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화산리 보물선

입력 2025.01.02. 10:20 최소원 기자
그림 장현우 화가

화산리 보물선-이수하

그가 어떤 파랑도 타고 넘는 보물선을 만든다

담벼락 밖으로 삐져나온 보일러 연통은 좌표

개나리 꽃가지는 방위를 살피는 나침반이다

턱선의 땀방울을 향해 양어깨가 번갈아 오가며

오후를 스패너로 조인다

기름통을 싣고 와 기계실에 연결했으니

골목에서 얻은 메트리스를 선실 바닥으로 삼고

커튼은 돛으로 쓴다

눈썹에 와닿는 입김

문턱에 가는 실금 따라 살얼음이 생긴다

아귀가 맞지 않는 곳에서 갈매기 울음이 새어 나온다

유모차는 뭐 하려고?

엄마를 밀고 가려고

부러진 선풍기는 내놓아야지

거기 푸드덕 새가 살아

의자는 도로 갖다 놔 애들도 올 텐데

발 뻗을 곳이 없잖아

그는 제 식구 찾아가겠다고

삐걱대는 의자를 타고 헌 옷가지들 챙긴다

의자 다리가 구부러진 못을 물고 기우뚱거린다

잠가도 들리는 물 흐르는 소리

쇠 파이프의 긴 그림자가 기울어지는 들보를 받쳐 든다

나무 벌레 구멍 속에서 금가루 같은 햇볕 쏟아내면

갯벼룩이 기어 나온다

벼락바람이 불고

얼룩무늬 골목이 스멀스멀 방문을 밀쳐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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