 장난감으로 생각했던 때를 돌이켜본다. 어른들이 음식으로 장난치지 말라는 말을 뼛속 깊이 느낀다.
▲ 맛 = 중장년 세대에게 산낙지는 흔히 횟집에만 가도 접하는 익숙한 음식이지만, 젊은 세대들에게는 유행하고 있는 다양한 음식의 선택지 아래 '산낙지'라는 건... 조금 낯설고 도전적인 음식일 수밖에 없다. SNS 내에서 먹방 콘텐츠로 소비되는 음식 중 하나이거나 요새도 어른들과 함께 하는 자리 외에는 딱히 접하기 어려운 문화인 것 같다.
▲ 고 = 어르신분들은 날 것을 유독 잘 드시는 것 같다. 하지만 내 또래 친구들은 '맛없다'는 이유로, '안 먹어봤다'는 이유로 날 것 음식을 꺼려 하는 것 같다. 조금 딥한 이야기로 가지만 부모 세대에는 먹는 종류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물에서 산에서 온갖 음식을 가져와서 먹지 않았을까. 그리고 지금 시대는 먹을 것이 너무 풍족해서 개인 취향 아니면 잘 안 먹는 문화가 더 커진 것 같다.
▲ 상 = 청년층은 산낙지를 "먹방 아이템"으로 소비하거나 도전해 볼 만한 음식? 이런 느낌이다. 콘텐츠적 가치에 초점을 둔다고 해야 하나. 반면 중장년층, 나이 좀 먹은 사람들은 보양식, 또는 안주? 이런 느낌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딱 기력이 떨어질 때 체력 보강 음식으로 찾거나 1년에 한 번쯤 먹어줘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하는 느낌. 마치 장어나 삼계탕을 꼭 먹어주는 것처럼.
정리=김세화기자 3flower@mdilbo.com
-
인쇄 거리서 펼쳐지는 로컬 아트마켓 축제
서남예술장 대표작품. 권예솔, 누구의 것도 아닌 녹음, 2025, 장지에 분채, 80.5 × 130.5cm
예술과 인쇄가 만나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 축제가 광주 동구 서남동 일대에서 열린다.광주 기반 시각예술단체 1995헤르츠(Hz)는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광주 동구 서남예술촌과 인쇄의 거리 일대에서 '서남예술장(Seonam Art Market)'을 개최한다.이번 행사는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된 1995헤르츠가 서남동 유휴공간을 활용해 조성 중인 '서남예술촌'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예술과 인쇄 기술, 청년과 지역 주민의 협업을 통해 쇠퇴한 인쇄 거리에 새로운 문화적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목표다.서남예술장 대표작품. 김수정, 겹겹의 오후, 2025, Pen on paper, 15.5 × 10.5cm'서남예술장'은 2022년 금수장관광호텔에서 열린 '계림보부상-금수예술장'의 연장선상에서 기획된 아트마켓 축제다. '서남장'과 '예술장' 두 섹션으로 구성돼 전시·토크·투어·공연·플리마켓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서남장'은 서남동의 역사와 인쇄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서남예술촌 첫 레지던시 '공공디자이너 양성 : 서남예술살이' 결과보고전을 비롯해 오픈 스튜디오와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된다. 입주 작가 5인은 3개월간 서남동에 거주하며 관찰한 공간의 기억과 인쇄의 물성을 작품으로 풀어냈다.서남예술장 대표작품. 박진주, Fake, 2025, 비단에 먹, 튜브물감, 64 × 36cm또한 '서남예술촌 투어-인사이트 오브 서남'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촌과 인쇄의 거리를 함께 걸으며 역사와 제책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인쇄업 2세대가 직접 진행하는 '인쇄 발주 노하우 강의'에서는 종이 재질과 두께의 차이를 직접 비교해보며 로컬 인쇄 산업의 특성을 배운다.'예술장' 섹션에서는 청년 예술인들의 회화·사진·설치·아트상품을 전시·판매하는 '2025 계림보부상'이 열린다. 인쇄 거리의 유휴공간이 전시장으로 꾸며져 일상 속에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로컬 아트마켓이 된다.이와 함께 서남C 작가들이 참여하는 '소심한 사인회', 청년들이 직접 만든 굿즈와 먹거리가 모이는 '카부츠 플리마켓', 그리고 오조 작가가 연출하는 퍼포먼스 '모두를 위한 식탁, 무등의 마음으로'도 진행된다.김소진 1995헤르츠(Hz) 대표는 "많은 분들이 서남동을 찾아 청년 예술가들의 작품과 지역의 특별한 매력을 함께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 세월로 빚어낸 참된 맛과 향
- · "범기생·범기봉 형제 충의정신은 미래를 향한 등불"
- · "일본 땅, 韓 축제이자 양국 교류의 디딤돌"
- · 한반도의 고대 문화, 바다 건너 꽃 피우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