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어
역사가 깊은 ‘홍어’
호불호가 갈리는 메뉴

전라도엔 홍어 이야기가 유독 많다. 결혼식·장례식 등 아무리 잘 차렸어도 홍어가 빠지면 '먹잘 것 없다'는 뒷말을 들었다. '일코 이애 삼날개 사살 오뼈'. 홍어의 맛은 코, 애, 날개, 꼬리 순으로 매긴다. 살코기는 작은 항아리에 짚을 깔아 직접 삭혔다. 몸통 살은 산복사꽃 같은 분홍 빛이 돈다. 애와 내장은 보리순과 함께 끓여먹었다. 보리농사가 많은 남도에선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심은 보리의 싹을 넣은 구황 음식으로, 홍어보리앳국을 즐겼다.
역사가 깊다. 8세기 중·후반 신라시대 목간(木簡)에 기록이 있다. 가화어가 그 것이다. 이덕무(1741~1793)는 '청장관전서'에 '홍어는 곧 가오리다'고 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홍어를 '분어'라고 썼다. 홍어의 본고장 흑산도에서는 '홍애'라고 주로 쓴다. 흑산홍어는 참홍어로 주둥이가 튀어나와 뾰족하고 몸은 마름모꼴이다. 껍질이 얇고 부드러운 흑산 홍어는 최상품으로 친다.
'찰진 맛' vs '삭힌 맛'. 원래 흑산도 사람들은 홍어를 생으로 먹었다. 돛단배를 타고 오가던 시절, 영산강을 거슬러 나주로 갈 땐 이미 삭혀져, 육지 사람들은 자연스레 삭힌 홍어를 먹게 됐다. 나주 영산포가 삭힌 홍어 주산지로 꼽히는 이유다. 요즘엔 홍탁(홍어·막걸리)과 삼합 등 즐기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남도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홍어는 세대·성 별 등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다. 냄새와 식감에 민감한 무등일보 MZ기자들이 무더운 날씨에 겁없이 도전한 이유다.
-홍어를 왜 좋아하는지, 왜 싫어하는지(먹어는 봤는지?)
▲쌍촌동 비룡(이하 비) = 경조사 때마다 항상 마주쳤다. 어렸을 때부터 친근감이 쌓였던 지, 군에 입대해 훈련소 생활 할 때 먹고 싶은 음식이 '커피와 홍어'였다. 이전까지 코를 막으며 먹었던 홍어를 군 제대 이후부턴 즐겨하게 됐다. 드디어 전라도 사람이 됐던 걸까. 이젠 홍어회·홍어 무침·홍어삼합 등 없어서 못 먹는 음식이 됐다.
▲신가동 스폰지밥(이하 스) = 프로 편식러로서, '역시나! 오늘도!' "싫어한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사실 먹어본 적 없다는 게 팩트다. 홍어를 싫어하는 원초적인 이유는 생선이라..? 하지만 홍어는 냄새부터 퀴퀴한게 정말 진입장벽이 높은 놈이라는 생각이 든다.
▲광천동 고독한미식가(이하 고) =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끼친다. 홍어를 처음 접한 건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외할아버지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광주 시내에 있는 외할머니 댁에 갔다. 열심히 뛰어놀던 중 내 코 끝에 무언가가 스쳤다. 난생 처음 겪어본 냄새라 아무 리액션 없이 동작이 정지됐다. '이게 뭐지...' 하면서 다시 노는 것에 집중했다. 자연스럽게 부엌으로 들어갔는데 '아아아아아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건 무슨 해괴망측한 냄새야. 코 끝에 남아있는 냄새 탓에 한참을 울었다. 진정이 된 후 엄마에게 무슨 냄새냐고 물었다. '홍어였다...' 이 날을 계기로 홍어는 최악인 음식이 됐다. 홍어가 근처에 있으면 멀리 떨어지고, 맛은커녕 생긴 것도 보기 힘들다. 홍어는 왜 존재하는 거야.
▲신안동 상디(이하 상) = 호불호가 많이 갈려서 어릴 때는 '내가 굳이 먹어야 하나?', '먹었다가 맛 없으면 입맛만 버리는데?'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홍어 무침을 우연히 한 입 먹어보게 되었고, 쫄깃한 그 식감이 너무 취향이었다. 그 이후로 홍어라는 음식을 좋아하게 됐다. 이건 소주 안주로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홍어 맛은 나이 들어야 이해된다 vs 나이와 상관없다"
▲비 = 나이가 들어야 '홍어의 맛'이 이해된다고 생각한다. 홍어의 맛은 단지 미각이 아닌 '문화'를 느끼는 것이다. 간재미나 가오리가 아닌 홍어는 입문하는 턱이 높다. 삭힌 홍어가 맛이 풍부하듯, 사람도 나이가 들수록 깊어지니까.
