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재판관 장학금 인연
'진정한 어른' 모범답안 제시
넷플릭스 호평…순위 ‘역주행’
광주독립영화관 17일 재개봉
21일 GV 김주완기자 참여도

"내가 배우지 못했던 원인이 오직 가난이었다면, 그 억울함을 다른 나의 후배들이 가져서는 안 되겠다 하는 것이고, 그리고 한약업에 종사하면서, 내가 돈을 번다면 그것은 세상의 병든 이들, 곧 누구보다도 불행한 사람들에게서 거둔 이윤이겠기에 그것은 내 자신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김장하 선생의 명신고 이사장 퇴임사 중)
시대의 '어른'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오늘날 우리들에게 진정한 어른이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묻는 다큐멘터리가 다시금 화제가 되며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광주독립영화관은 오는 17일부터 영화 '어른 김장하'를 재개봉해 관객들을 맞이한다.

지난 2023년 개봉한 김현지 감독의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는 한약방 대표이자 교육인, 시민활동가로서 일평생을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해온 김장하 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1944년 경남 사천군에서 태어난 김 선생은 열아홉 살 최연소 한약업사 자격을 얻어 진주시 동성동에 '남성당한약방'을 열고 60여 년간 운영했다. 그는 한약방을 운영해 번 수익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며 나눔을 실천했다.
김 선생은 1984년 100억원이 넘는 사재를 들여 진주 명신고를 설립하고, 10여 년간 이사장으로 지내며 학교시설을 완비한 뒤 1991년 국가에 기부채납했다. 또한 젊은 시절부터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 1천여 명 이상에게 장학금을 주며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외에도 교육·문화·여성·인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조건 없는 나눔을 실천하며 지역 사회 곳곳에 따뜻한 손길을 건네왔다. 김 선생은 2022년 은퇴해 한약방 문을 닫고 현재 평범한 할아버지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최근에는 김 선생과 문형배 헌법재판관과의 인연이 재조명되며 영화 '어른 김장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문 재판관은 지난 2019년 4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선생이 안 계셨더라면 판사가 못 됐을 것"이라며 김 선생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문 재판관은 고등학교 재학 시절 김 선생을 만나 대학 졸업 때까지 장학금을 받으며 학업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광주독립영화관을 비롯해 이달부터 전국 영화관 곳곳에서 영화가 재개봉해 다시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으며,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에서도 '역주행'을 거듭해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 순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광주독립영화관은 오는 21일 오후 7시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GV)도 진행할 예정이다. 행사에는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기자, 이국언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등이 참석한다. 자신의 선행을 언론에 알리기를 기피했던 김 선생의 이야기를 취재하고 다큐멘터리에 담아낸 김 기자의 취재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시간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는 광주독립영화관 누리집을 통해 예매할 수 있으며, 상영시간과 자세한 정보도 누리집에서 확인 가능하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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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밑의 사람들', 강제동원의 기억 깨우다 니 히로하루 외 2명 작 '하나오카를 잊지마라' "마쓰다 도키코는 정의를 추구하는 작가였습니다. 한국 강제징용자들이 학살된 하나오카 사건을 일본 사회에 밝힌 그의 문학과 생애에 대한 국제 학술대회를 정의의 도시인 광주에서 여는 것이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12일 만난 차타니 주로쿠(茶谷 十六) 아키타현 역사교육자협의회 회장은 광주에서 열리는 국제 학술 심포지엄 '마쓰다 도키코의 문학과 생애'의 의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니 히로하루 외 2명 작 '51.장례식'오는 18일 오후 2시 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 1층 1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국제 학술 심포지엄은 시립미술관이 하정웅 선생으로부터 기증 받은 컬렉션 중 '하나오카 이야기' 작품을 계기로 성사된 행사이다. 이 작품은 동명의 서적에 실린 판화 작품으로 1951년 니 히로하루, 다카다이라 지로, 마키 다이스케가 제작했다. 동명의 서적은 하나오카 사건의 진상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여기에는 당시의 모습을 담은 판화와 시 등이 실렸다.니 히로하루 외 2명 작 '32.조선인'하나오카 사건은 아키타현 오오다테시에 위치한 하나오카 광산에서 벌어졌다. 그 시작은 1944년 벌어진 나나쓰다테 사건이다. 하나오카 광산은 구리 광산으로 전범 기업인 도와광업이 강제징용한 한국인과 일본인 노동자들을 동원한 현장이다. 태평양전쟁 중인 일제에 구리를 조달하기 위해 무리한 채굴을 벌이다 갱도가 무너지자 구조 신호가 들려옴에도 불구하고 당국과 도와광업은 현장을 모래로 덮어 한국인 11명을 포함해 총 22명을 생매장한 사건이다. 이후 중국인 포로 노동자까지 투입돼 과중한 강제노동에 시달리던 하나오카 광산의 중국인 노동자가 견디다 못해 봉기하자 일본 군경이 419명을 학살한 사건이 하나오카 사건이다. 같은 장소에서 불과 몇개월만에 일본 당국의 강제징용과 학살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다는 점에서 하나오카 사건과 나나쓰다테 사건은 줄곧 함께 언급되고 있다.마쓰다 도키코노동자와 농민의 인권을 대변하는 활동을 펼쳐온 마쓰다 도키코는 그의 대표작인 소설 '땅 밑의 사람들'은 이 하나오카 사건과 나나쓰다테 사건을 다루고 있다. 1905년 아키타현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광산사무소에서 근무하며 광산 노동자의 노동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이후 작가로 활동하게 되며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일어난 나나스다테 사건과 하나오카 사건에 관심을 작가로서 사건 진상규명에 매진했다.이번 국제학술포럼은 조선인 강제 징용 문제와 그들의 인권 회복, 학살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헌신해 온 그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는 자리로 '하나오카 이야기' 연작도 함께 전시된다. 또 마쓰다 도키코가 하나오카 광산을 직접 다녀와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작성한 서적 '하나오카 사건 회고문'의 한국어판 서문을 쓴 문병란 시인의 저항 정신을 마쓰다 도키코와 비교 분석하며 한일 양국 문학인의 저항 정신을 되짚는다.문병란 시인포럼은 다카하시 히데하루 아키타현립대 부총장이 '마쓰다 도키코의 문학과 생애'를 주제로 한 기조 강연으로 시작해 발제로 이어진다. 발제는 마쓰다 도키코회 대표의 '나나쓰다테 사건과 하나오카 사건의 진상', 차타니 주로쿠 아키타현역사교육자협의회 회장의 '한국으로 확장되는 마쓰다 도키코 문학과 생애',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의 '문병란과 마쓰다 도키코의 저항정신'으로 진행된다.윤익 시립미술관 관장은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이해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광주에서 아시아 민중이 겪은 아픔과 저항의 역사를 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시립미술관은 조선인 강제징용의 아픔을 기억하며 이를 기리려 했던 하정웅 명예관장의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하는 학술 심포지엄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한편 이번 국제 학술포럼은 광주시립미술관, 일본 역사교육자협의회, 광주전남작가회의, 문병란시인기념사업회가 주최·주관하며 5·18기념재단, 한일민족문제학회, 역사교사모임이 협력한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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