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광주-목포간 도로로 '명성'
하천엔 미곡 100섬 실은 배 오가
부감법 그림 통해 남도 풍경 전달
인문학적 태도로 대상 접근 계기
'ㅛ' 기호 등장…그림 랜드마크로
땅 모 심기하듯 화실서 농사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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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막천 똑다리'에서 주워왔다고 했다.
어릴 적, 어른들로부터 종종 들어야 했는데 애들이 말을 안 듣거나 골려줄 때 어른들 수법인데 그 다리가 제 엄마 다리인 줄 모르는 아이는 울고불고 한바탕 난리가 난다.
다리근동 함평 무안 아이들이라면 한 번쯤 겪는 통과 의례 같은 것이다. 예전에는 이곳이 광주 목포 간 주요 도로였다. 또 철로가 지나는데 위로는 다시 영산포 나주, 아래로는 학다리 사창 몽탄 일로…. 그 길목에 위치해서 지나는 길에 가끔 들여다보고는 했었다. 그러던 것이 언젠가는 관에서 보수공사를 한다고 했다. 새로 돌을 맞춰 허연 시멘트 콘크리트를 발라 다리로 잇댄 것이어서 뭔가 달라 아쉬움에 발길이 뜸했었다.
그 시기에 그려진 그림이다.
갈 때마다 돌다리도 두들겨 건너보고, 한참을 머물며 완성을 했는데 교각 밑에 흐르는 물과 묵직하게 다듬어진 화강석이 임플란트마냥 짜임새 있게 걸린 게 보면 볼수록 귄 있었다.
고막천은 하천이라고 하지만 여름 우기 때 범람이라도 할 것 같으면 바다를 연상시키는데, 고려 때 축조되었다고(뿌리 깊은 나무) 하는 데 오랜 세월을 견뎌낸 것만으로도 경이롭다. 1910년대까지 미곡 100섬지기 범선이 드나들었다고(김경수, 영산강삼백오십리) 한다.
지금도 배가 드는 강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영산강 하구 쪽이 고향마을인 필자도 큰 돛을 단 중선배가 지나는 것을 보고 자랐었다.
우선 그림 '고막천 똑다리'는 그리는 수법이 특이하다. 풍경화나 지도도 아닌 것이, 군대에서 군사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사경도(寫景圖)라는 다소 생소한 그림의 형식을 빌렸기 때문이다.

마치 하늘에서 나는 새가 드론이 하는 것처럼 주변 상황이 한눈에 잡히기도 하는데 산과 강 들 구릉지대 평평한 남도의 풍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마을과 관청 사회기반시설 철도, 도로, 다리 등 취락 구조와 구조물이 기호화되어 나타나는데 사용자인 지휘관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기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시각법은 일찍이 우리 전통미술에서도 확인되는 바 부감법(俯瞰法)이 그것이다. 겸재 정선의 금강산전도 같은, 서로 쓰임새가 다르다 해도 무한한 상상력과 공간감을 생각해봤다. 겸재 선생도 금강산 여행 후 그 감흥을 집에 누워 천정에 떠오르는 대로 잽싸게 그려 담지 않았을까?
이런 형식을 취한 데에는 나의 군 복무와 관련지을 수 있다. 나는 김일성도 무서워한다는 '도시락 부대'(방위병) 출신이다.
무슨 놈의 군인이 도시락을 싸서 들고 출근해서 나라를 지키고 퇴근도 하고 가족들과 취침에 들다니.
한때 부러움 반 시샘 반이 만든 농담 한 마디, 향토 예비군 중대 소속 기간요원으로 복무를 했다. 주 임무는 예비군훈련 '목작전'에 쓰이게 되는 사경도 제작을 도맡아 했다. 그러니 날이면 날마다 해당 지역을 둘러보는 게 일과였는데 자전거를 끌고 면내 곳곳에 지형지물을 숙지하고 그 주변부를 그림으로 그려낸 것이다.
이 그림은 90년대 초에 그려지게 되는데 격랑의 80년대가 가고 바야흐로 포스트모더니즘 시대 도래하고 사회 분위기가 달라진다. 외부로 시선이 쏠리기도 하지만 내적 자각도 생기게 되는데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신토불이' 같은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시기다. 해서 관련 답사 프로그램에 사람들이 몰리기도 하는데 내 그림도 전통미술에서 벗어난지 한참은 지났고 80년대 먹그림에 이어 정체성에 대한 모색기였다.