▲스 = 서른을 바라보고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이와는 상관없지 않나 싶다. 생선을 입에도 대기 싫어했던 10·20대를 지나, 30대 역시 동일 할테니. 하지만 사람 일을 장담할 순 없으니 내가 50대가 되면 누군가 다시 한번 물어 봐 주길...
▲고 = 현재 나는 젊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와 상관없이 홍어가 너무x428 싫다. 내가 50·60대가 된다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홍어와의 미래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상 = 특이한 입맛 아니고서는 나이가 좀 먹어야 이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아재들만 봐도 홍어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분명 그 아재들도 초등학생 시절부터 홍어를 좋아하지는 않았을거다. 아재 소리를 듣게 될 즈음부터 홍어를 좋아하게 되려나...
-회식 자리에서 홍어를 강제로 권하는 건 전통인가, 예절 위반인가?
▲비 = "전라도 사람이라면 홍어를 먹어야제" 회식 뿐만 아니라 가족·친척, 직장 상사들과의 식사에서 항상 듣던 말이다. 나이가 드니 조금은 알 것 같다. 학연·지연·혈연을 넘은 '홍어연'. 전라도에서는 '홍어 카르텔'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른들이 홍어를 권하는 건 사회생활 잘하라는 뜻이 아닐까.
▲스 = 회식·식사 자리에서 홍어를 강제로 권하는 문화는 들어본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 강경 'NO'를 외칠 준비는 되어있다. 친절하게 답변 하자면 상대의 취향을 배려하지 않는 예절 위반이라고 생각한다. 이거 '먹뱉' 논란까지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농후한 것 같기도. 제발 각자 먹고 싶은 거 먹자.
▲고 = 당연히 예절 위반. 뭐하는 짓이야. 사람은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강요? 절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회사라면 당장 퇴사해도 좋아...
▲상 = 술을 먹지 않는 사람에게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강요한 직장 상사는 다음 날 뉴스에서 핫 이슈가 될지도 모른다. 본인도 못 먹는 음식 먹으라고 강제로 먹으라고 강요받으면 어떨지 생각해 보자. 과연 어른들이 그런 생각을 해볼지는 모르겠지만...
-홍어는 전라도 음식인가?
▲비 = 홍어는 전라도만의 음식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영산포 홍어 거리가 유명하기도 하고, 흑산 홍어는 전국에서 알아주니까. 그러나 요즘엔 서울에서도 홍어 전문점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고, 전라도 사람 중에는 대개 홍어를 못 먹는 사람도 많다. 이젠 전라도를 넘은 한국의 전통 음식으로 분류하는 게 맞다고 본다.
▲스 = 홍어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음식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것. 지역감정을 왜 집어넣는 건지 이해 못 하는 1인이다. 홍어는 그냥 바다의 수 많은 물고기 중 하나이다. 전라도 음식이 아닌, 바다 음식. 바다 꺼! 개인적으로 홍어는 어느 지역이 아니라 장례식장 음식으로 낙인 된 것 같기도하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홍어는 장례식장에서만 얼굴을 비추니까.
▲고 = 광주에 있는 시장에 가보면 홍어 코너가 대부분 있고, 홍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옛날부터 어른들이 제사 때 상에 내놓거나 술 마실 때 안주로 곁들이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내가 경험한 선에서 홍어는 70% 전라도 음식 같다. 또 하나는 인간극장에 나온 밈(meme)이다. 광주에 살고있는 흑인이 홍어를 잘 먹으니 지나가는 할아버지께서 "자네 부모가 전라도 사람인가"라고 말해 편견 없는 할아버지로 통했다. 이와 같이 광주와 홍어는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
▲상 = 원래 전라도 사람은 다 홍어를 먹는다는 인식이 강해서 전라도 전통(?)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홍어가 전라도를 비하하는 말로 쓰이는 걸 보면서 드는 생각이 음식에 굳이 지역을 분탕하는 인식을 집어넣어야 하나 싶다. 그냥 홍어는 한국의 전통 음식인 걸로 하자.
