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촉촉한 황톳길을 처음 맨발로 걸어 본다면 생각보다 차갑고 물컹거리는 느낌이 어색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한발한발 흙을 밀어내며 걷다 보면, 앞으로 가는 데에만 집중했던 산책과 달리 자연스레 주변의 자연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광주의 용봉초록습지에서는 호수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고, 가까운 중외공원에서는 편백숲에서 뿜어져나오는 피톤치드 향을 맡으며 걸을 수도 있다. 금당산에서는 다양한 맨발 체험을 할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가기 제격이다.
전남의 맨발길을 간다면 주변의 관광지들과 연계해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영광 물무산행복숲을 걷고난 뒤 영광백수해안도로에서 일몰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 하고, 순천만국가정원 어싱길을 간다면 자연스레 순천만 습지까지 가게된다. 목포 초당산 황토맨발길을 걸은 이후에는 다양한 지역 먹거리를 맛보며 미식여행을 즐길 수도 있다.
오는 주말,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자연 속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호수공원서 생태 관찰도 해요, 용봉초록습지 맨발길
용봉초록습지맨발길은 도심 속 한가운데 위치한 비엔날레 호수공원에서 자연생태를 관찰하며 맨발걷기를 할 수 있어 시민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북구는 지난 2023년 12월에 이곳 맨발길을 조성하면서 520m의 산책로 구간을 양질의 마사토로 포장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자그마한 호수를 돌며 자연생태를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구는 지난 2012년 용봉제 주변 4만2천40㎡에 용봉초록습지를 조성하며 황금수양버들 등 나무 5천200여주, 갈대 등 초화류 1만6천본 등을 식재했다.
광주의 다른 도심지 저수지에 비해 물이 맑고 수량이 풍부해 왜가리, 물오리, 해오라기 등 각종 철새들이 쉼터 역할도 하고 있다.
호수의 크기가 크지 않아 어르신들이 맨발로 공원을 한바퀴 도는 데 무리가 없고, 고요한 호수 경관은 심신을 편안하게 해준다.
광주시 용봉청소년문화의집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으며 건물 맞은편에는 세족장도 마련됐다.
바로 인근에 가볼 만한 곳이 많은 것도 큰 장점이다. 광주비엔날레전시관, 광주역사민속박물관이 있고 조금 더 걸어가면 광주시립미술관과 최근 생태예술놀이터로 새단장을 한 중외공원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가기 좋다.
◆취향 따라 골라서 걸어볼까, 봉정산 편백숲 맨발길
중외공원 주변으로는 맨발걷기를 즐겨하던 시민들에 의해 서너곳의 맨발길이 자발적으로 조성됐다.
그중 봉정산 편백숲은 광주에서 맨발걷기의 성지로도 불리는 곳이다. 아직 광주에 맨발길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던 2021년부터 자연 그대로의 흙길에서 맨발 걷기 모임이 시작돼 지금에 이르렀다.
봉정산 편백숲은 피톤치드가 풍부해 이전부터 시민들에게 산책과 휴식공간으로 사랑받아 왔다. 또 울창한 숲아래 맨발길이 조성돼 있다보니, 한여름에도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맨발 걷기를 즐길 수 있다. 숲 자체에서 머금고 있는 습도가 있다보니 비가 오지 않은 날에도 촉촉한 맨발길을 걸을 수 있다. 수시로 물을 뿌려야 하는 황토맨발길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신발을 신을 때와 달리 맨발로 천천히 산을 오르내리다 보면 발바닥부터 종아리에 이르기까지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이밖에도 중외공원 팔각정 주변으로도 여러 갈래로 뻗은 맨발길이 있다. 또 시립미술관 앞 동산에도 자그마한 크기의 편백숲 맨발길이 있으며 뒤편의 광주3.1운동독립운동기념탑 옆으로도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평탄한 맨발길이 있다.

◆가족 단위 코스…다양한 체험활동도, 서구 금당산 맨발길
지난 2023년 12월 조성된 금당산 맨발길은 많은 시민들이 찾는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2개 구간에 걸쳐 총 4.1㎞ 길이를 자랑하는데 1구간은 700m 길이로 풍암호수 맞은편 힐링숲 입구 인공폭포부터 벽진서원까지 이어져 있으며 세족장 3개소와 황토체험장 2개소가 마련돼 있다.