작가가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을 그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인문학적인 태도로 대상을 보게 된 것이다. 지도학상 논을 의미하는 'ㅛ' 기호가 이때 처음 등장하는데 이후 '모내기' 등 농사 그림에 랜드마크처럼 따라붙게 된다. 들에서 농부가 모내기 하듯 나는 화실에 들어앉아 이 기호를 모포기 삼아 화판에 얼마나 많은 모를 냈는지 모른다.
나는 얼마간의 도시(광주) 생활을 제하면 나서 지금까지 대부분을 농촌에서 살았다. 농촌이라 해도 예전과 많이 다르지만 지금도 뻐꾸기 울고 모내기철 무논에 자글자글 개구리 소리에 잠 못 들지만 실제 하는 것들과 호흡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이런 게 신 산수화가 아니고 무엇이랴.
박문종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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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변혁과 실천...2026 광주비엔날레 해포식
제16회 광주비엔날레가 개막을 앞두고 전 세계에서 도착한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첫 공개하며 본격적인 개막 카운트 다운에 돌입했다.광주비엔날레재단은 18일 오후 광주특별시 북구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16회 광주비엔날레 해포식을 개최했다. 이번 해포식은 기존 형식에서 탈피해 마치 작품 설치 현장으로 들어간 듯한 방식으로 진행됐다.이날 현장에서 가장 먼저 베일을 벗은 작품은 ‘제주 화산암(제주돌문화공원)’ 이다.이번 비엔날레의 핵심 화두인 변혁과 실천의 메시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메인 작품이다.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구에서 유래한 올해 전시 주제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You Must Change Your Life)’를 직관적이면서도 강렬한 조형 언어로 구현해내 취재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해포 작업은 광주비엔날레 보존과학 팀과 해외 전문 컨서베이터(보전·보건 전문가)의 엄격한 감독 아래 진행됐다. 장거리 항공 및 해상 수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세한 손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온·습도 기록 장치 검수와 표면 컨디션 체크가 정밀하게 이어졌다.화산암의 첫인상은 단단함으로 ‘변화’라는 주제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는 오랜 시간 분출하고 냉각·응고된 용암의 전 과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실제로 밧줄 형태의 특유한 구조는 서로 다른 흐름의 속도가 하나의 물질 안에 동시에 존재함을 증명한다. 용암이 분출하며 표면을 밀어 올릴 때, 위쪽은 식어가고 아래쪽으로는 거대한 용암류가 흘러가는 등 서로 다른 시간과 세월의 흔적을 함께 품고 있다.두 번째로 공개된 작품은 일본 구상회화 작가 사사키 켄(Sasaki Ken)의 ‘초코파이’다. 이 작품은 일상의 작은 과자 하나가 뜻밖의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1917년 미국의 문파이, 1961년 일본 엔젤파이, 1974년 한국의 초코파이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이름, 맛은 저마다 다르지만, 초코파이는 한·미·일 세 나라를 잇는 정서적 매개체로 작동한다. 대량생산과 소비의 상징인 과자를 통해, 그동안 너무 익숙해서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일상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호추니엔 예술감독은 이날 “선 공개 작품으로 선택한 제주 화산암은 겉보기엔 단단하고 고정돼 주제와 어울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분출과 냉각·응고를 거치며 뜨거움과 부드러움, 빠름과 느림을 모두 품게 된 결정체”라며 “초코파이 역시 흔한 과자이지만 국가 간 경계를 허물고 시공간을 연결하는 매개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비엔날레를 찾는 관람객들이 이 작품들을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채로운 변화를 경험하길 바란다”고 작품 선정이유를 밝혔다. 비엔날레 재단은 22개국 43명(팀)의 작가의 작품 300여 점의 설치 작업을 마무리 중이다.한편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9월 5일부터 11월 15일까지 72일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등 광주 일원에서 개최된다.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호추니엔 예술감독과 박가희, 브라이언 쿠안 우드, 최경화 큐레이터가 기획에 참여했다. 김현주기자 5151k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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