-홍어를 먹지 않아도 전라도 사람으로 인정해야 하는가?
▲비 = 시대가 변함에 따라 개인의 편차도 다를 수 있지 않을까. 경상도 사람들이 상어고기나 과메기를 못 먹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정한 전라도 사람이라면 홍어를 먹어줘야, 어디선가 콧방귀를 뀔 수 있지 않을까?
▲스 = 홍어를 먹지 않아서 전라도 사람이 아니라면, 난 오늘부터 저기 어디 제주도 사람이려나. 하지만 제주도 사랑해서 오히려 좋아. 아무튼 홍어를 싫어하는 사람도 전라도에 많다는 게 팩트.
▲고 = 홍어를 먹는 전라도 사람은 리얼 전라도 토박이라고 자부심 가져도 좋다. 하지만 홍어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전라도 사람이 아니라고 하는 건 꼰대적인 발상이다. 광주에 사는데 왜 전라도 사람이 아니야. 나도 껴줘.
▲상 = 음식으로 그런 걸 정해버리면, 답이 없는 것 같다. 나도 서울 사람 하고 싶은데 뭘 잘 먹으면 되는 건가요? 그냥 홍어를 못 먹는 사람한테 "이것도 못 먹냐 편식쟁이야"라고 놀리는 정도로 끝내자.
정리=박준서기자 junseo030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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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 거리서 펼쳐지는 로컬 아트마켓 축제
서남예술장 대표작품. 권예솔, 누구의 것도 아닌 녹음, 2025, 장지에 분채, 80.5 × 130.5cm
예술과 인쇄가 만나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 축제가 광주 동구 서남동 일대에서 열린다.광주 기반 시각예술단체 1995헤르츠(Hz)는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광주 동구 서남예술촌과 인쇄의 거리 일대에서 '서남예술장(Seonam Art Market)'을 개최한다.이번 행사는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된 1995헤르츠가 서남동 유휴공간을 활용해 조성 중인 '서남예술촌'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예술과 인쇄 기술, 청년과 지역 주민의 협업을 통해 쇠퇴한 인쇄 거리에 새로운 문화적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목표다.서남예술장 대표작품. 김수정, 겹겹의 오후, 2025, Pen on paper, 15.5 × 10.5cm'서남예술장'은 2022년 금수장관광호텔에서 열린 '계림보부상-금수예술장'의 연장선상에서 기획된 아트마켓 축제다. '서남장'과 '예술장' 두 섹션으로 구성돼 전시·토크·투어·공연·플리마켓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서남장'은 서남동의 역사와 인쇄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서남예술촌 첫 레지던시 '공공디자이너 양성 : 서남예술살이' 결과보고전을 비롯해 오픈 스튜디오와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된다. 입주 작가 5인은 3개월간 서남동에 거주하며 관찰한 공간의 기억과 인쇄의 물성을 작품으로 풀어냈다.서남예술장 대표작품. 박진주, Fake, 2025, 비단에 먹, 튜브물감, 64 × 36cm또한 '서남예술촌 투어-인사이트 오브 서남'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촌과 인쇄의 거리를 함께 걸으며 역사와 제책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인쇄업 2세대가 직접 진행하는 '인쇄 발주 노하우 강의'에서는 종이 재질과 두께의 차이를 직접 비교해보며 로컬 인쇄 산업의 특성을 배운다.'예술장' 섹션에서는 청년 예술인들의 회화·사진·설치·아트상품을 전시·판매하는 '2025 계림보부상'이 열린다. 인쇄 거리의 유휴공간이 전시장으로 꾸며져 일상 속에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로컬 아트마켓이 된다.이와 함께 서남C 작가들이 참여하는 '소심한 사인회', 청년들이 직접 만든 굿즈와 먹거리가 모이는 '카부츠 플리마켓', 그리고 오조 작가가 연출하는 퍼포먼스 '모두를 위한 식탁, 무등의 마음으로'도 진행된다.김소진 1995헤르츠(Hz) 대표는 "많은 분들이 서남동을 찾아 청년 예술가들의 작품과 지역의 특별한 매력을 함께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 세월로 빚어낸 참된 맛과 향
- · "범기생·범기봉 형제 충의정신은 미래를 향한 등불"
- · "일본 땅, 韓 축제이자 양국 교류의 디딤돌"
- · 한반도의 고대 문화, 바다 건너 꽃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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