2구간은 힐링숲 입구부터 원광대병원 3.4㎞ 길이로 세족장 1개소가 마련돼 있으며 산책로 중간에 일부 데크계단이 포함돼 있다. 금당산에서 풍암호수를 비롯한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경사가 있고 맨발로 걷기 힘든 길도 포함돼 있어 초심자가 걷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맨발걷기를 처음 해 본다면 1구간이 장점이 많다. 짧은 거리지만 잘 다져진 흙길이 넓은 폭으로 깔려 있다. 초보자나 가족, 어린이에게 적합하며, 맨발 걷기 체험과 휴식에 최적화돼 있다. 유아숲체험원에는 생태놀이공간, 트리하우스, 숲속그네, 두줄징검다리 등이 설치돼 있어 아이들의 놀이 공간으로도 제격이다.
의병장 박광옥을 모신 벽진서원에서는 선비체험 프로그램, 유교아카데미 강좌 등이 마련돼 있어 현장체험 장소로도 기대를 받고 있다.
주차는 풍암호수공원 주차장에 가능하다.

◆발이 편한 숲내음 가득한 길, 영광 물무산행복숲 맨발황톳길
물무산행복숲 맨발황톳길은 도시의 소음과 일상에서 한발 물러나 흙과 숲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걷기 코스다. 약 1.2㎞ 구간의 황톳길은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수 마사토와 황토를 포설해 맨발로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숲속으로 이어진 산책로는 음수대, 쉼터, 족욕장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짧은 힐링 산책에 제격이다.
황톳길은 두 가지로 구성됐다. 질퍽한 황톳길 0.6㎞와 마른 황톳길 1.4㎞가 나뉘어 있어 남녀노소 사용자 편의에 따라 황톳길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다.
걷는 동안 만나는 다양한 나무와 야생화, 피톤치드 가득한 숲내음이 오감을 자극한다. 여름철에는 울창한 그늘 아래에서 자연스럽게 차오르는 흙의 촉감을 느낄 수 있어 맨발 걷기 초심자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흙길 끝에는 족욕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 잠시 발을 담그며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
함께 가볼 만한 주변 관광지로는 산책과 사찰탐방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불갑사와 백제불교최초도래지가 있다. 바다 풍경을 원한다면 백수해안도로와 칠산타워를 방문해 붉게 물든 서해를 배경으로 하루를 마무리해도 좋다.

◆아름다운 정원을 만끽하는 길, 순천만국가정원 어싱길
순천만국가정원은 사계절 꽃과 자연이 어우러진 국내 대표 정원 도시의 상징이다. 이곳의 중심부를 따라 조성된 900m의 어싱길은 자연에 가까운 흙길로 조성돼 도심 속에서도 맨발로 흙을 밟으며 걷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어싱길은 자연과 접촉함으로써 건강을 회복하는 '어싱(earthing)' 개념을 반영해 조성됐다.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흙의 감촉은 감각을 깨우고, 발바닥에 부드럽게 가해지는 자극은 신체 긴장을 푸는 데도 도움을 준다.
또 봄에는 튤립과 수선화, 여름에는 수국과 해바라기, 가을엔 코스모스와 핑크뮬리가 어우러지며 자연 자체가 전시처럼 다가온다.
어싱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한국정원, 일본정원, 프랑스정원 등을 거치며 세계 여러 나라의 정원 문화를 함께 체험할 수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을 나선 뒤에는 순천만습지와 연계해 하루 코스로 돌아다녀도 좋다
조금 더 이동하면 순천 낙안읍성이 있는데, 조선 시대 마을 형태가 그대로 보존돼 있어 살아 있는 역사 체험이 가능하다.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순천드라마촬영장도 골목골목 추억을 자극하는 감성 스폿이 가득해 가족과 커플 여행객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탁 트인 전망까지 선사, 목포 초당산 황토맨발길
목포 옥암동에 자리한 초당산 황토맨발길은 도심 속에서 자연을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는 건강 산책 코스다. 부주파출소 건너편에 위치한 약 1.2㎞의 이 흙길은 부드러운 황토와 마사토로 조성돼 맨발로 걷기에 부담이 없고 숲의 울창한 나무 그늘과 함께해 사계절 내내 쾌적한 걷기를 즐길 수 있다. 또 곳곳에 쉼터와 세족장, 음수대 등이 조성돼 걷기 전후로 편안한 이용이 가능하다. 걷는 내내 소나무와 참나무가 내뿜는 숲의 향이 발걸음을 따라오고, 조용한 숲길 위에서 흙을 밟는 감각은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황토길 마지막 구간에서는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어 도심 속에서도 자연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된다.
산책을 마친 후에는 인근의 목포근대역사관, 유달산 문화관광단지, 목포해상케이블카까지 연계해 둘러보는 코스를 추천한다. 초당산과 유달산은 차로 10분 거리로 가까워 하루 일정으로 묶기 좋다. 유달산 아래 전통시장에서는 홍어, 세발낙지, 뻘낙지 무침 같은 지역 먹거리들을 맛볼 수 있어 볼거리와 먹거리를 모두 충족하는 여행을 할 수 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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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향 광주' 새로운 도약, 광주예술문화융성포럼 출범 광주예술문화융성포럼 준비위원회 '예향 광주'의 문화적 가치를 제고하고, 다양한 '문화선도도시' 비전과 정책들을 제시하기 위한 단체가 새롭게 출범한다.'광주예술문화융성포럼'(가칭) 준비위원회는 9일 오전 광주 동구 예술이빽그라운드에서 포럼 발족을 위한 회의를 가졌다.광주예술문화융성포럼은 '문화 선도도시 광주'를 위한 비전과 정책들을 제시하는데 뜻을 두고 있으며 광주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 예술계 각 분야 전문가들이 고루 포함됐다. 이들은 위기에 처한 광주 문화생태계의 현 상황과,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의식에 공감해 포럼을 결성하게 됐다.이날 회의에는 김봉국 디자인씽커스 대표, 김소진 독립 큐레이터, 김영순 전 광주문화재단 전문위원, 김일태 조선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이당금 예술이빽그라운드 대표, 이승찬 씨움갤러리 대표, 이정철 전 광주 북구의회 의원, 장현우 예술문화기획자, 정인서 광주 서구문화원장 등이 참여했다. 준비위원 중 한 명인 백종옥 미술생태연구소장은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이날 회의에서 준비위원들은 포럼 발족에 앞서 광주의 예술문화 생태계가 마주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포럼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실천 과제에 대한 의견들을 나눴다.먼저 광주 예술계의 위기에 대해서는 모두가 한목소리로 공감했다. 미술은 유통시장 붕괴로 침체됐고, 공연예술은 공간과 예산의 이중 고갈에 직면했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와 행정은 예술문화를 정책이나 신산업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으며, 예술인은 고립된 현장에서 생존을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인공지능·기술미디어·기후위기가 예술의 존재 방식을 새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 역시 문화 생태계를 회복할 전환점에 있다고 진단했다.특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이재명 정부가 '문화강국론'을 제시한 만큼, 문화 예산 확대, 예술인 기본소득,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정책기조에 맞춰 광주가 대한민국 문화정책 전환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이를 위해 광주예술계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예술문화 데이터베이스 구축, 예술인창작 허브 및 레지던시 조성, 디지털 예술 플랫폼 개발, 예술문화 관광루트 운영, 지역 K-컬처 클러스터 조성 등을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정인서 서구문화원장은 "역대 광주 시장들 모두 문화예술을 발전시키겠다고 공언했으나,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광주는 문화예술도시를 표방하면서도 콘텐츠적으로도 도시 외관적으로도 전혀 새로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와 행정에서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우리 포럼이 방향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장현우 문화예술기획자는 "지금 광주에 필요한 것은 예술문화 기반을 통한 관광 산업이다. 공원을 만들고 전망대를 만들어 관광객을 불러모으겠다는 기존의 하드웨어 관광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세계의 예술가들이 오고싶어하는 아트플랫폼 구축, 비엔날레와 여러 미술관, 작가의 작업실을 연결하는 체감형 신산업 등을 통해 광주의 미래를 디자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광주예술문화융성포럼은 실천 과제를 더욱 구체적으로 가다듬은 후 오는 16일 오전 11시,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포럼 발족을 선언하고 회원을 모집할 예정이다.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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